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방송4법’은 정권의 방송 장악 막으려는 정상화법”
구자홍 기자 2024. 8. 23. 09:01
[Special Report | 尹-巨野 ‘방송전쟁’ 시작됐다] 국회 과방위 야당 간사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 "‘방송4법’은 방송 독립성·정치적 중립성 확보 위한 법"
"일반적으로 총선에서 국민이 다수당으로 선택한 정당의 주요 공약은 존중받는다. 우리 당은 이번 총선에 민생회복지원금을 가장 큰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지금 여당은 대통령 뜻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용산'의 하명을 받아 (여당이) 운영되다 보니 여야 합의가 순조롭지 않다. 여야 모두 책임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우선순위를 따지면 대통령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김 의원은 "명품 핸드백 사건과 양평 고속도로 문제, 그리고 채 해병 특검 문제 등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들이 도돌이표처럼 노출되고 있다"며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그것(여사 관련 논란)이 진도를 못 나가게 하는 결정적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야당 단독 법안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재의결 후 폐기'가 반복되고 있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내야 되나.
"8월 1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선출돼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민주당-국민의힘) 양당 대표 회담 등을 통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면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다시 영수 회담을 열고 막힌 정국을 뚫어낼 가능성은 없나.
"그건 별로 기대 안 한다"
최근 민주당 주도로 '방송4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여당 반대를 무릅쓰고 신속하게 통과시킨 이유가 뭔가.
"공영방송은 인간 삶에 필수적인 물과 공기처럼 중요한 사회적 공기(公器)다. 사회적 공기인 방송을 정권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하게 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방송4법 처리의 시급성과 당위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KBS 이사장을 업무추진비 사용 문제로 쫓아내고, 임기가 보장된 사장도 쫓아냈다. 그 자리에 방송 전문성이 없는 문화일보 출신을 KBS 사장(박민)으로 낙하산으로 내려보냈다. 방문진 이사장도 같은 방식으로 쫓아내고 사장을 교체하려다 실패했다. 우리 민주당은 언론, 시민 대표, 온 국민과 함께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 하지 마라' '방송 장악하려 이사들 함부로 쫓아내지 마라'고 용산, 국민의힘과 싸우고 있는 거다."
이어 그는 이렇게 부연했다.
"언론과 방송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보장하느냐가 선진국을 가르는 척도다. 국민과 국가가 투자한 방송사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공익에 부합하는 방송을 하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방송이 용산 눈치를 보거나 대통령 부부 문제를 눈감아 주거나 외면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때도 국회 안에 미디어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여야가 협의했지만 제대로 안 됐다. 그때 못 했으니 지금도 하지 말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그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혹독한 평가를 받아 윤석열 정부가 탄생한 것 아닌가. 임기가 보장된 방통위원장을 쫓아내고 KBS 이사, 방문진 이사를 쫓아내려는 방송 장악을 위한 정권 차원의 기행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급속히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정권 기행 때문에 더 속도를 내게 된 거다."
앞서 그가 말한 '전 KBS 사장'은 김의철이다. KBS 이사회는 2023년 9월 김의철 사장 해임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해임안을 재가했다. 김 전 사장은 해임 처분에 불복해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5월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그건 그렇고, 김 의원에게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방송4법의 입법 필요성에 대해 하나씩 물었다. 먼저 방통위법. 방통위법은 기존 법에는 없던 '개의 요건'을 '방통위원 5인 중 4인 이상 출석'을 의무화한 게 특징이다.
회의 개의 요건을 방송위원 5인 중 4인 이상으로 강화한 것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이던 2008년 방통위 출범 후 상임위원 선출 시기가 달랐던 2∼3개월을 제외하고 최시중 위원장 때부터 한상혁 위원장 시절까지 대부분 5인 구조로 운영됐다."
