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21人이 본 사회상… 길 잃은 현대인을 위로[북리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 사회의 모습을 한 줄로 정리해 말할 수 있을까.
세계적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K-콘텐츠의 주요 내용이 경쟁과 우울증, 저출생과 자살이라는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조명하는 데서 비롯한다는 것도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처럼 빠르고 복잡한 사회 변화 속에서도 인간의 삶과 가치를 그들만의 속도로, 하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에 소설은 때론 어떤 현실적인 르포르타주보다도 더 사회의 진짜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내곤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강명 외 지음│은행나무
한국 사회의 모습을 한 줄로 정리해 말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대중문화만 보더라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K-팝이 세계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동안 한국 영화계에서는 ‘극장의 위기’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세계적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K-콘텐츠의 주요 내용이 경쟁과 우울증, 저출생과 자살이라는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조명하는 데서 비롯한다는 것도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처럼 빠르고 복잡한 사회 변화 속에서도 인간의 삶과 가치를 그들만의 속도로, 하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소설가들이다. 손에서 종이로 된 텍스트가 멀어진 시대에도 그들은 인간의 다양한 삶의 형태를 집요하게 관찰해 글로 풀어낸다. 그렇기에 소설은 때론 어떤 현실적인 르포르타주보다도 더 사회의 진짜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내곤 한다.
이 책에 묶인 작가들과 그들의 소설이 그러하다. 오늘날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21명의 작가들은 이 사회의 관찰자인 동시에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바라본 사회상을 4000자 내외의 글로 꺼내놓는다. ‘고물가’의 김멜라와 ‘거지방’의 이서수 작가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사실주의를 보여주고, 장강명·정보라·곽재식 작가는 현실에 발 디딘 미래란 어떤 것인지 특유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펼친다. 또 이경란 작가는 ‘덕질’, 천선란 작가는 ‘새벽 배송’, 정이현 작가는 ‘반려동물’을 통해 보통의 일상을 때론 따뜻하고 때론 차갑게 그려낸다.
책은 지난해 가을부터 올봄까지 문화일보 지면을 다채롭게 꾸몄던 ‘소설, 한국을 말하다’ 시리즈를 한데 모은 것이다. 책머리 기획의 말에는 소설들이 ‘보이는 것과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세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여야 할 것을 보여준다’고 적혀 있다. 이처럼 너무나도 많은 정보 속에서 오히려 길을 잃고, 편식이 심한 현대인에게 이렇게 권하고 싶다. 잠시 책을 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21편의 단편이 의외의 위로를 전해줄 것이라고.
신문은 매일의 뉴스를 담으면 그뿐, 다음 날이 되면 사무실 한편에 처박히는 게 운명일지 모른다. 그러나 작가들의 소설은 그보다 오래 살아남아 언제든 펼쳐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할 나위가 없다. 248쪽, 1만68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살기 위해 몸 던졌지만…에어매트에 뛰어내린 2명 숨져
- ‘청담동 술자리 의혹’ 첼리스트 “태어나서 윤석열·한동훈 본 적 없어”
- “인민 열렬 사랑 김정은” 글 게시 매체, 최재영 목사 창간에 참여
- ‘죽음의 항해’된 영국판 ‘빌 게이츠’의 호화요트 파티…침몰 사흘만 시신 5구 발견
- [속보]스키선수 등 한국인 3명 뉴질랜드서 교통사고로 숨져…1명은 중태
- “건강했던 명문대 대학원생 딸”…양재웅 운영 병원 사망 가족, 고인 사진 공개
- 월급 못 준 직원 수십명인데…일도 안 한 아내·며느리에 고액 임금 준 건설사 대표
- ‘19명 사상’ 부천 호텔 화재는 예고된 참사…객실에 스프링클러 없었다
- 김종인 “윤 대통령 창당? 누가 가겠나…야권서 이재명 대항마는 법원뿐”
- 보츠와나서 2492캐럿 다이아몬드 원석 발굴…119년 만에 가장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