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업계 망치러 온 윤석열의 구원자? [정준희의 ‘미디어 레퀴엠’]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2일 사실상 종료됐다. 이날 류희림 위원장과 황성욱 상임위원, 김유진·문재완·윤성옥·이정옥 위원이 임기를 마침에 따라 회의 개최가 어렵게 되며 다음 달 5일이면 남은 김우석·허연회 위원의 임기도 종료된다. 전례와 현재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공백은 불가피하다.”
2024년 7월22일자 〈연합뉴스〉 기사 중 일부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공백은 불가피하다”라고 했던 이 기사의 전망은 틀렸다. 바로 다음 날인 7월23일, 대통령이 류희림 위원장을 신임 상임위원으로 재위촉했다. 게다가 대통령은 강경필 변호사와 김정수 교수도 자신의 추천 몫으로 위촉했다. 당일 긴급 소집된 전체회의에는 대통령 추천 6기 신임 위원 3인과 임기 종료가 2주도 안 남은 여당 몫 5기 위원 2인이 모여 ‘전’ 위원장을 ‘현’ 위원장으로 호선했다. 류희림을 ‘전 위원장’이라고 호칭할 시간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공백기도 사실상 주어지지 않았다. 류 위원장의 임기가 종료된 7월22일 자정부터 재위촉된 7월23일 오후 ‘현’ 위원장으로 호선되기까지, 만 하루도 채 안 되는 기간만이 굳이 그를 ‘전’ 위원장이라 호칭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공백기라 부르는 게 가능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굳이 그 일을 할 기자는 아마 없었을 것이고 실제로도 그런 기사는 쓰이지 않았다. 류 위원장이 7월22일 형식적인 이임식이라도 치르지 않은 것, 그리고 자신의 전횡에 저항하는 직원과 팀장들을 임기 만료 직전에 귀양 보내듯 전보 조치를 취한 것 등은 결국 자신의 연임 이력에 단 하루의 공백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일 테다.
임시회의는 7월23일 오후 6시50분에 열렸다. 그 내용이 홈페이지에 공지된 때는 개의 2분 뒤인 6시52분이었다. 어차피 자기들끼리 전화나 단톡방 같은 것으로 작전회의를 했을 터. ‘최소한의’ 절차성을 갖추기 위해서 물리적 회의실이 필요할 따름이었을 것이다. 직무상의 정당한 절차는 물론 심지어 공지를 통해서도 아닌, 필경 첩보로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언론노조 방심위지부가 19층 회의실로 올라갔다. 문은 잠겨 있었다. 마치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라도 되는 양 굳게 닫힌 문 안에서 연임에 성공한 류희림 ‘현’ 위원장과 이에 동석한 위원들은 뒷문으로 빠져나가 19층부터 지하주차장까지 계단을 내려갔다. 무릎이 시원찮을 나이들일 텐데도 노익장을 과시한 셈이다. 건물 꼭대기에서 지하주차장까지 이르는 그 많은 계단을 어찌 다 걸어 내려왔을까. 어쨌든 류 위원장이 탄 전용차는 지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노조원들과 다시 마주쳤고, 노조지부장이 차에 치일 뻔한 위험한 대치 상황까지 빚어졌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현장에 도착하자 그는 결국 차에서 내렸다. 류 위원장과 최 위원장의 현관 앞 환담(?)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류 위원장이 다시 한번 노익장을 뽐내며 큰길로 뛰쳐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류 위원장이 대한민국의 미디어 내용물 규제를 책임지는 기구의 수장으로서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상혁 당시 방통위원장을 먼저 해임해가며 정연주 당시 방심위원장을 해촉 강행한 후 잔여 임기를 채울 위원장이 되었던 그가 지난 1년 남짓한 기간에 벌인 온갖 해괴망측한 일들로 따지자면 다시는 이 바닥에 발을 붙여서는 안 될 인물임은 분명하다는 게, 그간 내가 쌓아온 전문 지식과 학자적 양식이 가리키는 바다. 