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임기범의 인공지능 혁신 스토리...AI 저작권은 누구?

성도현2 2024. 8. 2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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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범 인공지능 전문가. 현 인공지능경영학회 이사. 신한 DS 디지털 전략연구소장 역임.

임기범 인공지능 경영학회 이사 본인 제공

지난 2016년, '넥스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라는 프로젝트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네덜란드의 델프트공대, 렘브란트 미술관이 함께 2년여간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1606~1669)의 화풍을 인공지능(AI)이 학습해 그가 남기지 않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346점의 렘브란트 그림을 분석한 AI는 렘브란트의 독특한 화풍과 붓 터치, 조명 기법 등을 모두 학습했고 그 결과물은 매우 놀라웠다. 렘브란트 그림과 똑같은 느낌을 주는 회화를 3D 프린터로 재현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인공지능이 그린 렘브란트 화풍의 그림 출처 넥스트 렘브란트

인공지능은 붓질의 방향과 페인트 기반의 UV 물감을 렘브란트 시대 물감의 높이와 비교하며 계산했다. 3D 프린터는 1억 4천800만 픽셀 이상의 13개의 층으로 구성해 선보였다. 프롬프트는 "수염이 있고 검은 옷을 입은 30대 백인 남성을 그릴 것"이라는 명령어를 입력했다.

이를 받은 인공지능은 그 동안 학습하고 수집해 온 빅데이터로 18개월 동안 그림을 그렸다. 렘브란트 작품의 색채, 구도, 기법, 작품의 표면 질감까지 구현했다.

2018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선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그림이 고가에 낙찰됐다. 프랑스에서 인공지능과 예술을 연구하는 창작자 집단 '오비어스'(Obvious)가 GAN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그린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가 그것이다.

에드몽 드 벨라미 출처 오비어스

이 그림의 낙찰가는 애초 예상의 40배가 넘는 43만 2천 달러(약 5억 원)였다.

가상의 남자 초상을 묘사한 작품으로 눈, 코, 입과 얼굴 윤곽을 모호하게 묘사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그려냈다.

오비어스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14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서양화 1만 5천여 작품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이미지를 분석해 초상화 구성요소를 학습한 뒤 창작해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만든 그림은 경매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예술계에 큰 충격을 줬고, 또한 예술의 영역에 AI가 얼마나 깊숙이 들어올 수 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창작'의 의미와 그에 따른 저작권 문제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2023년에는 또 하나의 인공지능 저작권 관련 논란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여명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라는 만화의 사례다.

이 작품은 작가 크리스 카지노가 생성형 AI를 사용해 제작한 만화로, 이야기와 구성은 인간 작가가 작성했지만 그림의 상당 부분은 AI를 통해 만들었다. 크리스 카지노는 이 만화에 대한 저작권을 신청했으나 미국 저작권 청은 인공지능이 만든 그림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결정은 생성형 AI가 만든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의 귀속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고, 인공지능 시대의 창작물 보호에 대한 법적 기준이 얼마나 불확실한지 다시 한번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여명의 자리야 출처 위키피디아

이 세 가지 사례는 생성형 AI가 창작 과정에 참여하는 시대에 저작권 문제가 큰 쟁점이 될 것임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인공지능이 창작에 있어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실제 창작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창작'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그리고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인간만이 저작권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필자는 생성형 AI 시대에 저작권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이 변화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생성형 AI가 창작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과거에는 예술, 문학, 음악 등 창작 활동은 오로지 인간의 영역이었다.

창작자는 자기 경험, 감정, 상상력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물은 고유한 저작권으로 보호받았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이 전통적인 창작 과정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 창작자와 유사한 방식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해낸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은 수많은 예술 작품을 분석해 특정 화가의 스타일을 모방하거나 대량의 문학 작품을 학습해 인간처럼 글을 쓸 수 있다.

이렇듯 인공지능이 창작물 제작에 깊이 관여하게 되면서 이러한 산출물에 대해 저작권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떠오른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작품은 창작자의 독창적인 결과물로 인정될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그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시켜야 할까?

생성형 AI 모델을 만든 회사인가?

아니면 생성형 AI 모델 자체인가?

프롬프트를 넣고 창작물을 만들어 낸 사람인가?

이 질문은 인공지능과 저작권 논쟁의 핵심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윤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생성형 AI가 만든 창작물에 대해 저작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 문제는 단순히 법적인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창작의 본질과 인간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까지 포함하고 있다.

우선 현재의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됐다.

저작권은 창작자가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표현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해준다.

이 과정에서 창작자는 자기 경험, 감정, 지식, 그리고 창의성을 투영하여 작품을 완성한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이러한 인간의 창작 과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조합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인공지능의 산출물은 독창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인간의 창의성이 아닌 알고리즘과 데이터의 결합 결과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필자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산출물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활용한 인간만이 창작자로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붓과 물감을 사용하지만, 저작권은 '붓과 물감'이라는 도구가 아닌 이를 사용하는 예술가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인공지능이 생성한 산출물 역시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간에게 저작권이 부여돼야 한다. 산출물 자체는 인공지능이 만들어 냈을지 몰라도 그 산출물이 나오기까지 과정은 인간의 감성적인 고민과 적절한 프롬프트를 사용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며, 이러한 과정들이 저작권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인공지능이 창작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잠시 고려해 보자.

인공지능이 점점 더 창의적 역할을 맡게 된다면 그 산출물에 대한 권리를 인공지능에 부여하지 않는 것이 과연 공정할까?

그러나 인공지능은 여전히 인간의 지시와 프롬프트에 의해 작동하는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창작의 본질적인 과정은 여전히 인간에게 귀속돼야 하며, 인공지능의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도 마찬가지이다.

권리와 의무는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존재이니 저작권의 반대 상황인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산출물이 기존 저작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가정할 때 이 경우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할까?

생성형 AI를 만든 회사에 책임을 전가할 수 있을까? 답은 'No'다(정확히는 'No'여야 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산출물을 세상에 내놓는 것은 사람의 역할이다.

통상 이 산출물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프롬프트를 바꿔가며 몇번의 작업을 거치게 된다. 산출물이 만족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세상에 내놓는다면 반드시 그 전에 산출물이 기존 저작권 침해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이것은 이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의 의무 사항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인공지능은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불완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이 면밀히 잘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험과 감성 등을 토대로 프롬프트를 잘 활용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낸다면 그 저작권은 그러한 노력을 기울인 사람에게 귀속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산출물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결과물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 또한 인간의 중요한 역할이다.

필자는 생성형 AI 시대의 저작권 문제는 기술 발전과 함께 계속해서 진화할 것으로 본다.

우리는 인공지능을 단순한 도구로 인식하고 그것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인간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동시에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법적, 제도적 장치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업을 통한 창작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바, 이 과정에서 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저작권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을 두려워하거나 배제하기보다는 이를 인간의 창의성 확장 도구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동시에 인공지능 사용에 따른 책임과 윤리적 고려사항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러한 균형 잡힌 접근을 통해 생성형 AI 시대의 저작권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리 : 이세영·성도현 기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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