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영화 값 내려"vs "무지한 소리" 불붙은 관람료 논쟁, 대안은 美·佛에?
- 상반기 평균 영화 관람료 9,698원…팬데믹 이후 상승세 한풀 꺾여
- 코로나 팬데믹 3년간 멀티플렉스 영화관 영업 손실 7천억 대
- 멀티플렉스 적자, 코로나19와 OTT시장 성장 겹쳐 극장 침체
- 티켓 가격 상승세, 일본 제외 전 세계적인 현상 "佛, 2만2천원대"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9:00~10:00)
■ 진행 : 조태현 기자
■ 방송일 : 2024년 8월 23일 (금요일)
■ 대담 :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 영화정책 전문가
- 청년 1천명 중 63.4% "영화 티켓 가격 8~9천원이 적당하다"
- 소득 수준, 물가 고려할 때 한국 영화 관람료 부담 높은 편
- 기재부 '영화관입장권부과금' 폐지…"300원 상당 인하 수준"- 부과금 폐지, 한국 영화 산업 발전에 득보다 실이 많아
- 극장의 영화 독점 기간 보장·스크린 독과점 규제 등 제안
- 파격적 관람료 할인 행사, 극장 구독제 적용해야
- 결국 본질은 영화의 '질' 발전기금 확대로 작품 다양성 만들어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태현 기자 (이하 조태현) : 예전에는 뭐 데이트하거나 이러면 영화관이 거의 필수 코스였는데 요즘에는 영화관 가시는 분들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저만 해도 돌아보니까 한 1년 정도 전에 영화관 갔던 게 마지막인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요. 가격도 한몫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배우 최민식 씨가 어떤 방송 인터뷰에서 "영화 티켓 가격이 비싸다" 이렇게 직격한 이후에 관람료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영화 관람료는 과연 얼마만큼 올랐을까요? 그리고 만족할 만한 대안은 어떤 게 있을까요? 영화 정책 전문가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노철환 인하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님과 전화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나와 계십니까?
◇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 영화정책 전문가 (이하 노철환) : 네 안녕하십니까?
◆ 조태현 : 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은 영화관 자주 가시나요?
◇ 노철환 : 영화 연구가 제 일인 까닭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이번 주는 외국에 잠깐 나와 있어 못 가고 있지만 지난주에는 <행복의 나라>, <빅토리>, <에일리언>, <퍼펙트 데이즈>를 봤습니다.
◆ 조태현 : 저도 다 보고 싶은 영화인데 아직까지 못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영화 관람료를 두고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어요. 어떤 상황인지 좀 설명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노철환 : 지난 17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한 최민식 배우가 OTT와 극장을 비교하면서 "영화 티켓 값이 올랐다. 나라도 안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은 대중의 기호를 따라가는 뻔한 영화보다 새로운 시도로 볼 만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었는데 관람료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대중의 인식과 맞물려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여기에 "가격이 내려서 이익이 늘어난다면 기업들은 내리지 말라고 해도 티켓 값을 내린다"며 최배우의 발언을 '무지한 소리'라고 결론지은 이병태 교수의 SNS 글로 인해 일종의 논쟁처럼 번진 겁니다.
◆ 조태현 : 알겠습니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게 적절한 가격이냐 아니면 비싼 거냐 이렇게 해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데요. 지금 티켓 가격 얼마 정도나 하기에 이런 논쟁이 벌어지는 겁니까?
◇ 노철환 : 멀티플렉스 일반관의 경우 평일은 1만 4천 원, 주말은 1만 5천 원 정도입니다.
◆ 조태현 : 알겠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가격이 많이 오른 것 같은데 언제 가격이 이렇게 오르게 된 건가요?
◇ 노철환 : 2020년부터 22년까지 3년 동안 매해 1천 원씩 올라서 1만 2천 원이었던 것이 1만 5천 원이 된 겁니다. 각종 할인 요금을 포함한 평균 관람료를 기준으로 하면 2023년 1만 410원까지 올랐다가 올해 상반기 9,698원으로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시면 7,000~9,000원 사이에 멀티플렉스 관람권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당시 매년 오른 관람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이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합니다.
◆ 조태현 : 팬데믹 말씀을 해 주셨는데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로 집합금지 이런 명령이 내려오면서 당시에 영화관들이 굉장히 어려웠잖아요. 그럼 그런 상황들은 지금은 개선이 됐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 노철환 : 네. 당시에 감염 문제, 방역 정책으로 인해서 극장은 제한 영업을 해야 했고요.
◆ 조태현 : 그렇죠.