그는 정권에 불리한, 아니 조금이라도 유리하지 않은 보도를 하는 방송사들에게 강력한 철퇴를 참으로 집요하게도 내리쳤고, 이를 위해 합의제 기구에서 ‘합의’라는 걸 철저히 제거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게다가 ‘민원 사주’의 주체라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런 ‘공백’ 없이 위원장 자리에 다시 올랐다. 대체 대통령은 그가 왜 필요한 걸까? 적어도 방심위의 전문성보다는 비밀작전을 구상하고 수행할 결단력, 여차하면 계단도 뛰어 내려갈 만큼 강인한 무릎 관절, 그리고 대화하는 척하다가 돌연 큰길로 몸을 던져 택시를 잡아타고 달아날 용기와 체력 등이 더 우선시되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단어가 도무지 그 뜻대로 쓰이지 않는 상황을 너무나 많이 마주했다. 예컨대 ‘공지’는 모든 이가 알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물론 ‘예외적으로는’ 사후에도 가능하겠지만 당연히 사전에 알리는 게 본래 의미다. 또 위원장을 ‘호선’한다는 것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이들 사이에서 특정인을 선출한다는 뜻이다. 물론 그 역시 대개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걸 알지만, 제6기 위원 3인과 임기 2주도 안 남긴 제5기 위원 2인을 긁어모아 제6기 위원장을 선출하는 게 ‘요식’에 해당하는 행위일 수는 없다. 전체회의라는 것도 그렇다. 언제부터 ‘부분’이 ‘전체’와 동의어가 된 건가? 피치 못할 결원이나 결석으로 인해 9인이 모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야 아주 가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예외’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건 그 결원 혹은 결석이 기껏해야 1~2인을 넘어서지 않고,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 않으며, 그런 사례가 매우 드물게 발생할 때이다. 아무리 법을 문언적으로, 즉 자구대로 해석한다 해도, 이런 상식적 전제까지 무시하는 건 문언이 아니라 무식이고, 법이 아니라 폭력이다. 심지어 요식행위(要式行爲)의 문언적 의미는 ‘일정한 방식, 즉 정해진 절차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법률 행위’이다. 대충대충 겉치장하는 외식(外飾) 행위가 아닌 것이다.
택시 기사는 무슨 말을 건넸을까
법이 명확히 정해놓지 않은 것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 그 빈틈을 제멋대로 채우고서는 “법률에 따른 것”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게 대통령에서부터 정부 요인과 주요 기관장을 관통하는 기조가 되었다. 기동작전처럼 치러진 대통령의 신임 위원 위촉과 제대로 된 고지도 없이 문을 걸어 잠근 채 진행된 전체회의. 제6기 방심위원장으로 돌아온 류희림은 “법과 규정에 따라 위원장 호선을 마쳤”으며 긴급히 위원장을 선출하게 된 건 “심의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7월23일 방송회관 입구에서 맞닥뜨린 최민희 의원이 “왜 문을 걸어 잠갔느냐”라고 묻자 “외부에서 방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며 “우리는 정상적 회의를 해야 했다”라고 답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어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양복 차림으로 차도에서 몸싸움을 하는 이들과 그런 그들을 쫓아오는 카메라를 앞에 두고 멈춰 서야 했던, 도보 옆 차선의 버스 기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쫓아온 젊은이를 차 문으로 밀친 후 큰길 한복판에서 택시에 올라탄 괴력의 노년 신사에게 택시 기사는 과연 무슨 말을 건넸을까 궁금해진다. 도로교통법 위반 여부를 따지고 국회 소관 상임위원장과 나눈 대화 행위의 정상성을 거론하는 건, 이들이 생각하는 긴급한 공무집행의 엄중함과 준법성에 비해선 아마도 하찮고도 또 하찮은 일이리라.
