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D-5] ③신유빈과 대결한 태퍼…멀리뛰기 챔피언의 남편도 출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멀리사 태퍼(34·호주)는 지난 8월 6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16강에서 대만에 패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파리에서의 1라운드가 끝났다. 하지만 곧 2라운드가 열린다"라고 썼다.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도 11일 파리 올림픽이 폐회한 뒤 "올림픽은 끝났지만, 새로운 축제 패럴림픽이 열린다"라고 적극적으로 2024 파리 패럴림픽 개막을 알려왔다.
파리 올림픽을 화려하게 수놓은 스타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파리를 떠났다.
하지만, 새로운 스타들이 8월 28일 개막하는 패럴림픽에 출전하고자 파리에 모인다.
태퍼처럼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하는 선수도 있다.
태퍼는 호주 여자 탁구 대표팀으로 파리 올림픽에 나서 단식과 단체전에 출전했다.
여자 단식 64강전에서는 한국 에이스 신유빈과 만나 0-4로 패했다.
단체전에서도 대만과 첫 경기에서 패해 조기에 파리 올림픽 일정을 마쳤다.
하지만, 태퍼는 좌절하지 않고 '제2라운드' 패럴림픽 준비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 오른팔 신경이 마비되는 증상을 앓은 태퍼는 오른손을 거의 쓰지 못한다.
그는 "탁구는 내가 오른팔을 신경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스포츠였다"라고 떠올렸다.
태퍼는 2002년 탁구에 입문했고, 2004년 호주 주니어 대표팀에 뽑혔다.
꾸준히 호주 대표로 국제대회를 출전하던 태퍼는 2010년부터 장애인 탁구를 병행했고,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 출전했다.
장애인 탁구를 병행하면서 실력이 더 늘어 태퍼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동반 출전했다.
그는 전 종목을 통틀어 같은 해에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동반 출전한 최초의 호주 선수로 기록됐다.
태퍼는 2021년 도쿄에 이어 2024년 파리에서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한다.
휠체어를 타지 않는 '입식 탁구'(C10)에 나서는 태퍼는 같은 종목의 브루나 알렉산드르(29·브라질)와 흥미로운 맞대결을 펼칠 수도 있다.
2016년 리우, 2021년 도쿄에서는 패럴림픽에만 나선 알렉산드르는 올해 파리 올림픽에 출전했고, 파리 패럴림픽 출전도 준비하고 있다.
알렉산드르는 생후 6개월 만에 백신 부작용에 따른 혈전증으로 오른팔을 절단했다.
장애인 탁구에서 경력을 쌓은 알렉산드르는 파리 올림픽 대표로 선발되면서, 브라질 선수 중 최초로 패럴림픽과 올림픽에 동반 출전한 선수가 됐다.
알렉산드르도 단체전 16강전에서 복식조로 나서 한국의 신유빈, 전지희와 상대했다.
파리 올림픽 육상 여자 멀리뛰기 챔피언 타라 데이비스-우드홀(25·미국)의 남편 헌터 우드홀(25·미국)은 파리 패럴림픽 조직위원회가 '홍보 전면'에 내세우는 스타다.
남편 우드홀은 1999년 종아리뼈의 일부가 없는 상태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장기적으로 삶의 질을 올리려면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우드홀의 두 다리를 절단하기로 했다.
11세까지 홈스쿨링을 하던 우드홀은 미국 유타주 시러큐스의 공립학교에 입학한 뒤 본격적으로 의족을 차고서 달리기를 했다.
2015년 우드홀은 미국 장애인 육상 대표팀에 선발됐고, 2016년 리우 패럴림픽 200m(T44)에서 은메달, 400m(T44)에서 동메달을 땄다.
2017년 아이다호주에서 열린 전미 고교육상선수권에서는 평생의 인연을 만났다.
데이비스-우드홀은 "잘생긴 남자가 열심히 뛰고 있었다. 그냥 가서 안아주고 싶었다"고 남편 우드홀을 처음 본 순간을 회상했다.
둘은 곧 '장거리 연애'를 시작했고, 2022년 10월 미국 텍사스주에서 결혼했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타라 데이비스-우드홀은 여자 멀리뛰기 6위를 했고, 헌터 우드홀은 도쿄 패럴림픽 400m(T62)에서 동메달을 수확했다.
파리에서 두 번째 올림픽을 치른 아내 데이비스-우드홀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편 우드홀은 9월 1일 100m(T64) 예선을 시작으로 파리 패럴림픽 일정을 시작한다.
이번 대회에서 우드홀은 100m와 400m(T62), 두 종목에 출전해 개인 첫 패럴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패럴림픽에는 감동적인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매 경기에 등장한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발'로 조준하고 '입술'로 활시위를 당기며 많은 응원을 받았던 시탈 데비(17·인도)는 파리에서 '패럴림픽 데뷔전'을 치른다.
데비는 해표상지증을 앓아 양팔이 짧다.
하지만, 발과 입술을 사용해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양궁에서 금메달 2개를 따냈고, 파리 패럴림픽에서도 금메달 획득을 노린다.
휠체어 러너 캐서린 드브루너(29·스위스)는 파리 패럴림픽 다관왕 후보다.
드브루너는 지난해 파리에서 열린 2023 세계장애인육상선수권 400m, 800m, 1,500m, 5,000m에서 4관왕에 오르며 모의고사를 훌륭하게 치렀다.
'수영 스타' 제시카 롱(32·미국)은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2021년 도쿄에 이어 6번째 패럴림픽에 나선다.
이미 패럴림픽 메달 29개(금 16개, 은 8개, 동 5개)를 딴 롱은 파리에서도 여자 접영과 개인혼영(이상 S8) 우승 후보로 꼽힌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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