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지배구조 개편 반대한 국민연금…두산은 어떤 선택
'합병 반대' 주식매수청구권 쏟아지면 합병 어려워져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제동을 걸면서 두산그룹이 추진 중인 합병에도 관심이 쏠린다. 합병 비율을 둘러싼 주주 가치 훼손 논란이 SK보다 더 크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합병 계획을 발표한 후 주가가 크게 하락한 점도 변수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한 후 손실 회피를 위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두산이 생각해 둔 비용을 훌쩍 넘기면서 합병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23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전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회의를 열고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수탁위는 "주주 가치 훼손 우려가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결정에 두산 역시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됐다. 두산 역시 건설기계 회사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로봇 제조 회사인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시키는 분할·합병을 앞두고 있는데, 합병 비율을 둘러싼 주주 가치 훼손 논란이 SK보다 더 크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개편을 위해 두산에너빌리티는 다음달 25일 '두산로보틱스와의 분할합병계약 체결 승인의 건' 논의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같은날 두산로보틱스도 ▲두산에너빌리티와의 분할합병 승인의 건 ▲두산밥캣과의 포괄적 주식교환 승인의 건 등을 결의할 예정이며 두산밥캣도 주총을 연다.
이번 합병에서 복병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총이다. 두산로보틱스는 대주주 두산이 지분율 68.19%를 보유하고 있으며 두산밥캣은 대주주 두산에너빌리티가 46.08%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무난한 통과가 예상되지만,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최대주주인 두산 지분율이 30.39%에 불과하다. 2대주주 국민연금은 6.94%를 보유하고 있으며 소액주주 비율은 63.61%다.
사실상 두산은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강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연금 한곳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도 두산에너빌리티가 정해둔 매수 한도 6000억원을 훌쩍 넘기게 되기 때문이다. 합병 결정에 반대한 주주는 회사에 일정 가격에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시한 매수 가격은 주당 2만890원이지만 합병안 발표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하며 현재 1만7760원까지 내려왔다. 제시 가격보다 15% 더 내려와있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 입장에선 2만890원에라도 팔고 나갈 유인이 충분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 4447만8941주(반기보고서 기준)에 대해 모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두산이 사들여야 할 주식 매수 규모는 9291억원이 넘게 된다.
주식매수청구 결과 두산에너빌리티가 지급해야 하는 매수 대금이 60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회사는 분할합병 계약을 전부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소액주주도 반대표를 행사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론은 두산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두산의 사례가 주주가치 제고 프로그램인 '밸류업'에 정면으로 반하는 사례로 회자되면서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 과정에서의 주식 교환 비율은 최근 주식 가격을 토대로 결정됐는데, 이 비율이 두산밥캣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밥캣 주주들은 손해를 보고 대주주는 돈 들이지 않고 밥캣에 대한 지분율을 13%에서 42%로 높일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논란에 국회에서는 '두산밥캣 방지법'이 발의됐으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공개 성명서를 통해 "합병비율 조항을 악용한 저평가 우량회사와 고평가 테마주의 주식교환"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는 22일 공지를 통해 "두산 분할합병을 저지하는데 적극 나서기로 결정했다"며 주주 운동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주주 명단을 공개하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도 냈다. 액트는 과거 DB하이텍 물적분할에 반대하던 소액주주들이 모이면서 만들어진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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