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는 답 없다…해외로 눈 돌리는 'K패션'
경기 침체 직격탄에 패션시장 둔화 탓
아시아·유럽에 자체 브랜드로 돌파구
국내 패션업체들의 실적이 상반기에도 부진했다. 고물가 여파로 여전히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가 많아서다. 국내 패션시장의 불황이 장기화하자, 패션업체들은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상반기 수익성 '뚝'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상반기 매출액은 1조30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65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감소했다. 신명품 등 해외 수입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한 덕분에 그나마 선방한 실적이다.
다른 패션기업들의 수익성은 더 악화했다. 한섬의 상반기 매출액은 735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 줄었다. 영업이익은 39.2% 감소한 365억원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상반기 매출액이 6303억원, 영업이익이 24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4%, 14.7%씩 감소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FnC)의 상반기 매출액도 전년 동기보다 1.4% 줄어든 6006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8.5% 줄어든 185억원이었다.
해외 비중이 큰 패션업체들도 국내 소비 침체의 타격을 입었다. 휠라홀딩스의 경우 상반기 매출액이 2조3579억원, 영업이익이 30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4.5%, 20.2% 성장한 수치다. 골프 관련 자회사 아쿠쉬네트가 북미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낸 덕분이다. 반면 국내 사업을 담당하는 휠라코리아의 실적은 부진했다. 휠라코리아의 상반기 매출액은 181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 줄었다.
F&F 역시 상반기 매출액이 8985억원, 영업이익이 222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0.5%, 14.4%씩 감소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 국내 경기 침체로 내수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다만 LF는 상반기 매출액이 9158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영업이익 463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2분기 부동산 자회사 코람코자산신탁 소송과 관련해 일회성 비용을 반영한 기저효과다.
이들 패션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한 것은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국내 소비자들이 옷에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의복, 가방, 신발 등 준내구재 소매판매액지수는 1분기와 2분기 각각 전년 동기보다 3.0%, 4.3% 줄었다.
문제는 국내 패션시장 성장세가 계속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랜드리서치의 '한국패션산업빅데이터트랜드 2024'에 따르면 국내 패션시장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2022년 8.2%, 2023년 2.8%에서 올해 2.3%, 내년 2.7% 등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국내는 좁다
이에 따라 패션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오롱FnC은 올 하반기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와 디자이너 브랜드 '아카이브 앱크'를 들고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달 초 일본 최대 종합상사인 '이토추'를 파트너사로 정하고 코오롱스포츠의 일본 라이선스 사업에 돌입했다. 또 아카이브 앱크는 태국의 최대 유통기업인 '센트럴 백화점'과 계약을 통해 이달부터 3개 매장을 순차적으로 오픈한다.
한섬은 올해를 '글로벌 패션 기업 도약 원년'으로 삼고 자체 브랜드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섬의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시스템옴므'은 지난 6월 파리 마레 지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한섬이 해외에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에는 프랑스의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의 적극적인 입점 제안을 받아 오스만 본점 여성관(메인관) 2층에 시스템 팝업 스토어도 열었다. 시스템은 파리 백화점, 아시아권 주요 백화점 등과 단독 매장 오픈도 협의 중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6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신규 여성복 브랜드 '앙개'를 국내외에 동시에 선보였다. 해외에서 미국, 일본, 중국 등의 주요 편집숍을 시작으로 유통망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F&F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아시아 판권을 획득해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 진출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으로 해외 공략에 나선다. 오는 10월 메이크업 브랜드 '어뮤즈'의 지분 100%(37만3737주)를 총 713억원에 취득할 예정이다. 어뮤즈는 인기 K팝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을 모델로 내세워 국내외에서 인기가 높은 브랜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향후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등으로도 사업을 확장해 2028년까지 매출 2000억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 시장은 벌써 수년째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침체돼 있다"며 "해외에서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K패션을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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