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밥상에 오르는 '계란찜 삼국지'…우연의 일치일까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8. 23. 09:03
[윤덕노의 중식삼림(中食森林)] 하필 왜 계란탕과 계란찜? 유래는?
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중국인들은 계란탕을 많이 먹는다. 우리 중국음식점에서는 볶음밥 주문하면 계란탕이 딸려 나오지만 중국 본토 음식점에서는 아예 별도 메뉴로 올라있다. 특히 서민들이 즐겨 찾는 대중음식점 차림표에는 계란탕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흔한 메뉴가 토마토 계란탕(西紅枾 鷄蛋湯)이다. 계란탕은 집에서도 자주 먹는 가정식(家常菜)이다. 토마토 계란탕과 함께 시금치와 김, 새우, 고기 등등 다양한 재료와 함께 끓이니 그 종류도 다양하다. 계란찜 역시 비슷하다.
우리도 계란국 많이 먹는다. 국 없이는 밥을 먹지 못한다는 한국인도 적지 않은데 이런 한국인의 밥상에 가장 손쉽게 올릴 수 있는 국 중 하나가 계란국이다. 계란만 있으면 특별한 다른 재료 없이도 뚝딱 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계란찜도 마찬가지다. 한국 음식의 매운맛을 잡을 수 있어 외국인한테도 인기가 높다는데 어쨌든 계란국과 계란찜은 한국인한테는 꽤나 친숙한 음식이다.
일본에도 계란찜이 있다. 일식당에 가면 식사 전에 찻잔에 담긴 고운 계란찜을 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속에 표고버섯이나 새우, 은행알 등이 들어있어 씹히는 맛과 함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식전 요리로 많이 먹는 이 계란찜, 일본말로는 차완무시(茶碗蒸し)라고 한다.
맛과 생김새에는 차이가 있어도 어쨌든 한국과 일본, 중국에는 이렇게 고유의 계란국과 계란찜이 있는데 혹시 서로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연히 비슷할 뿐 각각의 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발달한 고유의 음식일까?
먼저 우리는 언제부터 계란탕이나 계란찜을 먹었을까? 기록으로 보면 대략 조선 후기 무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조선 헌종 때 다산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가 썼다는 『농가월령가』예 계란찜이 보인다. 추수 풍경을 노래한 9월령에 "... 타작점심 하오리라/황학백주(黃鶴白酒) 부족할까/새우젓 계란찌개 상찬으로 차려 놓고/ ..."라는 대목이 있다. 계란찌개가 곧 계란찜인데 성찬(盛饌)이라고 한 것을 보면 꽤나 푸짐한 상차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계란국인 계란탕은 18세기 숙종 무렵 문헌인 『소문사설』에 나온다. 왕실 종친인 복창군 집에서 잘 만든다고 했는데 시장에서 파는 것만 못하다고 했으니 당시 한양에서 유행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소문사설의 저자가 연경(燕京)에 가서 맛보니 연하고 담담해서 맛있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여러 정황상 계란국, 계란찌개(계란찜)는 중국에서 전해져 발달한 음식일 수도 있다.
일본식 계란찜인 차완무시는 18세기 무렵 교토와 오사카에서 발달해 지금의 도쿄인 에도로 퍼졌다고 한다. 지역 영주인 다이묘 집안의 손님 접대요리에서 비롯됐다고 하는데 그 뿌리는 나가사키에서 숙박업을 하는 중국인한테 배운 것이라고 하니 역시 중국의 계란탕 내지는 계란찜 요리가 일본에 전해지면서 지금의 일본식 계란찜 차완무시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중국에서는 계란탕, 계란찜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신뢰할 만한 문헌이 없으니 그 시기를 정확히 추정할 수는 없는데 한국이나 일본보다는 훨씬 오래전부터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은 닭과 계란이 흔하기 그지없지만 옛날에는 양계가 발달하지 못했기에 달걀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만 중국은 특히 양자강 유역 강남지역은 오리가 많았기에 오리알이 흔했고 그래서 계란탕이 아닌 오이알 탕, 즉 단화탕(蛋花湯)이 진작에 발달했다. 여기서 단화탕은 달걀이 됐건 오리알이 됐건 새의 알을 풀어 끓인 국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중국인들은 계란탕을 많이 먹는다. 우리 중국음식점에서는 볶음밥 주문하면 계란탕이 딸려 나오지만 중국 본토 음식점에서는 아예 별도 메뉴로 올라있다. 특히 서민들이 즐겨 찾는 대중음식점 차림표에는 계란탕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흔한 메뉴가 토마토 계란탕(西紅枾 鷄蛋湯)이다. 계란탕은 집에서도 자주 먹는 가정식(家常菜)이다. 토마토 계란탕과 함께 시금치와 김, 새우, 고기 등등 다양한 재료와 함께 끓이니 그 종류도 다양하다. 계란찜 역시 비슷하다.
