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먼저 내민 손, 따뜻한 공동체 만들기의 마중물
더위를 피하려고 아내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고 휴가를 떠나지 않아도 가족들과 함께 식사할 때면 새삼 행복한 기분이 들곤 한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즐거움을 느낄 거라는 필자의 생각과는 달리 주위에는 조금은 이상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곤 한다. 마주 앉아서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핸드폰만 보고 있는 커플, 식사하는 부모와 대화는커녕 SNS에만 몰두하고 있는 자녀들의 모습 등이다.
디지털 사회로 접어들면서 스마트폰과 SNS의 과도한 사용이 개인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48억 명이 하루에 2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고 있으며, '세대별 SNS 이용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용률이 1~2%씩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대화가 단절된 커플과 가족처럼 개인주의 성향이 만연하면서 타인에게는 아무 관심이 없는 무미건조한 사회로 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소외로 인한 두려움,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가족, 이웃, 동료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며 격려해주는 「따뜻한 공동체 회복」이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공동체 형성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누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답은 간단하다. 나부터 열린 마음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관심을 가지는 「먼저 손을 내밀어 따뜻한 관계를 회복하는 공동체 형성」이 중요하다. 오래전의 일이다. 필자가 휴직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하는 정신없이 바쁜 시기였다. 어느 교포 부부가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아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자녀에 관한 문제였다. 얼굴은 한국인이지만 독일에서 나고 자랐기에 한국어보다 독일어가 익숙해 자연스레 부모와 대화가 단절됨은 물론, 학교에서는 외국인이라는 차별을 겪고 있는데 그 원인을 모두 부모에게 돌리며 불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부부의 부탁으로 필자는 프로그램을 짜서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퍼부었던 불평의 방향을 나에게 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아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했지만, 독일에 있는 동안 매주 만나면서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논문을 제출하고 귀국하여, 한 학기 강의를 마친 후 그해 겨울방학에 논문심사를 받기 위해 다시 독일로 향하였다. 그런데 도착해서 만난 아이들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밝게 웃는 모습, 어색하지만 부모와 한국어로 대화하는 모습,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을 반기는 표정이었다. 아이들을 보면서 '나의 작은 노력이 아이들이 이렇게 변하게 했구나'하는 생각에 매우 기뻤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시기에 필자도 타인에게 큰 도움을 받았었다. 같은 연구실의 독일인 동료가 논문 마무리로 쩔쩔매는 필자를 보고 안타까워하며 함께 내용을 상의하고 독일어를 교정해주는 등 먼저 손을 내밀어 필자를 도와주었던 것이었다. 그 결과 박사 논문은 심사위원 전체 동의를 받아 외국 유학생에게는 매우 어려운 등급인 '최우수' 논문으로 평정되었다. 필자가 독일에서 공부할 때 겪었던 이 경험은 먼저 마음을 열고 타인을 위해 노력하면 그들에게 변화가 생길 뿐만 아니라 다른 이웃을 통해 도움을 받는 「따뜻한 관계의 선순환」을 불러온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SNS의 사용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친구, 이웃들과의 소통은 점점 어려워지며 '나는 남에게 도움을 받지도 주지도 않으며 혼자 살아가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듯하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살아가다 보면 '그때 왜 내가 먼저 손을 내밀지 못했었나?'하고 후회는 적이 생각보다 많다. 여러분도 지금부터 고개를 들고 주변을 바라보며 먼저 손을 내밀어 보기를 바란다. 아마도 그 손길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행복한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오덕성 우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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