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패럴림픽 아프간 장애인 태권도 대표 “고통받는 전세계 여성을 위해”

김세훈 기자 2024. 8. 2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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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키아 후다다디가 파리에서 훈련하는 장면. AP



지난 4일 파리올림픽 육상 경기장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육상 단거리 선수 키미아 유소피(28)가 육상 여자 100m 예선에서 꼴찌로 들어온 뒤 배번 뒤에 적힌 문구를 들어보였다. ‘교육, 우리의 권리’라고 적힌 종이였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시당하고 고통받는 여성들과 소녀들을 위한 대변하는 내용이었다. 오는 28일 파리에서 시작되는 패럴림픽에서도 또다른 아프가니스탄 여성 선수가 용기를 낼 것 같다.

장애인 태권도 선수 자키아 후다다디(26)는 22일 영국 매체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패럴림픽 출전은 영감을 줄 수 있는 기회”라며 ““여성과 소녀들에게 자신들이 탈레반이 느끼게 만드는 것보다 더 큰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여성들이 강하고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도 증명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자키아 후다다디. AP



후다다디는 아프가니스탄 역사상 최초로 패럴림픽에 참가한 여성 선수로 2020 도쿄 패럴림픽에 나섰다. 그는 2021년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도쿄 패럴림픽 참가 여부가 불투명해졌지만, 국제적인 도움을 받아 도쿄에 갔다. 당시 그는 “뒷마당에서 도쿄 패럴림픽 준비를 몰래 했다”며 “도움을 청하는 비디오를 공개했고 이게 퍼지면서 여러 곳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아프간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떠나는 것 외에는 내게는 선택지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2021년 8월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재점령했을 때 겪은 사건들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어둠’”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이 다시 권력을 장악한 이후로, 억압적인 법들이 국민에게 강요됐다. 극단적인 종교 이데올로기는 특히 아프간 여성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학교에 갈 수 없고 남성 동반자 없이 집을 나설 수도 없게 됐다.

47㎏급 파리 패럴림픽 여성 태권도에 출전하는 후다다디는 “패럴림픽 출전까지 많은 걸을 견뎠다”며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패럴림픽에 나선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여성들을 위해 싸우기 위해 파리에 있다”며 “전쟁 속에서도 우리가 강하고 침묵당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프가니스탄 육상 단거리 선수 키미아 유소피가 지난 4일 파리올림픽 100m 예선에서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교육, 우리의 권리’라고 적인 번호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AP



후다다디는 왼팔 팔꿈치 아래가 없다. 그는 “아프간에서 여성은 인간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며 “여성으로서, 무엇보다 장애인으로서도 강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물론 아프가니스탄 국기 아래에서 경쟁하지 못한다는 것은 큰 고통”이라며 “난민팀과 함께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있고 이것은 아프가니스탄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후다다디는 지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유럽 패럴림픽 챔피언십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패럴림픽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첫 패럴림픽 메달리스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아프간 여성 선수 중에는 올림픽,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는 없다. 후다다디는 “나는 패럴림픽 기간 중 내 이야기를 전하겠다”며 “여러분도 무조건 내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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