김 의원은 2008년 방통위 출범 이후 2023년 8월까지 방통위원 구성 현황이 담긴 자료를 제시했다. 방통위는 대통령을 배출한 여권 인사 3인, 야권 인사 2인 총 5인으로 구성돼 왔다. 그러다 지난해 안형환 상임위원 임기 만료로 민주당이 야당 몫 방통위원 후보로 내정한 최민희 후보자를 대통령실에서 이해충돌 논란을 이유로 임명하지 않으면서 5인 체제에 변화가 왔다. 지난해 8월 김효재, 김현 방통위원 퇴임 이후 이동관 방통위원장, 이상인 상임위원 2인 체제로 방통위가 운영됐고, 이동관 위원장 사임 이후 김홍일 위원장 체제에서도 2인 체제가 한동안 유지됐다. 김 의원은 이 같은 방통위 파행 운영의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로 돌렸다.
"방통위는 상임위원 5명이 중요 안건에 대해 심의 의결하는 합의제 기구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방통위를 대통령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독임제 기구로 만들고 싶어 했다(독임제는 장관 등 최고결정자 1인의 책임과 결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반면, 합의제는 여러 사람으로 구성된 합의체에 의사결정권을 부여한다). 그런데 21대 국회 의석이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정부 조직 개편을 하지 못했다. 안형환 상임위원 임기가 끝나 야당 추천 몫으로 최민희 상임위원을 국회에서 의결했는데도 (윤 대통령은) 7개월 7일 동안 임명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이동관, 이상인) 2명이 방통위를 운영했다. 5명이 결정해야 할 중요 안건을 2명이 속사포처럼 처리한 것이다.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해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스펙트럼은 중도와 보수, 진보로 다양하다. 그런데도 보수적 입장을 띤 이사들만으로 대통령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도록 하는 게 맞는지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지금까지 여당은 용산 입김에 좌지우지돼 독립성이 없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 문제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 아직(인터뷰가 있던 8월 7일)까지 '방송4법'에 대해 한 대표가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야당이 낸 안에 대해 여당도 의견을 내야 토론하고 합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진숙 방통위원장 취임 이틀 만에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공직자에 대한 최후 카드인 탄핵안을 그렇게 빨리 꺼내 든 이유가 뭔가.
"방통위 2인 구조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 것이 법률 위반이다. 그리고 인사청문회 과정에 국민 상당수가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를 대표하고 위원회 소관 업무를 관장하는 방통위원장은 외부 간섭이나 지시에 의해 일을 하면 안 된다. 방송의 자유와 공적 책임을 다해 방송 이용자들의 권익을 향상하는 게 방통위 설치법에 따른 위원장의 임무다. 그런데 이분은 '공영방송은 흉기다' '문재인 정부는 주사파 정권이고, 민주주의를 붕괴시킨 정권이다'라며 막말과 극언을 했다. 5·18에 대한 관점과 세월호 사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생각을 종합해 볼 때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수 없어 보류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임명했고, 임명되자마자 국회를 통과한 방송4법을 무시하고 KBS 이사와 방문진 이사 임명을 날림으로 처리했다. 안건을 졸속으로 처리한 것이 탄핵 사유가 된다고 보고 탄핵안을 발의해 의원 186명 찬성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민주당 주도로 야당이 통과시킨 '방송4법'에 대해 윤 대통령은 8월 12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공이 다시 국회로 넘어온 것이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 참석 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재의결이 된다는 점에서 108석의 국민의힘이 똘똘 뭉쳐 재의결에 반대투표를 할 경우 '방송4법'은 또다시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
김 의원이 간사로 활동하는 국회 상임위는 '방송통신' 정책도 다루지만 '과학기술'도 중요하게 다루는 상임위다. 그래서 상임위 이름도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다. 화제를 '과학기술'로 옮겼다.
과방위 논의가 '방송4법'에 지나치게 매몰돼 대한민국 미래를 밝힐 인공지능(AI) 등 미래전략 기술에 대한 정책 마련이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다.
"AI 관련한 정부 입법도 아직 없고, 여당 의원도 법안 발의를 안 했다."
