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엔비디아 주가 업사이드 제한적… 내년 상반기 이후 AI株 투자 주의해야”
엔 캐리 드레이드 청산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급락한 글로벌 증시가 점차 진정되는 모습이다. 8월 초 증시 폭락에서 다른 섹터보다 큰 조정을 받은 인공지능(AI) 관련주도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 우황제 작가는 반도체를 필두로 한 AI 관련주 전망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질문을 여럿 받는다고 한다. "이번 주가 폭락으로 글로벌 빅테크가 AI 산업으로 수익을 못 낸다는 게 드러났다. 이제 AI 관련주는 다 끝난 거 아닌가"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대장주니까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다. 지금 들어가도 될까" 같은 질문이다. 이에 대해 우 작가는 "AI 산업은 앞으로도 성장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각 기업 주가의 밸류에이션"이라며 "1~2년 후 AI 서버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일 경우 관련주도 함께 급락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8월 20일 우 작가를 만나 AI 거품론과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 전망을 들었다.
"밸류에이션 높으면 사소한 악재에도 주가 급락"
"빠르게 성장한 산업은 주식 거품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거품 우려가 언제 현실화되는지가 문제일 뿐이다. AI 관련주 거품론은 아직 주가 하락 원인을 사후적으로 분석한 느낌이다. 하지만 1~2년 후에는 주가 급락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은 AI 서버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급증하는 초입 구간이다. 과거 고성장 산업의 설비투자 사이클을 보면 2~4년가량 집중 투자가 이뤄졌다. 그 후 2년 정도 투자가 줄어들고 다시 늘어나는 식의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이다. 현재 AI 산업은 여전히 설비투자를 늘리는 과정에 있기에 거품 붕괴 우려는 아직 '논(論)'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들 기업도 어느 순간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 직면할 것이다. 가령 2020년 D램, 낸드플래시, GPU(그래픽처리장치), CPU(중앙처리장치) 등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자 기업들이 관련 투자에 몸을 사렸다. AI 산업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빅테크가 AI 사업으로 이렇다 할 수익을 못 내고 있다는 우려는 어떻게 보나.
"상당수 투자자가 이제야 AI 산업이 생각보다 돈을 못 버는데 주가만 너무 앞서 나갔다고 우려한다. 사실 AI 기업이 관련 사업으로 큰돈을 못 벌고, 당분간 제대로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얘기는 1년 전부터 계속 나왔다. 최근 AI 반도체 기업 주가가 한 번 꺾이자 뒤늦게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런 시각이 다시 부각됐을 뿐이다. 현 상황에서 기업들이 AI 사업으로 돈을 버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AI 서버 기업의 설비투자는 증감을 반복할 것이다. 이때 투자를 줄이는 원인은 다양하고 예측도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일단 기업 주가와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사소한 이유로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AI 반도체 주식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지 않았다면 이번 조정 때도 하락폭이 크지 않았을 것이다. 밸류에이션은 곧 거품 크기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거품이 클수록 사소한 이슈에도 터질 우려가 있다."
"엔비디아에 집착하는 건 금물"
"내년 상반기가 지나면 AI 관련주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제 슬슬 AI 산업의 상승 사이클이 마무리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게 맞다. 물론 본격적인 주가 조정 시기가 언제 찾아올지는 특정할 수 없다. 가령 최근에도 반도체 주가가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됐다. 이처럼 주가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 고점까지 가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반도체 가격이 생각보다 더디게 오를 경우 서버업체의 설비투자는 계속될 것이다. 당장 AI 관련주가 폭락할 테니 절대 투자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AI 산업도 언제까지고 성장만 할 거라고 낙관하지 말고 이번 사이클이 끝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투자자들 이목은 다시금 엔비디아로 쏠리고 있다. 이번 '블랙먼데이'에 하락한 엔비디아 주가는 재차 전 고점을 향해 상승하고 있다.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엔비디아 투자에 대한 관심도 고조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 작가는 "엔비디아 주가에 업사이드(upside·상승 여력)가 분명 있긴 하다"면서도 "내가 되묻고 싶은 것은 엔비디아보다 업사이드가 더 큰 영역과 종목이 있는데 왜 굳이 엔비디아에만 집착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현재 엔비디아처럼 업사이드가 작은 종목은 투자 기간도 짧게 가져가야 하는데 상당수 투자자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남은 업사이드를 기대하며 밸류에이션이 높은 종목을 사는 투자자는 '차세대 제품' '성장성' 등 기술 관점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수익을 올리고 재빨리 나와야 하는데 앞으로도 주가가 2~3배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계속 쥐고 있다가 결국 물리는 것이다. 지나치게 기술 관점에서만 투자해선 안 된다. 엔비디아의 현 주가 수준을 감당할 수 있고 업사이드를 누릴 수 있다면 언제 사도 무방하다. 하지만 업사이드가 작은 종목과 아직 크게 남은 종목이 있다면 후자를 택하는 게 합리적이다."
엔비디아의 신형 GPU 출시가 현실화하면 주가도 새로운 모멘텀을 맞지 않을까.
"신제품이 출시되면 엔비디아 실적에도 기여하고 주가도 일부 탄력을 받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엔비디아가 새로운 고성능 제품을 내놓더라도 가격을 예전처럼 공격적으로 올리긴 어렵다고 본다. 앞서 엔비디아가 H100을 출시했을 때는 가격이 계속 올랐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H100을 납품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 1년에서 최근에는 3~6개월까지 짧아졌다. AI 기업들이 다른 기업 제품을 도입하면서 엔비디아 의존도를 조금씩 줄이는 것도 변수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연산 속도가 기존보다 2.5배 빠른 신제품을 출시하더라도 가격을 덩달아 2.5배 높이긴 어렵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H100이 3만~4만 달러(약 4000만~5350만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요-공급 분위기를 보면 새 제품 가격도 비슷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예전처럼 엔비디아가 신제품 가격을 드라마틱하게 올리지 못한다면 이미 주가가 높은 상황에서 '악재'로 받아들여져 조정받을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전력 반도체' 기업 주목"
AI 산업에서 주목할 다른 섹터는 무엇인가."AI 산업이 계속 성장하면 기존 일반 서버나 클라우드 서비스에도 AI 기능이 탑재될 수밖에 없다. 일반 기업용 서버도 효율성을 높이려고 각종 AI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다. 그럼 구글이나 메타처럼 AI 서버에 대규모로 투자한 기업 말고도 일반 서버나 데이터센터 업체도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서버와 서버 간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거기에 '통행료'를 걷는 통신사 수익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부문은 서버 안에서 전력을 각 반도체로 분배하는 '전력 반도체' 영역이다. 칩의 전력 소모가 늘면서 AI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전력 반도체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기존 전력 반도체는 전기차에 주로 쓰였는데, 최근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업황이 부진한 상태다. 향후 1~2년 앞에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전력 반도체가 나온다면 관련 기업 수익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Copyright © 주간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