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정독, 읽을 때마다 주요인물 달라지네”…‘다시 읽기’의 진가[출판평론가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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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비평가 비비언 고닉의 '끝나지 않은 일'은 "읽고 또 읽은 책들"에 관한, 더불어 그 책들을 통해 "자기 서사의 고백"을 담은 책이다.
그는 "날 때부터 책을 읽은 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책과 한 몸을 이룬 사람이었다.
여러 해에 걸쳐 그의 글을 탐독한 고닉은 "읽을 때마다 인간이 고통과 쾌감을 느끼는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지적으로 실감하는 데서 오는 뜨거운 고양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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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비평가 비비언 고닉의 ‘끝나지 않은 일’은 “읽고 또 읽은 책들”에 관한, 더불어 그 책들을 통해 “자기 서사의 고백”을 담은 책이다. 그는 “날 때부터 책을 읽은 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책과 한 몸을 이룬 사람이었다. 독서가 “머릿속 가득한 혼돈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며 순수하고 온전한 안식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그는 책, 그중 문학이 삶에 주는 풍요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문학작품에는 일관성을 갈구하는 열망과 어설프고 미숙한 것들에 형태를 부여하려는 비상한 시도가 각인되어 있어, 우리는 거기서 평화와 흥분, 안온과 위로를 얻는다.”
“책 읽기만이 내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고 말하는 고닉에게, D. H. 로런스의 ‘아들과 연인’은 처음 접한 스무 살 이후 “성서와 다름없는 신성한 텍스트”였다. 15년 동안 세 번을 더 읽었고, 그때마다 “동일시하게 되는” 주요 인물이 달라졌다. 애초에는 주인공 폴의 첫 연인 미리엄이 눈에 밟히더니, 세 번째 읽기에 가서야 주인공 폴이 보였다. 하지만 원숙한 장년기에 다시 읽는 ‘아들과 연인’은 잘못 알고 있는 것투성이였다. 로런스의 작품이 대개 그런 평가를 받고 있듯이, 그도 젊어서는 ‘아들과 연인’이 “열렬한 성애를 다룬 작품”으로만 알았다. 하지만 로런스는 “‘위대한 정념’의 체험으로 삶을 빚어내고 싶다는 갈망이 화려하고 장대한 규모로 삶을 살아내길 열망했던” 젊은 세대의 자화상을 그렸고, 고닉은 늦게서야 그 진의를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젊어서 읽은 모든 것이 오독일까. 아니다. “앎이 아직 여물지 못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시 읽기는 그래서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고닉으로 하여금 “삶을 더 사랑하게 하는 작품들을 자주 써준 작가”는 이탈리아 작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였다. 여러 해에 걸쳐 그의 글을 탐독한 고닉은 “읽을 때마다 인간이 고통과 쾌감을 느끼는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지적으로 실감하는 데서 오는 뜨거운 고양감”을 느꼈다. 긴츠부르그는 “우리가 서로를 사람답게 대하지 못하게 만드는 우리 내면의 갈등이 무엇인지 그 정체를 파악”하려고 애쓴 작가다. 고닉은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긴츠부르그의 소설 ‘저녁의 목소리들’과 회고록 ‘가족의 말들’을 소개하며, 스스로를 타자화할 수 있는 삶의 경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끝나지 않은 일’을 고닉의 독서 편력으로 읽어도 좋다. 그가 기록하고자 했던 스스로의, 그리고 모든 사람의 삶의 자취에 대해 한 번 더 숙고하며 읽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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