김 의원은 유상임 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 자료 일부를 제시했다. AI 기본법 논의 과정에 시민단체를 참여시킬 방안을 묻는 질의에 AI기본법 관련 공청회와 토론회 개최 현황이 담긴 자료였다. 21대 국회에는 민주당 정필모·윤영찬 의원실에서 두 차례 공청회를 열었고, 22대 국회에서는 김우영 의원실과 권칠승·송석준 의원실에서 토론회와 공청회, 세미나를 개최한 현황 자료였다. 송석준 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도한 행사였다.
"국회에 관련법이 발의돼야 소위에서 위원들이 심사도 하고 공청회를 열어 의견 수렴도 할 텐데 정부도, 여당도 AI 같은 첨단 미래 과학기술 분야에 무관심하다. 과학기술 발전에 필수적인 R&D 예산 정상화 논의도 해야 하고, 의대 정원 확대가 과학기술 분야에 도전하는 인재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지도 따져봐야 한다. 도대체 문제의 원인 제공을 누가 했나,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지 않나. 대통령이 무리하게 방송 장악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저항하기 위한 수단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김 의원 얘기가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제 역할을 못 하면 나라는 혼돈에 빠지게 된다.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국정 운영을 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안 보인다. 왜 지금과 같은 사건이 벌어졌고 반복되고 있는지, 그 과정을 밝혀내고 검증해서 국민과 함께 이 난관을 뚫고 나가겠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심판받게 될 거다. 이태원 문제, 채 해병 문제, 양평 고속도로, 명품 핸드백, 주가 조작 문제까지 어느 한 군데로 모이고 있지 않나."
● ‘방송4법’은 방송 독립성·정치적 중립성 확보 위한 법
● 4인 이상 출석 때 개의토록 ‘방통위법’ 개정 필요
● 이사 구성 때 시민·전문가 참여시켜 21명 증원해야
● 민주노총 소속 단체가 이사 추천하는 게 나쁘다 할 수 있나
● 이진숙 탄핵? 2인 구조로 중요 의사결정한 게 죄
● 대통령이 제 역할 못 하면 나라가 혼돈에 빠진다
22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안은 이른바 '방송4법'이다. 7월 26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방통위법)'이 가장 먼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8일에 방송법, 29일 방송문화진흥회법, 그리고 30일에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이 순차적으로 통과됐다.
시차를 두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방송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될 때마다 여당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즉 하나의 방송 관련법이 국회에 상정되면 여당이 무제한 토론을 시작하고, 24시간이 지나면 필리버스터 종결을 의결한 후 표결로 법안을 처리하다 보니 법안 통과 시점에 시차가 생긴 것이다.
‘방송4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이가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 겸 춘추관장, 민주당 대변인을 역임한 그는 2020년 8월 24일부터 2023년 8월 23일까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상임위원을 지낸 '방송 전문가'다. 19대 총선 비례대표로 국회에 첫 입성한 그는 20대와 21대 두 번의 총선을 건너뛰고 8년 만인 올 4월 22대 총선에 경기 안산을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야당 간사로 방송4법 통과를 주도한 그에게 '왜' '지금' '방송4법'인지 들었다.
시차를 두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방송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될 때마다 여당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즉 하나의 방송 관련법이 국회에 상정되면 여당이 무제한 토론을 시작하고, 24시간이 지나면 필리버스터 종결을 의결한 후 표결로 법안을 처리하다 보니 법안 통과 시점에 시차가 생긴 것이다.
‘방송4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이가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 겸 춘추관장, 민주당 대변인을 역임한 그는 2020년 8월 24일부터 2023년 8월 23일까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상임위원을 지낸 '방송 전문가'다. 19대 총선 비례대표로 국회에 첫 입성한 그는 20대와 21대 두 번의 총선을 건너뛰고 8년 만인 올 4월 22대 총선에 경기 안산을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야당 간사로 방송4법 통과를 주도한 그에게 '왜' '지금' '방송4법'인지 들었다.