◇ 노철환 : 실은 더 큰 문제는 당시 대형 상업 영화들이 극장 개봉을 포기한 채 OTT로 직행하는 경우가 잦아져서 극장에 볼만한 영화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게 더 큰 문제였습니다. 업계 1위인 CGV의 경우에 2019년 영업이익이 1,232억 원이었는데요. 관람료를 인상한 2020, 2021, 2022년 3년을 다 합친 매출액도 2019년 매출의 1.34배 정도에 그쳤습니다. 그 3년 동안 영업 손실액만 7,104억 원이었다고 합니다.
◆ 조태현 : 알겠습니다. 조금 전에 OTT 말씀도 해주셨는데 OTT가 활성화되면서 영화관도 타격을 받았다. 이렇게 인과관계가 성립이 됩니까?
◇ 노철환 : 실은 이 OTT의 등장으로 인해서 OTT 시장 자체가 크게 성장한 게 바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으로 극장이 침체했던 바로 그 시절이었는데요. 할리우드 같은 경우는 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극장 시장이 회복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극장 문은 열려 있지만 상영되었어야 할 기대작들이 OTT로 넘어감으로 인해서 극장 시장이 볼 만하지 않은 형태가 되었었고요. 결과적으로 관객들이 생각하기에는 '조금만 기다리면 OTT에 풀리는데 돈 들이고 힘들게 극장에 왜 찾아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조태현 : 아무래도 집에서 보는 게 영화관에서 보는 것보다는 더 편하고 조용할 테니까 그런 부분들이 분명히 작용을 했을 것 같고요. 그런데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물가 자체가 굉장히 많이 올랐잖아요. 인건비도 오르고 여러 가지 부대 가격 같은 것들도 많이 올랐는데 그렇게 따지면 영화 티켓 가격이 상승하는 것 이것도 자연스러운 일 아닙니까?
◇ 노철환 : 그런데 실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영화 티켓값 인상은 전 세계적인 현상에 가깝습니다. 뭐 일례를 들자면 작년과 재작년 2022년과 2023년 사이에 프랑스의 멀티플렉스 관람료는 현재 환율 기준으로 2만 2천원에서 2만 4천 5백원으로 올랐습니다. 일본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는 관람료가 상당히 오른 상태입니다.
◆ 조태현 :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거랑은 많이 다르긴 할 것 같아요. 어찌 됐건 가격이 올라가서 좋아할 소비자는 없을 테니까. 소비자들이 생각하기에는 영화 가격 수준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고 있습니까?
◇ 노철환 : 영화를 연구하는 저를 포함해서 영화로 먹고사는 영화인들을 제외하고 영화는 생존을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필수재는 아닙니다.
◆ 조태현 : 그렇죠.
◇ 노철환 : 여유가 있을수록 소비가 늘어나는 사치재 즉 문화적 사치품에 가까운 까닭이에요. 소비자는 쌀수록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거죠. 해서 제가 작년 여름에 영화진흥위원회 의뢰로 청년계층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요. 청년 1천 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가장 마땅한 관람료는 얼마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8~9천 원이 63.4%로 가장 많았습니다.
◆ 조태현 : 예 8에서 9천 원 정도.
◇ 노철환 :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OTT를 포함한 영화 관람 활동에 사용한 금액 수준인데요. 월 1만 원 미만이 36.2%, 1만 원에서 2만 원 사이가 27.1%, 2~3만 원이 17%였습니다. 즉 경제 지출 면에서 청년들에게 OTT와 극장은 공존이 아닌 선택의 대상이 된 셈입니다.
◆ 조태현 : 그러니까 OTT에 그만큼 돈을 쓰는 만큼 영화관에는 발을 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겁니까?
◇ 노철환 : 그렇습니다.
◆ 조태현 :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아까도 프랑스의 사례를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국가별로 관람료를 부담하는 거. 단순히 금액만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부담을 어떻게 느끼는가' 이거를 분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거는 어떻게 분석하신 겁니까?
◇ 노철환 : 영화 관람료 인상이 연달아 나타나면서 비판 목소리가 지금처럼 컸던 2022년 초에 제가 연구한 내용인데요. 적정한 관람료가 얼마일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관람료 부담 지수라는 개념을 만들었는데요. 특정 국가의 평균 연간 관람 횟수를 멀티플렉스의 실질 관람료하고 곱한 다음에 최저시급으로 나눠서 국가별 소비자의 연간 비용이 소득 수준과 갖는 상관관계를 규명하고자 했습니다.
◆ 조태현 : 어떤 결과가 나왔습니까?
◇ 노철환 : 당시에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과 비교를 했었는데요. 영화 관람료는 많게는 44%가량 우리나라가 저렴했지만 다른 어떤 나라보다 영화를 많이 보고 최저시급이 낮은 편이어서 한국의 관람료 부담 지수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동일한 계산법을 적용한다면 결과가 지금은 사뭇 달라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한국의 영화 관람 횟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관람료 인상 폭은 다른 나라보다 적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달러와 유로 강세라는 환율 문제까지 고려한다면 6개국 중에서 일본과 우리 한국이 5, 6위를 다투지 않을까 추정합니다.
