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엔 맥주? 불경기라 소주![도시풍경]

백동현 기자 2024. 8. 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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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서는 열대야에 시달리며 밤잠 뒤척이고, 집 밖에서는 뙤약볕에 시달리며 인상 찌푸리는 여름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와인과 위스키 등 주종이 다양화하면서 국내 소주 시장이 점차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불경기로 인한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소주를 찾는 손길이 다시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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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풍경

사진·글 = 백동현 기자 100east@munhwa.com

집 안에서는 열대야에 시달리며 밤잠 뒤척이고, 집 밖에서는 뙤약볕에 시달리며 인상 찌푸리는 여름철. 퇴근길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난다. 이러한 이유로 일반적으로 맥주는 날이 더우면 더울수록 판매량이 급증한다. 하지만 지독한 불경기 늪에 빠진 대한민국의 2024년 여름은 조금 특별했다. 지난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올해 상반기 맥주 매출액은 3512억 원으로 전년 동기(3497억 원) 대비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이 기간 소주 매출액은 681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433억 원)보다 6.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어떻게 된 일일까. 더워지면 판매가 급증하는 맥주와는 달리 소주는 불경기 때 매출이 늘어난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할 때, 118년 만에 최장기간 열대야를 기록하는 등 역대급이라 불리는 이번 무더위도 불경기 소비 심리를 이기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와인과 위스키 등 주종이 다양화하면서 국내 소주 시장이 점차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불경기로 인한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소주를 찾는 손길이 다시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평소라면 단순히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 바라보고 지나쳤을 ‘불경기 극복 이벤트’ 현수막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오늘날 서울 지역 식당에서 판매되는 소주 한 병 가격은 평균 5000~6000원에 달한다. 올해 1월 정부의 주세 개편으로 소주 출고가가 인하됐음에도 소비자들은 가격 인하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촬영노트

폭염과 불경기의 승자는 결국 불경기가 되었다. 사실 처음부터 누가 이기더라도 씁쓸했을 대결. 폭염은 예년보다 길고 강력해도 언젠가 사라질 것을 알고 있지만, 끝을 알 수 없는 불경기가 승리했다는 결과에 왠지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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