공영방송은 사회적 공기(公器)
22대 국회 개원 두 달이 넘도록 여야가 합의 처리한 법안이 거의 없다. 국회 생산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총선에서 국민이 다수당으로 선택한 정당의 주요 공약은 존중받는다. 우리 당은 이번 총선에 민생회복지원금을 가장 큰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지금 여당은 대통령 뜻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용산'의 하명을 받아 (여당이) 운영되다 보니 여야 합의가 순조롭지 않다. 여야 모두 책임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우선순위를 따지면 대통령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김 의원은 "명품 핸드백 사건과 양평 고속도로 문제, 그리고 채 해병 특검 문제 등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들이 도돌이표처럼 노출되고 있다"며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그것(여사 관련 논란)이 진도를 못 나가게 하는 결정적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야당 단독 법안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재의결 후 폐기'가 반복되고 있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내야 되나.
"8월 1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선출돼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민주당-국민의힘) 양당 대표 회담 등을 통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면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다시 영수 회담을 열고 막힌 정국을 뚫어낼 가능성은 없나.
"그건 별로 기대 안 한다"
최근 민주당 주도로 '방송4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여당 반대를 무릅쓰고 신속하게 통과시킨 이유가 뭔가.
"공영방송은 인간 삶에 필수적인 물과 공기처럼 중요한 사회적 공기(公器)다. 사회적 공기인 방송을 정권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하게 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방송4법 처리의 시급성과 당위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KBS 이사장을 업무추진비 사용 문제로 쫓아내고, 임기가 보장된 사장도 쫓아냈다. 그 자리에 방송 전문성이 없는 문화일보 출신을 KBS 사장(박민)으로 낙하산으로 내려보냈다. 방문진 이사장도 같은 방식으로 쫓아내고 사장을 교체하려다 실패했다. 우리 민주당은 언론, 시민 대표, 온 국민과 함께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 하지 마라' '방송 장악하려 이사들 함부로 쫓아내지 마라'고 용산, 국민의힘과 싸우고 있는 거다."
이어 그는 이렇게 부연했다.
"언론과 방송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보장하느냐가 선진국을 가르는 척도다. 국민과 국가가 투자한 방송사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공익에 부합하는 방송을 하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방송이 용산 눈치를 보거나 대통령 부부 문제를 눈감아 주거나 외면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권 기행 때문에 '방송4법' 속도 내
여당은 '문재인 정부 때는 하지 않고 지금에 와서 '방송4법‘을 통과시킨 이유가 뭐냐'고 비판한다.
"그때도 국회 안에 미디어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여야가 협의했지만 제대로 안 됐다. 그때 못 했으니 지금도 하지 말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그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혹독한 평가를 받아 윤석열 정부가 탄생한 것 아닌가. 임기가 보장된 방통위원장을 쫓아내고 KBS 이사, 방문진 이사를 쫓아내려는 방송 장악을 위한 정권 차원의 기행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급속히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정권 기행 때문에 더 속도를 내게 된 거다."
앞서 그가 말한 '전 KBS 사장'은 김의철이다. KBS 이사회는 2023년 9월 김의철 사장 해임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해임안을 재가했다. 김 전 사장은 해임 처분에 불복해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5월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그건 그렇고, 김 의원에게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방송4법의 입법 필요성에 대해 하나씩 물었다. 먼저 방통위법. 방통위법은 기존 법에는 없던 '개의 요건'을 '방통위원 5인 중 4인 이상 출석'을 의무화한 게 특징이다.
회의 개의 요건을 방송위원 5인 중 4인 이상으로 강화한 것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이던 2008년 방통위 출범 후 상임위원 선출 시기가 달랐던 2∼3개월을 제외하고 최시중 위원장 때부터 한상혁 위원장 시절까지 대부분 5인 구조로 운영됐다."
