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투숙객 70%가 사상...미숙한 초기 대응·스프링클러 미설치가 피해 키워

지홍구 기자(gigu@mk.co.kr) 2024. 8. 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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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 호텔 화재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과 소방 당국이 화재 피해자를 사망 7명, 중경상 12명으로 최종 집계했다.

23일 소방 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39분께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 있는 9층짜리 객실에서 불이 나 20~50대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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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숙객 27명 가운데 7명 사망·12명 중경상
스프링클러 없고, “타는 냄새 난다” 민원 때
호텔 측 현장 꼼꼼히 확인했으면 더 빠른 조치 가능
경찰, 소방·국과수·재난안전연구원과 합동 감식
22일 오후 7시 39분께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9층짜리 호텔 8층에서 불이 나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경기 부천 호텔 화재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과 소방 당국이 화재 피해자를 사망 7명, 중경상 12명으로 최종 집계했다. 투숙객 27명 가운데 무려 70%가 피해자다.

호텔 측 부실 대응과 소화 시설인 스프링클러 미설치가 인명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소방 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39분께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 있는 9층짜리 객실에서 불이 나 20~50대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남성 4명, 여성 3명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남녀 2명은 8층에서 지상에 설치된 소방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으나 매트가 뒤집히면서 사망했다. 먼저 떨어진 여성이 에어매트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 쪽으로 떨어지면서 반동에 의해 에어매트가 뒤집히고, 2~3초 뒤 뛰어내린 남성은 큰 충격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당시 소방 당국은 호텔 외부 1층에 가로 4.5m, 세로 7.5m, 높이 3m 규모의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이 매트는 128km 낙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10층 이하 건물에 배치할 수 있는 규격이다.

애초 외국인 1명이 사망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망자는 모두 한국인 국적으로 확인됐다.

사상자 대부분은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810호 객실 인근 8~9층 투숙객으로 알려졌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사상자들은 8층과 9층 객실 내부를 비롯해 계단과 복도 등지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화재 이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정황이 속속 확인되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전날 불이 나기 전 한 투숙객이 810호 객실에 들어갔다가 타는 냄새를 맡고 호텔 측에 객실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소방당국은 “‘810호 객실에서 연기가 발생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면서 “신고된 810호에는 투숙객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투숙객이 화재 의심 민원을 호텔 측에 제기했을 때 현장 확인을 꼼꼼히 했더라면 승객 대피 등이 우선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호텔 측 초동 조치가 아쉬운 대목으로 분석된다.

스프링클러 미설치도 피해를 키웠다. 2003년 해당 호텔이 준공될 당시에는 객실 내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었다. 스프링클러는 2017년부터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에 층 마다 설치하도록 의무화됐지만, 일부 병원 등을 제외하면 설치 의무가 소급 적용되진 않는다. 이 때문에 지어진 지 오래된 건물은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다중이용시설 업주에게는 경제적 부담이 있겠지만 스프링 클러 미설치에 따른 고위험 피해 영향을 고려해 제한적으로라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될 수 있도록 업주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이와함께 소방 안전 매트도 뒤집힌 부분에 대한 원인 분석을 충분히 해 기능적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천 호텔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84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한 경기남부경찰청은 오전 11시 경찰 12명, 소방 10명, 국립과학수사연구원 4명, 국립재난안전연구원 5명과 합동감식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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