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은비와 이별뒤… 세상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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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순 시인이 '사과의 길'(문학동네)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동시집 '초록 뱀이 있던 자리'를 펴냈다.
시인은 아주 작은 아기 사과를 꼭 끌어안는 해님처럼 첫 동시집에서 애정 어린 손길로 아이의 마음을 도닥이며 감동을 주었다.
시인은 은비에게 마음을 몽땅 주었고 그건 은비도 마찬가지였을 테다.
3년 전 여름, 은비와의 이별을 겪은 시인은 은비에게서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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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뱀이 있던 자리
김철순 지음│문학동네
김철순 시인이 ‘사과의 길’(문학동네)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동시집 ‘초록 뱀이 있던 자리’를 펴냈다. 시인은 아주 작은 아기 사과를 꼭 끌어안는 해님처럼 첫 동시집에서 애정 어린 손길로 아이의 마음을 도닥이며 감동을 주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오며 시인의 시 세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초록 뱀이 있던 자리’는 ‘비어 있는 자리’에서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곳, 그래서 좀처럼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하는 곳이다. 시인을 따라 가만히 기다린다. 비어 있던 들판에는 초록 바람이 불고 풀꽃이 손을 흔든다. 어둠 속에서는 아카시아꽃 향기가 뛰쳐나온다. “고양이는 어디 가고/ 울음만 굴러”(‘고양이 울음’)가는 것까지 다 보인다.
여기, 또 다른 빈자리에는 온기가 여전하다. 누가 다녀간 것일까. 시인에게는 강아지 ‘은비’가 다녀갔다. 털은 은색, 눈 색깔은 짝짝이인 은비는 작은 꼬리를 흔들며 시인을 졸졸 따라다녔다. 시인은 은비에게 마음을 몽땅 주었고 그건 은비도 마찬가지였을 테다. 3년 전 여름, 은비와의 이별을 겪은 시인은 은비에게서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온몸과 온 마음으로 한 존재를 사랑해 본 경험은 세상의 모든 존재를 향한 사랑과 관심으로 이어진다. 시인은 세상 만물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준다. 길을 가다 만나는 풀꽃에게도 여치에게도 반갑다고 말해 준다. 시인의 호명으로 모두가 화합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은비야!” 하고 불러 보듯이, 그러면 또 언제든 은비가 달려와 시인의 품에 안기듯이 말이다.
시인이 터득한 사랑 방식으로 지은 집이 있다면 “덩치 큰 코끼리가 스무 마리쯤 놀러 온다고 해도 걱정 없”는(‘오래된 집’) 집일 것이다. 여린 마음을 지킬 수 있는 벽을 가진 견고한 집일 것이다. 살면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질 때 틀림없이 다시 두드리게 될 테다. 강아지와 강아지풀이 초록 물이 든 채 함께 사는 이 집의 문을. 128쪽, 1만2500원. 남지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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