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뜯어보기] 상장심사 청구한지 석달 만에 통과한 셀비온, 경쟁사보다 싸다는데
이 기사는 2024년 8월 23일 8시 2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신약 개발사 셀비온이 3수 끝에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지난 4월 심사를 청구했는데 석 달 만에 승인이 이뤄졌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한국거래소의 문턱을 넘은 신약 개발사인 만큼, 셀비온을 시작으로 바이오 스타트업들의 기업공개(IPO) 행렬이 이어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셀비온의 강점은 상장 후 이른 시일 내에 신약 시판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고른 기업들의 적정성을 놓고 일각에서 의구심을 나타낼 소지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경쟁사와 비교해 낮은 몸값에 상장을 추진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 임상 2상, 고지가 눈앞에... 3상 없이 조건부 승인 가능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셀비온은 지난 20일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1만~1만2200원으로 제시했다. 다음 달 5일부터 11일까지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뒤 공모가를 확정해 20~23일 공모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셀비온은 전립선암 세포를 치료하는 방사선 치료제 개발사다. 앞서 지난 2018년,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코스닥시장의 문을 두드렸으나 중도 철회한 바 있다. 이번에는 임상 과정에서 후보물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상장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비온의 주력 제품은 전립전암 치료 후보물질 ‘Lu-177-DGUL’이다. 이 후보물질은 글로벌 업체 노바티스가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혁신 치료제로 승인받은 ‘플루빅토’와 동일한 전립선 특이 세포막항원(PSMA) 결합 리간드(배위결합한 화합물의 중심금속 이온의 주위에 결합하고 있는 분자나 이온)와 방사성 동위원소를 갖고 있다. 리간드가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암세포로 인도한 뒤 PSMA와 결합해 암세포 안에 들어가서 DNA를 깨뜨리는 원리다.
현재 셀비온은 국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식약처로부터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돼 3상까지 가지 않고 2상만 통과해도 조건부로 시판을 허가받을 수 있다. 전립선암 환자 61명을 대상으로 2상을 시작했는데, 이후 환자를 추가로 모집해 90명까지 늘렸다. 객관적 반응률(ORR·전체 환자 중 종양 크기 축소 등 객관적 치료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환자 수의 비율)이 이미 30%를 넘어 목표치(20%대 초반)를 달성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즉 임상 2상을 통과해 시판 승인에 도전할 준비를 거의 갖췄다는 얘기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4분기 중 시판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식약처로부터 혁신제품신속심사(GIFT) 대상으로도 지정돼 일반 심사 기간을 단축한 것도 긍정적 요소다.
그동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셀비온의 경쟁사이자 비교 기업으로 퓨쳐켐을 많이 언급해 왔다. 지난 2016년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퓨쳐켐 역시 전립선암 치료제를 만드는 기업이다. 현재 퓨쳐켐의 시가총액은 4290억원으로, 셀비온의 밴드 상단 기준 시총(1554억원)의 2.7배에 달한다. 두 회사 모두 적자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셀비온의 기업가치가 비교적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셀비온의 경우 올해 상반기 순손실이 31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퓨쳐켐은 53억원의 손실을 냈다.
두 회사는 모두 전립선암 치료제를 만들지만 메커니즘은 다르다. 셀비온 제품이 혈청 알부민과 결합을 최소화하고 일부만 암 세포에 빠르게 들어가는 식으로 작용한다면, 퓨쳐켐의 제품은 알부민과의 결합률이 높다. 셀비온 제품은 투약 후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가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는 퓨쳐켐에 비해 불리할 수 있지만 부작용은 더 적다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셀비온은 시판 승인을 받는 대로 국내 포함 아시아 시장에서 직접 판매하고 미국 등에서는 라이선스아웃(LO)을 할 예정이다. 국내 시판에서만 연 매출액 200억~300억원이 나올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가격은 한 바이알(주사제 등 보관 용기) 당 3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 갑자기 급등한 유한양행을 비교기업으로?
셀비온의 기업가치가 퓨쳐켐과 비교해 낮다는 데는 시장에서 동의하고 있지만, 밸류에이션 산정을 위해 고른 비교기업들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셀비온은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주가수익비율(PER) 방식을 사용했다. 다만 PER을 구하려면 당기순이익이 필요한데 셀비온은 적자 기업이어서, 2026년과 2027년 순이익을 추산해 적용했다. 회사가 라이선스아웃까지 고려해 추정한 2026년과 2027년 순이익은 각각 141억원, 290억원으로, 여기에 연 할인율 25%를 적용해 현 시점의 순이익 107억원으로 환산했다.
셀비온은 이 예상 순이익에 PER 25.57배를 곱했다. 비교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PER 50배가 넘는 회사는 배제해 몸값에 과도한 ‘거품’이 끼는 걸 방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보령, JW중외제약, CMG제약, HK이노엔을 비교 기업으로 골랐다.
다만 비교 기업들에 흑자를 내는 대형 제약사들이 여럿 포함된 데다 특히 유한양행의 경우 ‘렉라자’의 미 FDA 승인을 앞두고 최근 주가가 급등했던 터라, 비교 기업의 적정성을 놓고 잡음이 나올 수 있다. 유한양행의 PER은 46.7배로, 다른 국내 상위 제약사들의 밸류에이션이 10~20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호재 소멸로 인해 유한양행이 그간의 주가 상승분을 반납할 가능성도 우려하는 상황이다.
오버행(과도한 매물 출회)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주주 및 임직원들이 보유한 지분 36.06%(공모 후 기준)에 3년의 보호예수가 걸려있다.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사들도 1~3개월의 자발적 락업을 걸었다. 하나벤처스의 경우 지분 0.95%에 1년, 0.53%에 3개월, 0.53%에 1개월 락업을 건 상태다. 하나벤처스는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성보건원에서 출자해 만든 ‘방사성의약품 투자 전문 펀드’ 등을 통해 총 4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셀비온 전체 주식 가운데 상장 당일 유통 가능한 물량은 34%, 1개월 뒤 유통 가능한 물량이 14%, 3개월 뒤 유통 가능한 물량이 1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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