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만나는 '티메프 피해' 판매자들…제도 개선 어떻게?

공정위, 피해 판매자와 ‘제도 개선 간담회’
정산 주기 현실화…PG 별도 관리 등 안건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검은 우산 집회'를 열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 이후 관련 제도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정산 주기 문제나 지급결제대행업체(PG사) 별도 관리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2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거래위원회 유통대리점정책과는 이날 오후 티메프에서 판매 대금 미정산으로 피해를 당한 판매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한다. 판매자들로부터 제도 개선에 대한 건의사항 등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다. 피해 판매자들은 판매 대금 정산 주기를 비롯해 ‘갑질’ 등 그동안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입점 후 경험한 부당한 점들을 피력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 이후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검토를 하고 있다”며 “이해관계자인 입점 판매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한 차원”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티메프 사태 이후 정부도 제도 개선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위 차원에서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유통사의 판매대금 지급 시한을 40~60일로 의무화하고 있다. 대규모유통업자들은 매월 판매 마감일 기준 40일 안에 납품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쿠팡 ‘로켓배송’과 같은 직매입 거래의 경우에는 상품 수령일부터 60일 안에 지급하면 된다.

일각에서는 정산 주기를 줄여 판매자들의 대금을 유용할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급 시한의 기준점을 판매 마감일에서 배송 완료, 또는 상품 수령일 등으로 바꾸는 방안도 거론된다.

더 나아가 티메프 같은 오픈마켓 형태의 중개사업자들에 대해 대금 정산 기한을 규정하는 내용도 논의되고 있다. 현행법에는 플랫폼 중개업자들의 정산에 대한 규제가 없다. 티메프의 모기업 큐텐은 정산 주기를 제도보다 길게 운영하며 판매자 대금을 사업 확장에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플랫폼 중개업자에도 대금 정산 기한을 정하고, 결제 대금 별도 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입점 판매자와 거래 관계의 투명성·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PG 서비스에 대한 규제도 논의 중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지급결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관련 규제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PG사에 ‘이중분리’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커머스 사업자의 PG 겸업을 차단하는 동시에, PG에 고유계정과 지급결제계정을 나눠 업체들이 결제 자금을 빼돌릴 수 없게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PG의 이중분리로 결제금 지급의 완결성을 보장해야 시장이 존재·발전할 수 있다”며 “티메프처럼 정산을 미룰 이유도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티메프 피해 관련 미정산 금액은 총 8188억원 규모다. 정부는 판매자 피해 구제를 위해 대출과 이차 보전 만기 연장 등 총 1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