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부른 후쿠시마 핵연료 잔해 운반 취소

홍석재 기자 2024. 8. 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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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 1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13년 만에 처음 시도하려 했던 핵연료 잔해(데브리) 시험 반출이 직전에 취소된 것은 도쿄전력의 어설픈 작업 준비 탓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3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22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핵연료 잔해물의 시험 반출이 착수 전 준비단계에서 중단됐다"며 "초보적인 실수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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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 번호 매긴 파이프 연결 뒤바뀌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를 꺼내기 위한 장치. 이 장치는 미쓰비시중공업이 개발해 지난 5월에 공개됐다. AP 연합뉴스

후쿠시마 제 1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13년 만에 처음 시도하려 했던 핵연료 잔해(데브리) 시험 반출이 직전에 취소된 것은 도쿄전력의 어설픈 작업 준비 탓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3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22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핵연료 잔해물의 시험 반출이 착수 전 준비단계에서 중단됐다”며 “초보적인 실수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고 보도했다. 앞서 도쿄전력은 전날인 22일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원자로에서 소량의 핵연료 잔해 시험 반출을 하려 했다.

반출 장치는 5개의 파이프를 연결해 22m길이 낚싯대처럼 만든 뒤 마지막 부분에 핵연료 잔해를 끄집어낼 손톱 모양 장비가 달린 장치였다. 도쿄전력은 원전 내부 직경 60㎝의 배관 안에 이 파이프를 넣어 손톱 형태 장비를 조작해 3g 정도 핵연료 잔해를 꺼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작업 직전 5개의 파이프 가운데 첫번째와 네번째가 뒤바뀐 것이 발견돼 작업이 중단됐다. 해당 파이프에는 작업 오류를 막기 위해 5㎝ 크기로 각각 순서에 맞는 번호가 매겨져 있었는데도, 관련 작업자 누구도 이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다른 시설에서 해당 장비의 작동을 이미 확인했기 때문에 성공할 것으로 확신했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이날 시험 반출 시도가 실패한 뒤 다음 일정을 세우지도 못하고 있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이날 아사히신문에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대책을 확실히 세워서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 원자로 바닥에 남아 있는 핵연료 잔해는 총 880t에 이르며, 핵연료 잔해 제거는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를 위한 핵심적 작업이다. 2011년 폭발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작업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고난도 작업으로, 도쿄전력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2051년까지 폐로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작업에 참고하는 것은 1979년 핵연료가 녹아내렸던(노심용융)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례인데, 스리마일 원전 폐로도 2037년이 목표다. 더구나 일본원자력 학회 폐로검토위원회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스리마일 원전과 견줘 핵연료 잔해가 7배나 많이 있고 내부 구조도 훨씬 복잡하다.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 물질 오염수 방류가 중단되려면 원전 폐로가 완료돼야 한다. 따라서 이번 핵연료 시험 반출 실패로 수십년으로 예정된 오염수 방류 기간이 더 길어질 우려가 있다. 마쓰오카 슌지 와세다대 교수(환경경제학)는 요미우리에 “폐로 지연은 지역 경제 회복과 주민 귀환 등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와 도쿄전력은 현실적인 폐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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