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시대부터 오늘까지…더 나은 사회를 위한 여성들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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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고무 사장이 이 앞에 와서 임금 감하(삭감)의 선언을 취소하기까지는 결코 내려가지 않겠습니다."
1931년 5월 29일 아침, 평양 을밀대 지붕 위에서 한 여성이 외쳤다.
출산 휴가와 공정한 승진 기회를 얻고자 싸운 '콘트롤데이타'의 노동자, 전태일보다 앞선 1962년 숨진 전남방직 여공 '김양', 여성 용접공 김진숙이 노동 운동의 선봉에 서게 된 과정 등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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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평원고무 사장이 이 앞에 와서 임금 감하(삭감)의 선언을 취소하기까지는 결코 내려가지 않겠습니다."
1931년 5월 29일 아침, 평양 을밀대 지붕 위에서 한 여성이 외쳤다.
광목을 찢어 만든 줄을 타고 지붕에 올라간 그는 거침없었다. 그는 노동자의 임금을 깎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회사의 횡포를 알리며 '여성 해방', '노동 해방'을 부르짖었다고 전한다.
식민지 시기 고공 농성을 벌인 '체공녀'(滯空女) 강주룡(1901∼1931)의 이야기이다.
최근 번역 출간된 '체공녀 연대기, 1931∼2011'(후마니타스)는 강주룡을 시작으로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까지 여성 노동 운동의 기억을 정리한 책이다.
미국 워싱턴대에서 한국사와 노동사를 가르쳐 온 남화숙 교수는 식민지 시기 평양의 고무 공장, 해방기 부산의 방직 공장 등을 오가며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살펴본다.
저자는 "20세기 한국의 근대화와 노동운동의 발전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담당했던 중대한 역할과 그들에 대한 역사적 서사 사이에서 끈질기게 지속돼 온 커다란 간극을 이해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한다.
책은 한 세기에 걸친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짚는다.
출산 휴가와 공정한 승진 기회를 얻고자 싸운 '콘트롤데이타'의 노동자, 전태일보다 앞선 1962년 숨진 전남방직 여공 '김양', 여성 용접공 김진숙이 노동 운동의 선봉에 서게 된 과정 등이 소개된다.
저자는 1970년대 여공과 오늘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사이의 관계도 주목한다.
산업 구조의 변동으로 공단에서 일하던 여공들은 자취를 감췄으나 1997년 외환 위기, 신자유주의적 구조 조정 등을 거치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책은 남성 정규직 중심의 노동 운동에서는 이런 부분이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고도 지적한다.
여성 노동자의 관점에서 '투쟁'의 역사를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저자는 이 책으로 아시아학회가 한국학 분야에 수여하는 '제임스 팔레 저작상'(2023), 미국역사학회가 동아시아 역사 부문에 수여하는 '존 페어뱅크상'(2022)을 받았다.
남관숙 옮김. 392쪽.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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