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분당 재건축 동의율 초비상…3억이나 오른 집 추격 매수? [부동산360]
선도지구 지정 앞두고 실거래가·호가 뛰어
“집값 오르니 집주인들 매물 거두고 관망”
다만 주민동의율 확보는 쉽지 않은 분위기
[헤럴드경제=고은결·정주원 기자] “시범단지 서현 뿐만 아니라 미금부터 야탑까지 분당 전체가 올랐어요. 집값 오를 일 없던 까치마을까지 올라서 많이 놀랐어요.” (분당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 21일 오후 찾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수내동 일대 아파트 단지에는 크고 작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주요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에서는 9월 23일 전까지 선도지구 공모동의율 확보를 위해 주민들을 독려하는 재건축 경쟁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11월 선도지구 지정을 기원하는 주요 건설사의 현수막과 동의서 접수 위치와 방법이 적힌 안내문 등도 배치돼 있었다.
분당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지난 5월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선정계획’을 발표한 뒤 술렁이는 모습이다. 분당 내에선 중앙공원을 중심으로 양쪽에 양지마을(4392가구)과 시범단지(7769가구) 등이 주요 재건축 단지로 꼽힌다.
개발 기대감에 실거래 가격이 계속 오르며 분당 집주인들의 콧대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시범삼성한신 아파트 전용 84㎡ 매매가는 3·4월 14억~15억원에 형성된 반면, 6·7월에는 16억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7월 말에는 17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금호1단지 전용 84㎡ 매매가도 역시 7월에 17억2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갱신했다. 해당 평형은 지난 4월 15억원에 팔린 바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상승 거래와 더불어 호가도 오르는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시범한양아파트 전용 134㎡는 18억원에 팔리던 매물이 이제는 20억원까지 올랐다”며 “서울서 반포·강남 집값이 오를 때 분당은 먼저 서현동부터 오르고 주변으로 퍼지는 형태”라고 했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아예 분당을 서울의 새로운 신도시로 건설하겠다는 조짐이 보이자, 서현 시범단지 뿐 아니라 분당 전체가 올랐다”며 “한 달 전 고객 중에 분당에서 비교적 저렴한 ‘까치마을’에 집을 해드렸는데 매물도 없고 가격도 생각보다 높아 당황스러웠다. 오른 적 없다가 개발 기대감에 오른 모양”이라고 했다.
이에 집주인들은 급히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값이 오르자 다른 집이 얼마에 팔리는지 보기 위해 매도를 보류해 가격은 오르는 추세”라며 “괜찮은 매물 구하기는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시범한양 전용 28㎡는 1억원 가까이, 시범 한신·삼성 아파트 전용 84㎡는 1억5000만원 정도 호가가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천지개벽 기대감에 들썩이는 현장과 달리,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선도지구 공모 신청을 위한 주민 동의율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주민 동의율은 선도지구를 지정하기 위한 정량평가 항목 중 관건으로 꼽힌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표준 평가 기준을 보면 전체 100점 만점 중 주민동의율 배점이 60점으로 가장 높다. 나머지 40점은 정주 환경 개선의 시급성(10점)·통합 정비 참여 주택 단지 수(10점)·통합 정비 참여 세대 수(10점)·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10점)이다.
배점이 가장 높은 주민 동의율이 95% 이상이어야 60점 만점을 받는다. 다만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이하 재추위)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업성을 가늠할 분담금 등 지표 산정이 어려워, 주민 설득이 쉽지 않다. 분당 D아파트 재추위원장은 “사전 동의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최소 80%이상은 확보해야 하는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접수 마감이 한 달이 채 안 남은 시점에서 현재 70%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고령층 주민 동의를 얻는 것도 난제로 꼽힌다. E아파트 재추위 관계자는 “노인들은 1억 이상의 분담금에 부담 느끼고 이사도 번거로워 해 꺼리는 분위기”라며 “5월까지 모바일 설문조사 형태로 진행한 사전 동의 절차와는 달리 신분증과 지장을 지참해서 본격적으로 동의서 접수를 받는 형태에 준비물을 누락하거나 보이스피싱과 같은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주말 직접 설득 위해 가정을 방문하는데 초인종 눌러도 문 열어주는 집은 8집 중 한 집 정도”라고 전했다.
jookapook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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