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위해 상속세율 인하? 통계가 들춰낸 진실 [추적+]

김정덕 기자 2024. 8. 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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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중산층 위해 상속세율 낮춘다지만
상위 1%가 상속세 90%를 부담
실제 상속세 부담률 고작 20%대
세금 할인 감안하면 10%대 불과
상속세 최고세율 부담도 거의 없어
결국 부자들을 위한 상속세율 개편

"상속세의 세율과 면제범위를 조정하고, 자녀공제액도 대폭 확대해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 지난 7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현재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게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라는 얘기다. 과연 상속세율을 낮추면 중산층의 부담이 줄어드는 걸까.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상속세율 인하가 중산층을 위한 것이라 주장한다.[사진=뉴시스]

지난 7월 윤석열 정부가 상속세율을 대폭 낮추는 정책(30억원 초과 50%→10억원 초과 40%)을 2024년 세법개정안에 담아 발표한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은 별다른 게 아니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상속세율 인하는 부자감세"라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정부는 "상속세율 인하는 중산층의 세금 부담 완화"라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특히 정부는 우리나라의 현행법상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인 점을 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다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을 편다. 실제로 OECD 37개 국가들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곳은 23개국, 상속세가 없는 국가는 14개국이다.

법적 상속세 최고세율(명목세율)을 보면 일본이 55%로 가장 높고, 프랑스가 45%, 미국과 영국이 40%, 스페인이 34%, 아일랜드가 33%, 벨기에와 독일이 30% 수준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일본 다음으로 높은 셈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주장에 허점이 있다는 거다. 우선 상속세 최고세율이 정말 상속세를 유지한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높은지 좀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물론 법에 규정된 상속세 최고세율로만 비교하면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상속세 최고세율이 높은지 혹은 낮은지는 법 규정이 아니라 경제적 실질로 따져야 한다. 예컨대 법정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라고 해도 각종 공제가 많아 실효세율이 낮다면 최고세율이 높다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실효세율로 비교해봐야 한다.

다만, 실효세율을 계산하는 방법은 신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실효세율을 계산할 때 '과세표준(과표)' 대비 상속세 납부액을 실효세율로 설명하는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상속세 과세가액' 대비 상속세 납부액을 실효세율로 보는 게 타당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좀 더 쉽게 풀어보자. 일단 상속세 과세가액은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이 남긴 총재산가액에서 비과세재산가액과 각종 채무 등을 공제한 재산(실제 상속인이 받는 재산)에 과세를 한 것이다. 등식으로 표현하면, 피상속인의 [총재산가액-비과세재산-각종 채무]다.

반면,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과표'는 여기서 기초공제ㆍ배우자공제 등 각종 공제를 더 제외한다. 당연히 결정세액이 줄어들어 실효세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금 공제 과정을 거친 과표를 토대로 상속세 실효세율을 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런 맹점을 충분히 고려해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총 상속발생인원, 총 상속과세가액, 총 상속세수를 분위별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상속세 실효세율을 따져 봤다. 동시에 상속세율 인하가 과연 누굴 위한 것인지도 함께 살펴봤다.

[※참고: 기초 자료는 전종덕 진보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2019~2023년의 '상속세 과세가액' 백분위 자료를 활용했다. 피상속인 모수는 상속이 발생한 사람(사망자)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그래야 분위별 상속세 과세가액과 상속세 부담액, 실효세율 등을 알 수 있어서다.]

이제 분석 결과를 보자. 지난 5년간 상속발생 인원은 매년 30만~37만명 수준이었다. 그 가운데 상위 2%(매년 6000~7500명 수준)의 피상속인이 전체 상속세의 95.9%(5년 평균)를 부담했다.

이들의 과표 대비 결정세액 비율은 16.7%에 불과했다. 상속세 과세가액으로 기준을 바꾸면, 세율은 5.5%에 불과했다. 법적으로 내야 하는 상속세보다 더 적은 상속세를 냈다는 건 그만큼 상속세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할인 정책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피상속인 범위를 최상위 1%로 좁혀봤다. 피상속인은 매년 3000~3700명 발생했고, 이들이 전체 상속세의 90.3%(5년 평균)를 부담했다. 최상위 1%가 상속세의 대부분을 부담한다는 얘기다. 이들의 과표 대비 결정세액 비율은 22.4%, 상속세 과세가액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세율은 10.2%였다.

피상속인 범위를 '법적 상속세 최고세율 대상자'로 더 좁혀봤다. 그랬더니 상속세 납부 의무가 발생한 피상속인은 79~255명 수준으로 확 줄었다. 0.09% 이하의 최상위 피상속인들은 전체 상속세 결정세액의 59.3%(평균)를 부담했다. 과표 대비 결정세액 비율은 42.5%, 상속세 과세가액 대비 세율은 35.7%였다. 최고세율 대상인 이들조차도 세율대로 세금을 부담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기준으로도 한번 살펴보자. 최상위 1%의 피상속인이 전체 상속세의 89.1%를 부담했다. 이들의 과표 대비 결정세액 비율은 25.8%였다. 극 최상위 피상속인은 100명(0.03%)이었고, 이들은 전체 상속세의 59.6%를 부담했으며, 과표 대비 결정세액 비율은 46.2%였다.

분석 자료들을 종합하면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전체 피상속인 중 상위 1%가 90%에 가까운 상속세를 부담하고, 이들의 과표 대비 결정세액 비율은 평균 22.4%에 불과하며, 상속세 할인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상속세 최고세율을 부담하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들이 부담하는 상속세가 전체 상속세의 60%가량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하면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따라 누가 이득을 보게 될 것인지 분명히 드러난다. 상속세율이 낮아지면 그 혜택은 상위 1% 혹은 0.03%의 피상속인과 그 가족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중산층을 위한 상속세율 인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sonjongpil@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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