김 의원은 2008년 방통위 출범 이후 2023년 8월까지 방통위원 구성 현황이 담긴 자료를 제시했다. 방통위는 대통령을 배출한 여권 인사 3인, 야권 인사 2인 총 5인으로 구성돼 왔다. 그러다 지난해 안형환 상임위원 임기 만료로 민주당이 야당 몫 방통위원 후보로 내정한 최민희 후보자를 대통령실에서 이해충돌 논란을 이유로 임명하지 않으면서 5인 체제에 변화가 왔다. 지난해 8월 김효재, 김현 방통위원 퇴임 이후 이동관 방통위원장, 이상인 상임위원 2인 체제로 방통위가 운영됐고, 이동관 위원장 사임 이후 김홍일 위원장 체제에서도 2인 체제가 한동안 유지됐다. 김 의원은 이 같은 방통위 파행 운영의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로 돌렸다.
"방통위는 상임위원 5명이 중요 안건에 대해 심의 의결하는 합의제 기구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방통위를 대통령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독임제 기구로 만들고 싶어 했다(독임제는 장관 등 최고결정자 1인의 책임과 결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반면, 합의제는 여러 사람으로 구성된 합의체에 의사결정권을 부여한다). 그런데 21대 국회 의석이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정부 조직 개편을 하지 못했다. 안형환 상임위원 임기가 끝나 야당 추천 몫으로 최민희 상임위원을 국회에서 의결했는데도 (윤 대통령은) 7개월 7일 동안 임명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이동관, 이상인) 2명이 방통위를 운영했다. 5명이 결정해야 할 중요 안건을 2명이 속사포처럼 처리한 것이다.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해오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입김 줄이고 언론 종사자 기회 넓힌다
대통령실과 여당에서는 '야당이 방통위원 후보를 추천하지 않아 임명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야당이 추천하면 임명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런데 그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방통위뿐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도 같은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한 (김유진) 방심위원을 (윤 대통령이) 해임했다. 그런데 그분이 행정재판에서 이겼다. 그러면 윤 대통령이 추천한 방심위원을 해임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대통령에 대해 옳은 소리를 하는 방송에 법정 제재를 가하기 위해 방심위 구조를 대통령 원하는 대로 유지하려 야당 몫 국회 추천 인사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을 믿을 수가 없다. 그런데 여당은 그 부분은 쏙 빼놓고 두 차례 (방통위원 임명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얘기하는데 요식행위일 뿐이다. 만약 그 얘기가 맞으려면 '여야 합의 전까지 '방송4법' 중단하고, 이사 선출도 중단하라'는 국회의장 중재안을 받았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했나. 결국 7월 31일에 방통위 2인(이진숙, 김태규)이 이사 선임 절차를 강행하지 않았나."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방통위원을 지낸 김 의원은 자신의 방통위원 활동 당시 경험을 얘기했다.
"과거에는 상임위원 5인 중 3인이 있을 때조차 정치적 논쟁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 더욱이 3인 체제에서는 중요 의사결정을 하지 않았고, 2인일 때에는 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야당 추천 인사를 임명하지 않고, 2인이 YTN 민영화 같은 중요 의사결정을 했다. 그 같은 행위는 5인 합의제 운영 정신을 위반한 것이다. 그 같은 편법 운영을 막기 위해 방통위법 개정이 필요하다."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법, 한국교육방송법은 공통적으로 현행 이사 수를 대폭 늘리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현행 11명으로 돼 있는 KBS 이사를 21명으로 현행 9명으로 돼 있는 방문진 이사도 21명, 현행 9명 EBS 이사 수도 21명으로 늘리도록 하고 있다.
KBS 이사와 방문진 이사, EBS 이사 수를 대폭 늘리려는 이유는 뭔가.
"대통령 또는 여야가 추천하던 방식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차원에서 추천 방식을 바꾸려는 것이다. 정권 입맛대로 (방송을) 좌지우지하지 말자는 것이다.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숙의 과정도 길어지지 않겠나."
구성원의 다양성은 확보되겠지만 인사권이 임명권자가 아니라 추천권자로 넘어가는 것 아닌가.
