이스라엘 정보기관 수장 “유대인 정착민 폭력, 이스라엘에 큰 위협”···극우 작심 비판
가자 전쟁 후 팔 주민 향한 정착민 폭력 급증
“국가가 무기 지원” 정착민 폭력 부추겨 논란
이스라엘의 국내 첩보기관인 신베트의 수장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계속되는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 행위가 이스라엘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를 국가가 부추긴 ‘테러’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스라엘 채널12 뉴스에 따르면 로넨 바르 신베트 국장은 22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내각 구성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유대인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저지르는 폭력 행위, 극우 정치인의 동예루살렘 이슬람 성지 방문 등 도발 행위가 이스라엘에 “형언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르 국장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공격해온 극단주의 유대인 정착민 집단, 이른바 ‘언덕 위의 청년들’을 거론하며 이들의 행위가 유대 민족주의의 발로가 아니라 “공포심을 조장하는 테러리즘”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이스라엘 경찰이 “은밀한 지원”으로 이들의 ‘테러’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가 합법적으로 배포한 무기”를 통해 정착민들이 테러를 저지르고 있으며, 범죄를 저지르고도 즉시 풀려나는 등 제대로 처벌받지 않아 폭력의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는 극단주의 유대인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공격하며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가자지구 휴전협상이 진행되는 와중 유대인 정착민 수십 명이 총을 쏘고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서안지구 나블루스 서쪽 지트마을을 공격해, 23세 팔레스타인 청년이 총에 맞아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해 자국민들을 이곳에 이주 시켜 왔으며,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정착촌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정착촌을 잇는 8m 높이의 콘크리트 분리장벽을 세워 불법적으로 자국 영토를 굳혔고, 이에 따라 살던 곳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이스라엘 정착민 사이에 유혈 충돌이 수년째 계속됐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을 ‘불법 점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하마스와 전쟁 발발 후 정부가 나서 정착민들을 무장화시키며 사태가 더욱 악화했다.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서안지구 유대인들에게 무기를 나눠주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공격을 부추겨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향한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이 크게 늘었고, 희생자도 급증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이스라엘군과 경찰의 비호 속에 처벌받지 않아 ‘국가가 허용한 폭력’이란 비판이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벤그비르 장관은 최근 이슬람 3대 성지 중 하나인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해 이곳에서 유대인의 기도할 권리를 주장해 이슬람권의 거센 반발을 낳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조차도 그의 알아크사 방문을 “도발”이라고 규정하며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들이 현재 진행 중인 휴전협상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루살렘은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 3대 유일신 종교의 공동 성지이며, 알아크사 사원에서의 기도는 법률상 이슬람교도만 할 수 있다.
바르 국장은 정착민 폭력과 극우세력의 도발 행위가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위상 추락은 물론 “이스라엘을 향한 복수심에 찬 공격과 테러의 악순환”을 불러일으킨다며 “이는 유대교와 우리 모두에게 큰 오점”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 등 국가 지도자들이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베트 수장에게 ‘공개 저격’을 당한 벤그비르 장관은 이날 내각회의에서 바르 국장의 해임을 요구했고, 일부 장관들이 이에 반대하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고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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