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반대'…SK이노-E&S 합병 '본질적 의구심' 커진다

이현주 기자 2024. 8. 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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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기업 'SK온 구하기' 한계 지적
위기설 업고 '무리한 합병' 목소리 귀담지 않아
반대 주주들 설득, 좀더 진정성 담아야
[서울=뉴시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전경. (사진=SK그룹) 2024.06.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하면서, 양사 합병을 둘러싼 본질적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두 거대 기업을 합병하는 것이 그룹 위기를 극복하는 진정한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다.

SK그룹은 지난 5월 최태원 회장-노소영 관장 이혼소송에서 1조3808억원 재산분할 판결을 받고, 잇단 위기설이 불거지며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은 채 일사천리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SK그룹 경영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카드로 빼든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이 그 엄청난 파장에도 불구, 지나치게 무비판적으로 추진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린다. 일부에선 SK그룹이 합병이라는 답을 이미 정해놓고, '그룹 위기설'을 통해 다양한 문제 제기를 차단하고 있다는 진단도 들린다.

이런 측면에서 국민연금의 SK이노베이션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한 합병 반대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진단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오는 27일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주총회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안건'에 반대하기로 하면서 그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 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말그대로 국민 모두의 행복을 위해 연금을 운영하는 기관으로 이런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반대했다는 것은 이번 합병이 국민연금 운용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특히 수탁위가 든 반대 이유가 'SK이노베이션의 주주 가치 훼손'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 일부 주주들은 1대 1.1917라는 합병비율이 불리하게 책정됐다며 크게 반발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를 자산가치가 아닌 기준시가로 책정해 소액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됐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법상 상장사(SK이노베이션)이 비상장사(SK E&S)와 합병할 경우 '최근 주가' 또는 '장부상 순자산가치' 중 하나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정할 수 있는데, SK그룹은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은 1대 1.1917로 더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앞서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도 합병 비율이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산정됐다며 합병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서스틴베스트는 당시 "일반주주가 받을 수 있는 영향이나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이사회의 노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며 "회사의 일반주주 권익을 고려하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합병비율 '부적합' 논란…본질적인 합병 이유, 문제 제기도

일각에서는 양사 합병이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을 지원하려는 '임시방편'이라는 한계도 지적한다. SK온은 2021년 출범 이후 11개 분기 연속 적자로 누적 적자액만 3조원에 달한다.

SK그룹은 그러나 SK온이 지금 당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결국은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지침아래 지속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번 합병도 이 같은 위기의 SK온 구하기 차원이 짙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서로 성격이 다른, 그래서 독립 경영을 해왔던 두 회사를 합병하는 것이 'SK온 구하기'라는 목적만으로 모두 용납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알짜기업인 SK E&S를 SK이노베이션이 품는 것인만큼 기업 안팎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은 물론 내부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과연 이같은 작업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이뤄졌느냐는 지적이 들린다.

실제 SK그룹 내부에서조차 양사 합병 소식이 나오자 "이 합병은 무리한 측면이 많다"는 목소리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AI가 합병 명분이기엔 역부족…반대 목소리 귀담아야

그러나 SK그룹은 이런 합병 의구심들을 '인공지능(AI) 중심의 사업 재편'이라는 전사적 캐치프레이즈로 무마하겠다는 모양새다.

당장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과 관련 "(합병기업이) AI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에너지 문제를 풀 수 있는 회사가 되면 상당히 가능성이 있다"며 AI '시너지 명분'을 강조했다.

하지만 양사 합병 기업이 탄생한다고 해도, 이 합병 기업이 AI 사업을 당장 할 수 있느냐 여부와, 태생적 업종의 성격 상 과연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 수탁위가 반대 결정을 내린 이유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합병은 번복할 수 없다고 해도 적어도 합리적인 반대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주주들에게 설명하는 자세는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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