"공영방송은 국회 국정감사를 받기에 이사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리고 이사 수가 늘어난 만큼 그 안에서 견제 기능이 발휘될 수 있다. 그리고 이사를 추천하도록 한 언론단체를 민주노총이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도 하던데, 민주노총 소속 단체라고 해서 좋다 나쁘다고 규정할 수 있나. 우리 사회가 민주화됐고, 노조 활동에 대한 선택권을 그분(언론 종사자)들이 갖고 있는데 정당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편향돼 있다는 얘기도 누가 어떤 기준을 놓고 보느냐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문제다. 결과적으로 이사 수를 늘리는 것은 정치권 입김을 최소화하고 언론에 종사하는 분들이 관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폭을 넓히자는 것이다. 이사 구성 때 시민과 전문가가 적극 참여하도록 해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확장하려는 것이다."
"야당이 추천하면 임명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런데 그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방통위뿐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도 같은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한 (김유진) 방심위원을 (윤 대통령이) 해임했다. 그런데 그분이 행정재판에서 이겼다. 그러면 윤 대통령이 추천한 방심위원을 해임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대통령에 대해 옳은 소리를 하는 방송에 법정 제재를 가하기 위해 방심위 구조를 대통령 원하는 대로 유지하려 야당 몫 국회 추천 인사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을 믿을 수가 없다. 그런데 여당은 그 부분은 쏙 빼놓고 두 차례 (방통위원 임명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얘기하는데 요식행위일 뿐이다. 만약 그 얘기가 맞으려면 '여야 합의 전까지 '방송4법' 중단하고, 이사 선출도 중단하라'는 국회의장 중재안을 받았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했나. 결국 7월 31일에 방통위 2인(이진숙, 김태규)이 이사 선임 절차를 강행하지 않았나."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방통위원을 지낸 김 의원은 자신의 방통위원 활동 당시 경험을 얘기했다.
"과거에는 상임위원 5인 중 3인이 있을 때조차 정치적 논쟁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 더욱이 3인 체제에서는 중요 의사결정을 하지 않았고, 2인일 때에는 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야당 추천 인사를 임명하지 않고, 2인이 YTN 민영화 같은 중요 의사결정을 했다. 그 같은 행위는 5인 합의제 운영 정신을 위반한 것이다. 그 같은 편법 운영을 막기 위해 방통위법 개정이 필요하다."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법, 한국교육방송법은 공통적으로 현행 이사 수를 대폭 늘리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현행 11명으로 돼 있는 KBS 이사를 21명으로 현행 9명으로 돼 있는 방문진 이사도 21명, 현행 9명 EBS 이사 수도 21명으로 늘리도록 하고 있다.
KBS 이사와 방문진 이사, EBS 이사 수를 대폭 늘리려는 이유는 뭔가.
"대통령 또는 여야가 추천하던 방식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차원에서 추천 방식을 바꾸려는 것이다. 정권 입맛대로 (방송을) 좌지우지하지 말자는 것이다.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숙의 과정도 길어지지 않겠나."
구성원의 다양성은 확보되겠지만 인사권이 임명권자가 아니라 추천권자로 넘어가는 것 아닌가.
"공영방송은 국회 국정감사를 받기에 이사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리고 이사 수가 늘어난 만큼 그 안에서 견제 기능이 발휘될 수 있다. 그리고 이사를 추천하도록 한 언론단체를 민주노총이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도 하던데, 민주노총 소속 단체라고 해서 좋다 나쁘다고 규정할 수 있나. 우리 사회가 민주화됐고, 노조 활동에 대한 선택권을 그분(언론 종사자)들이 갖고 있는데 정당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편향돼 있다는 얘기도 누가 어떤 기준을 놓고 보느냐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문제다. 결과적으로 이사 수를 늘리는 것은 정치권 입김을 최소화하고 언론에 종사하는 분들이 관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폭을 넓히자는 것이다. 이사 구성 때 시민과 전문가가 적극 참여하도록 해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확장하려는 것이다."
한동훈 대표, '방송4법' 의견 내라
‘방송4법'이 국회는 통과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여당이 반대하면 재의결될 가능성은 낮다.
