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롤모델은 할머니, 세 아이 생각하며 화장품 개발"…'애경家 3세' 채문선 탈리다쿰 대표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손녀…"할머니 참 멋지다 생각 많이해"
"탈리다쿰은 나를 지탱하는 브랜드…고객도 힘 얻길 바라"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할머니(장영신 애경그룹 회장)가 제 삶의 롤모델이죠. 가끔식 지치고 힘이 들어도 할머니 젊었을 때를 생각하면 '내가 힘들어봤자 할머니보다 힘들겠나' 싶어요. 초등학생 시절 할머니가 저를 데리고 출장을 많이 다니셨는데, 할머니가 일하시는 동안 밖에 앉아서 기다릴 때 '우리 할머니 참 멋지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항상 당당하시고, 장군 같으셨죠."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탈리다쿰 본사에서 만난 채문선 대표는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할머니, 아버지, 남편 모두 롤모델이지만 세 분 다 굉장히 다른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채문선 탈리다쿰(Talitha Koum) 대표는 애경그룹 3세로 장영신 회장의 손녀이자,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장녀다.
장영신 회장은 1970년 남편인 채몽인 애경그룹 창업주가 갑자기 별세한 뒤, 회사를 맡아 대기업으로 키워낸 대한민국 대표 여성 경영인이다.
채 대표의 남편은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슬하에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성악을 전공한 채 대표가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사실 가업 때문이 아니다. 개인적인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14세에 발현된 난치성 켈로이드 피부질환으로 학창시절부터 독한 스테로이드제와 함께해야 했다.
작은 상처나 뾰루지나 큰 상처로 번지기 일쑤였고, 노래를 부르기 위해 무대에 설 때는 커버력이 높은 컨실러로 상처를 가리기에 급했다.
채 대표는 "유명한 병이었으면 치료제가 있었을텐데 병원에서조차 잘 모르는 난치 질환으로 늘 힘들게 치료를 받아왔다"며 "화학을 전공한 할머니도 저를 낫게 하기 위해 독일·일본 등을 찾아 방법을 연구했지만 완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전 질환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채 대표는 결혼 후 아이를 낳는 것에 큰 두려움을 갖고 있었지만, 남편과 가족의 믿음과 응원으로 자녀를 출산했다.
채 대표는 "출산 이후 피부 때문에 매년 수술을 받게 됐는데, 고통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피부 질환이 유전될까봐 걱정했다"며 "당시 담당의가 아이들에게 '재생이 빨리 되고, 장벽이 튼튼하고, 수분이 많은' 건강한 피부를 만들어주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출산 과정 중에 약을 복용하거나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가려움증 등이 더욱 심해졌고, 친정어머니가 건네 준 하얀민들레즙으로 효과를 보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채 대표는 "난치성 켈로이드를 낫게 하기 위해 안해본 것 없이 다 해보면서 실망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했다"며 "동의보감에도 항염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었지만, 정확한 성분과 효능을 알기 위해 인천에 있는 연구소들을 찾아다녔다"고 했다.
연구 결과 실제 하얀민들레 안에는 항염 효과를 내는 성분이 있었고, 가장 효과가 극대화 되는 곳인 태좌(밑씨가 씨방 안에 붙어 있는 부위)에서 세포를 배양하는 기술로 특허를 받았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특허를 받는데만 1년 반이 걸렸지만, 아이들의 '건강한 피부'를 위해서 연구는 계속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화장품 사업을 할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남편의 응원으로 사업에 도전하게 됐다.
채 대표는 "이 과정을 지켜본 남편이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는데 우리만 쓰는 게 아깝지 않냐'고 해 브랜드를 만드는데 도전하게 된 것 같다"며 "살면서 피부때문에 힘들었던 부분이 되게 많았고, 이런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서 많은 분들과 공유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탈리다쿰은 "소녀여 일어나라"라는 뜻으로 성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섬세하고 민감한 것들에 내재된 강한 힘을 되찾는 여정에 도움을 주는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게 채 대표의 각오다.
3년의 시간 끝에 탈리타쿰은 하얀민들레 성분이 포함된 ▲페이스 크림 ▲페이스 클렌저 ▲바디 클렌저 ▲바디 밤 ▲멀티 밤 등 고보습 장벽케어 제품 5종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컬러감을 강화한 '립큐어 밤틱'을 공개했다.
난치성 피부 질환으로 남모르는 고통에 속에서 탄생한 '탈리다쿰'으로 채 대표는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 대표는 "탈리다쿰은 저를 지탱해주는 브랜드로, 수술하러 갈 때면 항상 슬프기만 했는데 이제는 되게 힘차게 갈 수 있다"며 "'소녀여 일어나라'라는 뜻을 가진 탈리다쿰처럼 우리 제품을 만나는 모든 분들이 힘을 얻고,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품력을 통해 정말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싶다"며 "가벼운 피부 증상이 생겼을 때 탈리다쿰을 떠올릴 수 있는 제품으로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ch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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