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매직’ 실종 사건…당신이 올여름 역대급 더위 느낀 이유 [The 5]

송경화 기자 2024. 8. 23. 10: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 파이브: The 5]
지난 17일 밤 서울시 한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날씨 알리미 전광판에 온도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지난 22일 절기상 더위가 물러난다는 ‘처서’가 지났지만, 다음 주에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겠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여름 무더위의 기세도 이맘때가 되면 누그러진다는 뜻의 ‘처서의 마법’이 올해는 통하지 않는 건데요. 24절기가 더는 의미 없는 걸까요? 그나마 올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인 걸까요? 개인은 뭘 할 수 있을까요? 지구환경팀 정봉비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The 1] 앞으로는 ‘처서의 마법’을 기대하기 어려운 건가요?

정봉비 기자: 24절기가 애초에 한국에선 안 맞는 부분이 있었어요. 실제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지난 30년 동안 처서 때 기온을 보면, 기온이 섭씨 30도가량 되는 날이 절반 정도 돼요. 따지고 보면 처서라고 늘 그렇게 시원하지는 않았던 거죠.

절기는 중국이 농경시대 때 계절 구분을 위해 만들었거든요. 태양과 지구의 각도에 따라 지구에 들어오는 태양 복사 에너지의 양이 달라지잖아요. 이걸 24개로 나눈 거죠. 그런데 중국과 한국은 경도가 다르잖아요. 또 한국은 삼면이 바다지만, 중국은 땅덩어리가 큰 내륙이니까 기본적인 환경도 다르고요.

사실 여름이 얼마나 뜨겁냐를 결정할 때 태양 복사 에너지의 양도 영향을 미치지만, 더 중요한 건 고기압이에요. 우리나라 여름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건 덥고 습한 해양성 고기압인 ‘북태평양 고기압’인데요. 이게 우리나라에 얼마나 더 많이 확장해있느냐가 더위에 주요 변수가 되거든요. 올해엔 북태평양 고기압의 발달 정도가 매우 강했어요. 기상학자들 설명으론, 올해 북태평양 서쪽 해역의 수온이 많이 올라서 그렇다고 해요. 해수면 수온 상승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볼 수 있고요.

[The 2] 올여름 역대급으로 더웠던 거 맞죠?

정봉비 기자: 역대급 여름이라고 할 땐 폭염 일수가 며칠이냐, 최고기온이 얼마냐가 기준이 되는데요. 올해 최고기온은 2018년(41도) 만큼 오르지 않았어요. 폭염 일수도 평년보다는 길었지만 2018년이나 1994년보다는 짧았고요.

역대급으로 덥다고 느낀다면, 그건 아마도 열대야 때문일 거예요. 올여름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열대야거든요. 서울에서 23일 기준 33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근대적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래 가장 긴 기록이에요. 2018년에 26일로 최장 기록을 세웠는데, 올여름 매일 신기록을 경신하는 중이죠.

원래는 낮에 발생한 열이 밤에는 방출돼야 하는데요. 북태평양 고기압 확장으로 남쪽에서 불어온 고온 다습한 공기가 많다 보니까 그 효과가 상쇄되고 있어요. 습도가 높으면 공기가 밤에도 잘 식지 않아요. 사우나 느낌의 밤이 이어지게 되는 거죠.

지난 17일 제주도 구좌읍 김녕 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The 3] 태풍이 지나가면 더위가 한풀 꺾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태풍 ‘종다리’가 왔다 가도 선선해지지 않았어요.

정봉비 기자: 태풍이 온다고 해서 항상 더위가 식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더위가 더 강화되는 경우가 많아요. 7월 말에 태풍 ‘개미’가 발생했는데, 그때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는 태풍이 맞물리면서 톱니바퀴처럼 됐거든요? 그 사이로 틈이 생겼고, 그곳이 고온 다습한 공기가 들어올 통로가 되면서 더 더워졌어요. 태풍 자체도 열 덩어리이기 때문에 뜨겁기도 하고요.

물론 태풍이 더위를 누그러뜨릴 때도 있긴 해요. 태풍이 한반도에 배치된 기압계를 깰 정도로 강도가 셀 때 말이죠. 즉, 태풍이 북태평양 고기압을 몰아낼 정도로 셀 때 좀 시원해지는데요. 지금까지 온 태풍들은 그 정도로 강도가 세지 않았어요.

[The 4] 앞으로는 어떨까요? 여름에 더 더워질까요?

정봉비 기자: 장기적으로 볼 때 그걸 부정할 순 없어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이 매달 지구 표면 온도를 측정해 발표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 기록이 계속 경신되고 있거든요. 지난 7월이 자신들이 관측한 175년 중 가장 더운 7월이었다고 해요. 올해가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은 77%라고 하고요.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계속 올라가는 추세인 만큼 여름은 더 더워질 거로 보여요. 봄과 가을은 점점 짧아질 거고요.

겨울은 어떨지 궁금하죠?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변동성이 커진다는 건데요. 중간 날씨보다는 폭염이나 극한 추위 같은 극단적인 날씨가 많아지는 거예요. 온실가스로 인해 대기의 균형이 무너져버렸기 때문이죠. 결국 겨울에 한파나 너무 추워지는 현상도 더 많이 일어날 거로 예상돼요. 결과적으로 여름은 더 덥고, 겨울은 더 추워지는 거죠.

[The 5] 암담한데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정봉비 기자: 에어컨을 덜 트는 개인의 노력도 정말 중요하지만, 핵심은 국가 차원의 대응이에요. 개인보다는 기업, 산업에서 방출하는 온실가스가 훨씬 더 많거든요. 혹시 ‘파리기후협정’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2030년까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내로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국가들이 목표치를 정한 건데요. 각 국가의 목표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아요.

그래서 지금 국가마다 기후소송이 여럿 열리고 있거든요? ‘목표치가 너무 부족하다’, ‘지구온난화로 내 삶이 너무 힘들어져 기본권이 박탈된다’는 취지로 개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거예요. 국내 헌법재판소에서도 아시아 최초로 기후소송이 진행 중인데, 여기에 관심을 더 가지는 건 어떨까요? 개인의 관심이 더 모여야 국가와 산업 사이드에서 압박을 느끼며 제대로 변화할 수 있을 테니까요.

▶[The 5]에 다 담지 못한 올여름 폭염 현황과 문제점을 휘클리에서 읽어보세요.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하기.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