"우리 국민의 스펙트럼은 중도와 보수, 진보로 다양하다. 그런데도 보수적 입장을 띤 이사들만으로 대통령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도록 하는 게 맞는지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지금까지 여당은 용산 입김에 좌지우지돼 독립성이 없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 문제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 아직(인터뷰가 있던 8월 7일)까지 '방송4법'에 대해 한 대표가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야당이 낸 안에 대해 여당도 의견을 내야 토론하고 합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진숙 방통위원장 취임 이틀 만에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공직자에 대한 최후 카드인 탄핵안을 그렇게 빨리 꺼내 든 이유가 뭔가.
"방통위 2인 구조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 것이 법률 위반이다. 그리고 인사청문회 과정에 국민 상당수가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를 대표하고 위원회 소관 업무를 관장하는 방통위원장은 외부 간섭이나 지시에 의해 일을 하면 안 된다. 방송의 자유와 공적 책임을 다해 방송 이용자들의 권익을 향상하는 게 방통위 설치법에 따른 위원장의 임무다. 그런데 이분은 '공영방송은 흉기다' '문재인 정부는 주사파 정권이고, 민주주의를 붕괴시킨 정권이다'라며 막말과 극언을 했다. 5·18에 대한 관점과 세월호 사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생각을 종합해 볼 때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수 없어 보류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임명했고, 임명되자마자 국회를 통과한 방송4법을 무시하고 KBS 이사와 방문진 이사 임명을 날림으로 처리했다. 안건을 졸속으로 처리한 것이 탄핵 사유가 된다고 보고 탄핵안을 발의해 의원 186명 찬성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민주당 주도로 야당이 통과시킨 '방송4법'에 대해 윤 대통령은 8월 12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공이 다시 국회로 넘어온 것이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 참석 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재의결이 된다는 점에서 108석의 국민의힘이 똘똘 뭉쳐 재의결에 반대투표를 할 경우 '방송4법'은 또다시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
김 의원이 간사로 활동하는 국회 상임위는 '방송통신' 정책도 다루지만 '과학기술'도 중요하게 다루는 상임위다. 그래서 상임위 이름도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다. 화제를 '과학기술'로 옮겼다.
과방위 논의가 '방송4법'에 지나치게 매몰돼 대한민국 미래를 밝힐 인공지능(AI) 등 미래전략 기술에 대한 정책 마련이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다.
"AI 관련한 정부 입법도 아직 없고, 여당 의원도 법안 발의를 안 했다."
김 의원은 유상임 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 자료 일부를 제시했다. AI 기본법 논의 과정에 시민단체를 참여시킬 방안을 묻는 질의에 AI기본법 관련 공청회와 토론회 개최 현황이 담긴 자료였다. 21대 국회에는 민주당 정필모·윤영찬 의원실에서 두 차례 공청회를 열었고, 22대 국회에서는 김우영 의원실과 권칠승·송석준 의원실에서 토론회와 공청회, 세미나를 개최한 현황 자료였다. 송석준 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도한 행사였다.
"국회에 관련법이 발의돼야 소위에서 위원들이 심사도 하고 공청회를 열어 의견 수렴도 할 텐데 정부도, 여당도 AI 같은 첨단 미래 과학기술 분야에 무관심하다. 과학기술 발전에 필수적인 R&D 예산 정상화 논의도 해야 하고, 의대 정원 확대가 과학기술 분야에 도전하는 인재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지도 따져봐야 한다. 도대체 문제의 원인 제공을 누가 했나,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지 않나. 대통령이 무리하게 방송 장악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저항하기 위한 수단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김 의원 얘기가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제 역할을 못 하면 나라는 혼돈에 빠지게 된다.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국정 운영을 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안 보인다. 왜 지금과 같은 사건이 벌어졌고 반복되고 있는지, 그 과정을 밝혀내고 검증해서 국민과 함께 이 난관을 뚫고 나가겠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심판받게 될 거다. 이태원 문제, 채 해병 문제, 양평 고속도로, 명품 핸드백, 주가 조작 문제까지 어느 한 군데로 모이고 있지 않나."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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