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쿠르스크 원전 공격 시도···IAEA에 알려”

조문희 기자 2024. 8. 2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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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접경지 방문해 화상회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에 위치한 관저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접경지 관련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네 번째 ‘접경지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접경지인 쿠르스크주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공격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로이터·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접경지 관련 화상 회의에서 “적군은 지난밤에 원전을 공격하려고 했다”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이를 통보했고 IAEA가 상황을 평가할 전문가를 보내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는 위험에 처한 국경지대에서 11만5000명이 대피했고 농업·산업 피해를 산정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은 13만3190명이 주를 떠났다고 했다.

이날 회의는 우크라이나군의 ‘역습’ 이래 푸틴 대통령이 주재한 네 번째 접경지 관련 회의다. 푸틴 대통령은 쿠르스크 급습 이튿날인 지난 7일부터 8일, 12일에도 우크라이나군의 접경지 공격에 관한 회의를 소집한 바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원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쿠르스크는 러시아 서부 지역으로, 쿠르스크 원전은 교전 지역에서 약 30㎞ 거리에 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전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다음 주 쿠르스크 원전을 방문해 공격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블룸버그통신와 인터뷰에서는 쿠르스크를 방문한 뒤 우크라이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 우크라이나 공군의 날을 맞아 최근 서방에서 인도받은 미국산 F-16 전투기 옆에서 군인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의 보급로 차단 작전과 함께 러시아 다른 지역에 대한 산발적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세임강을 가로지르는 복수의 임시교량을 미국산 무기로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보도된 세임강 교량 3개 폭파에 이은 추가 조치다. 우크라이나 ‘사보타주(파괴공작)·정찰 그룹’이 브랸스크주 클리몹스키 국경을 뚫으려 했으나 저지했다는 러시아 측 주장도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쿠르스크와 국경을 맞댄 자국의 수미 지역을 방문했다고 텔레그램에서 밝혔다. 그가 접경지역을 방문한 것은 러시아 본토 공격 이후 처음이다. 그는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총사령관 등과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에서 더 많은 마을을 장악하고 포로도 더 많이 잡았다고 주장했다. 키이우에서 열린 참전용사 행사에서는 쿠르스크 작전 등을 언급하며 “이 모든 것이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고 우크라이나 독립을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체계적 접근의 일부”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본토 공격에도 동부전선 격전지 도네츠크에서 병력을 빼지 않은 채 오히려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 요충지로 꼽히는 토레츠크와 포크로우스크를 장악하기 위해 연일 인근 마을들을 점령 중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도 도네츠크 메조베(러시아명 메제보예)를 점령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6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를 급습하며 2022년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개시했다.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주, 벨고로드주 등 국경지대 마을을 속속 장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8일 연설에서 “우리 방어 작전의 최우선 임무는 러시아의 전쟁 잠재력을 최대한 무너뜨리고 최대 반격을 실행하는 것”이라며 “여기에는 쿠르스크 작전을 통해 침략자 영토에 완충지대를 만드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러시아 본토 공격의 군사적 목적을 밝혔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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