우리도 계란국 많이 먹는다. 국 없이는 밥을 먹지 못한다는 한국인도 적지 않은데 이런 한국인의 밥상에 가장 손쉽게 올릴 수 있는 국 중 하나가 계란국이다. 계란만 있으면 특별한 다른 재료 없이도 뚝딱 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계란찜도 마찬가지다. 한국 음식의 매운맛을 잡을 수 있어 외국인한테도 인기가 높다는데 어쨌든 계란국과 계란찜은 한국인한테는 꽤나 친숙한 음식이다.
일본에도 계란찜이 있다. 일식당에 가면 식사 전에 찻잔에 담긴 고운 계란찜을 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속에 표고버섯이나 새우, 은행알 등이 들어있어 씹히는 맛과 함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식전 요리로 많이 먹는 이 계란찜, 일본말로는 차완무시(茶碗蒸し)라고 한다.
맛과 생김새에는 차이가 있어도 어쨌든 한국과 일본, 중국에는 이렇게 고유의 계란국과 계란찜이 있는데 혹시 서로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연히 비슷할 뿐 각각의 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발달한 고유의 음식일까?
먼저 우리는 언제부터 계란탕이나 계란찜을 먹었을까? 기록으로 보면 대략 조선 후기 무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조선 헌종 때 다산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가 썼다는 『농가월령가』예 계란찜이 보인다. 추수 풍경을 노래한 9월령에 "... 타작점심 하오리라/황학백주(黃鶴白酒) 부족할까/새우젓 계란찌개 상찬으로 차려 놓고/ ..."라는 대목이 있다. 계란찌개가 곧 계란찜인데 성찬(盛饌)이라고 한 것을 보면 꽤나 푸짐한 상차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계란국인 계란탕은 18세기 숙종 무렵 문헌인 『소문사설』에 나온다. 왕실 종친인 복창군 집에서 잘 만든다고 했는데 시장에서 파는 것만 못하다고 했으니 당시 한양에서 유행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소문사설의 저자가 연경(燕京)에 가서 맛보니 연하고 담담해서 맛있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여러 정황상 계란국, 계란찌개(계란찜)는 중국에서 전해져 발달한 음식일 수도 있다.
일본식 계란찜인 차완무시는 18세기 무렵 교토와 오사카에서 발달해 지금의 도쿄인 에도로 퍼졌다고 한다. 지역 영주인 다이묘 집안의 손님 접대요리에서 비롯됐다고 하는데 그 뿌리는 나가사키에서 숙박업을 하는 중국인한테 배운 것이라고 하니 역시 중국의 계란탕 내지는 계란찜 요리가 일본에 전해지면서 지금의 일본식 계란찜 차완무시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중국에서는 계란탕, 계란찜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신뢰할 만한 문헌이 없으니 그 시기를 정확히 추정할 수는 없는데 한국이나 일본보다는 훨씬 오래전부터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은 닭과 계란이 흔하기 그지없지만 옛날에는 양계가 발달하지 못했기에 달걀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만 중국은 특히 양자강 유역 강남지역은 오리가 많았기에 오리알이 흔했고 그래서 계란탕이 아닌 오이알 탕, 즉 단화탕(蛋花湯)이 진작에 발달했다. 여기서 단화탕은 달걀이 됐건 오리알이 됐건 새의 알을 풀어 끓인 국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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