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버텼는데 결국 폐업···‘저금리’ 대환대출 못 갚는 소상공인 많아진다
시중 금리보다 낮아도 상환 어려워
거치 기간 끝나며 질권실행 요청 급증
자영업자 폐업 증가에 부실 위험 상승
이 의원 “소상공인 살릴 대책 마련 절실”
#전북 군산에서 수산물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는 A씨는 2022년 대환대출을 받았지만 매출이 회복되지 않아 지난해 사업을 정리했다. 이후 상환을 지속했지만 거치 기간이 끝나 매달 갚아야 하는 금액이 오르면서 결국 연체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지난달 대출 취급은행에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에 질권 실행을 요청하며 부실채권으로 분류됐다.
소상공인들이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 정책자금 일환인 저금리 대환대출을 받았지만 이마저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소진공이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소진공이 집행한 대환대출 4579건 가운데 취급은행에서 소진공에 질권 실행을 요청한 건수가 올 7월 말 기준 1417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의 30.9%에 달하는 수치다. 은행이 질권 실행을 요청한 금액은 총 284억 원으로 2022년 대환대출 금액(1273억 원)의 22.3%를 차지했다.
질권이란 담보물권 중 하나로 대출 시 주식, 채권, 특허권 등 양도 가능한 권리와 예금, 동산(動産) 등에 설정할 수 있다. 주로 전당포처럼 물건을 맡기고 소액을 대출하는 서민 금융 시장에서 사용된다. 대환대출의 경우 연체, 회생·파산, 신용회복신청 등의 이유로 부실이 발생하면 취급은행이 소진공에 질권 실행을 요청한다. 이후 소진공이 이행을 결정하면 은행은 사고채권서류를 이관하고, 이를 소진공에서 구상채권으로 관리한다.
대환대출은 2022년 당시 급격한 금리 인상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여건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됐다. 저신용 소상공인이 보유하고 있던 연 7%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최대 3000만 원 한도 내에서 연 금리 5.5~7.0%의 저금리 정책자금으로 대환해 이자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거치 기간은 2년으로 이후 3년간 균등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 이후로도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경영 여건이 회복 되지 않아 저금리 대환대출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소진공에 따르면 거치 기간이 끝나기 전부터 은행의 질권 실행이 진행된 사례도 있다. 연도별로는 2022년 12건에서 2023년 792건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서는 7월까지 613건이나 발생했다. 소진공은 은행이 요청한 질권 실행 금액 가운데 99.8%에 달하는 283억 4000만 원을 이행하며 구상채권으로 관리 중이다. 이 가운데 회수된 금액은 1억 3000만 원에 불과하다.
은행이 질권 실행을 요청한 가장 큰 이유로는 연체가 꼽힌다. 소진공 관계자는 “대환대출 상환 연체로 인해 부실채권으로 분류돼 은행에서 질권 실행을 요청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며 “소상공인이 폐업을 했더라도 상환을 지속하면 대출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환대출마저도 상환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 여건이 악화된 소상공인들이 결국 폐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앞으로 대환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72만 1000명으로 올 2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장 기록이다. 경영난에 생업을 접은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 전환 이후 외형적인 매출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물가 상승으로 수익성은 더 악화됐다”며 “시간이 갈수록 경영 여건이 나빠지는 가운데 대출 상환 때문에 폐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언주 의원은 “고물가·고금리 등 경기 침체 장기화로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들이 빚을 갚을 여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소진공 대환대출 사업이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되려면 현실을 반영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또 금융 대출 지원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 놓인 소상공인을 살릴 다양한 회생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박정현 기자 kat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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