◆ 조태현 : 알겠습니다. 예전 결과로는 관람료와 관람 횟수 그리고 소득 수준 같은 걸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의 부담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으로 보인다는 말씀을 해주셨고요. 하지만 어찌 됐든 우리나라가 많이 보는 거에 비해서는 급여 수준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관객들은 있을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 노철환 : 맞습니다. 방금 지적해 주신 것처럼 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득 수준과 다양한 면을 그리고 영화 관람 횟수를 고려한다면 여전히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 조태현 : 정부 역시도 이런 문제점을 많이 보고 있는 것 같아요. 티켓 가격 부담을 줄여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영화 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이거를 기재부에서 폐지했다고 합니다. 이게 뭡니까?
◇ 노철환 : 네 이 부과금은 영화 비디오법에서 관람료의 5% 이하의 부과를 규정하고 시행령에서 3%로 정해서 적용 중입니다. 평균 관람료 기준으로 하면 실은 500원이 아닌 300원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 조태현 : 300원에서 500원 정도 붙는 거를 폐지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영화관에서 티켓 가격을 바로 내린 것도 아닐 것 같은데 영화 업계에서는 이거를 그냥 받아들이는 분위기인가요?
◇ 노철환 : 네. 실은 이 문제는 상당히 복잡한 상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화 비디오법의 시행령을 수정해서 부과금을 폐지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인데요. 먼저 부과금 징수라는 모법의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둘째로는 부과금의 납부 주체가 극장이긴 합니다만 그 부과금은 투자, 배급, 제작사 그리고 극장 수입의 전체가 합쳐져 있는 형태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들 모두에게 수입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나아가 부과금은 영화발전기금의 재원이 되어서 한국영화아카데미 같은 교육기관을 비롯해서 한국 영화산업의 질서 유지와 자생력 강화를 위해 20년 넘게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 영화 부과금 폐지는 영발기금의 안정적인 유일한 재원을 없앤다는 점에서 단순히 관람료 인하가 아닌 실은 한국 영화 미래를 위협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됩니다.
◆ 조태현 : 알겠습니다. 이거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 그렇게 부과금을 줄였을 때 입장권이 줄어드는 효과는 크지 않은데 반대로 부작용은 좀 많을 것 같다는 말씀도 해주셨고요. 관객들의 요구는 그래도 여전하긴 합니다. 극장의 가격을 내릴 수 없는 상황 이렇게 의견 대립도 팽팽한데요. 양쪽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안이나 제도적인 장치 같은 것들도 있을까요?
◇ 노철환 : 네. 제가 정책과 현장 측면에서 각각 두 가지 아이디어를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먼저는 영화는 극장에서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극장에게 영화를 독점할 수 있는 개봉 기간을 보장해주는 '미디어 홀드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서 특정 영화가 상영 자원의 대부분을 독점하는 스크린 독과점 현상을 규제함으로써 다양한 영화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상영 환경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극장 쪽에서는 파격적인 전국 단위 관람료 할인 행사를 추진해서 누구나 부담 없이 극장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습니다. 팬데믹 말기에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3, 4달러 정도의 영화를 볼 수 있게 한 '시네마데이'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OTT처럼 극장에도 구독제를 도입했으면 합니다. 2천년에 프랑스에서 시작한 구독제는 일반 관람료의 1.5배 정도면 극장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제도인데요. 미국 영국, 독일 등 현재는 많은 나라에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 조태현 : 극장 구독자. 이거는 정말 좀 당기는데 저도 생기면 가입을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앞서도 말씀을 드렸는데 최민식 배우가 이야기를 했던 게 결국에 영화의 질 아닌가요? 그렇다면 영화의 질이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어떤 방안이 되는 거 아닙니까? 근원적으로는요?
◇ 노철환 : 맞습니다. 아무리 관람료를 낮추더라도 실은 볼만한 영화가 없다면 우리가 극장을 찾을 리가 없습니다. 알고 계시는 것처럼 봉준호 감독은 한국 영화아카데미 출신입니다. 관객이 만족하는 경쟁력 있는 한국 영화 그리고 한국 영화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극장 환경을 개선하고 또 이렇게 한국의 미래를 이렇게 힘을 실어주는 방법을 위해서는 실은 부과금 폐지가 아니라 영화발전기금의 재원 확대를 통해서 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해줘야 되지 않는가라고 생각합니다.
◆ 조태현 : 알겠습니다. 극장 환경도 중요하겠지만 대중성과 예술성을 다 갖춘 그런 영화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 이 부분도 상당히 중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노철환 인하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님과 함께 지금 극장 티켓 값에 대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노철환 : 네 감사합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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