이런 웃지 못할 장면을 두고 야당은 위원장과 부위원장 2인이 주요 결정을 내려온 방통위의 결격성과 위법성을 지적하는 한편, 마찬가지 근거에서 방심위의 위법성을 규탄한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방송법과 시행령, 각 위원회의 운영규칙 등 전체회의 소집 권한만 규정하고 있을 뿐 의결정족수와 관련된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에 모두 합법적인 조치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방통위와 방심위를 이런 상태에 둔 것은 야당이 위원을 추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두 위원회에 ‘시급한’ 업무가 산적해 있음에도 국회의장과 교섭단체가 나머지 위원을 추천하지 않음으로써, 그리고 방통위원장(과 직무대행)을 연속적으로 탄핵함으로써 고의적 업무 방해를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당시인 제5기 방심위 구성 시점으로 돌아가보자. 제5기 위원회는 제4기 위원회가 종료된 이후 무려 6개월 넘게 출범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자신 몫 위원 2인의 추천을 계속 미뤘기 때문이다. 중립성이 의심되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대통령 추천 몫에 위촉되어 위원장으로까지 내정되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제5기 방심위는 2021년 7월에 일단 7인 체제(대통령 추천 위원 3인, 여당 추천 3인과 함께 여당 추천 위원 1인의 유임을 통해 구성되었다)로 출범했다. 하지만 의결이 가능한 전체회의 소집은 그로부터 다시 1개월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나머지 위원 2인을 국민의힘이 추천하여 대통령이 위촉함으로써 비로소 9인 위원회 체제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위원장, 부위원장을 포함한 3인의 상임위원 호선과 제20대 대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 그리고 6개월 넘게 쌓인 주요 심의 안건을 처리할 수 있는 전체회의는 이렇게 제4기 위원회 임기 종료 이후 7개월을 넘긴 시점에서야 시작될 수 있었다. 여야 9인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7개월이 미뤄진 2021년 8월의 ‘전체’회의와 단 하루의 공백도 없이 현 여당 몫의 기존 위원 2인과 대통령 몫의 3인 위원으로‘만’ 소집되어 위원장 호선까지 마친 2024년 7월의 ‘부분’회의 가운데,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이 더 적법하고 정당한 것일까?
이번엔 과거와 현재가 언뜻 동일해 보이는 사안으로 초점을 옮겨보자. 양 위원회 운영을 편법화시키기 위해서 국회 몫의 위원 추천이 야당에 의해 고의 지연되고 있다는 혐의 말이다. 국민의힘 스스로 위원 추천을 ‘고의적으로’ 미뤘던 명백한 전력이 있음에도 이런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건 의도적 망각이거나 일종의 정치적 대응 매뉴얼일 테다. 그들의 지력이나 지략을 평가하는 건 차치하고라도, 국민의힘이 재집권을 위한 핵심 타격점으로 삼았던 전 정부의 내로남불이 평면적이라면 현 정부의 내로남불은 대단히 입체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적어도 지난 정부에서는 7인 위원이라는 꽤 ‘전체’에 가까운 절차적 정당성이 갖추어져 있음에도 9인이 모두 참여하는 ‘첫’ 전체회의를 지키고자 했고 이를 거쳐 위원장을 호선하는 ‘로맨스’라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의 제6기 방심위가 사실상 대통령 몫 3인 위원으로 위촉 당일 전체회의를 소집한 것은 물론, 야당 추천의 방통위원 후보자 최민희의 대통령 임명을 7개월 이상 미뤄 결국 당사자가 사퇴하는 데까지 이르렀던 것, 그리고 야당 추천의 방심위원 후보자 최선영 교수를 추천 후 9개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대통령이 위촉하지 않는 것은 ‘내로남불’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 아닌가?
바로 얼마 전에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야당 몫 2인 위원을 추천하고 자신들이 여당 몫 1인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 2인을 합해 “방통위 5인 체제 복원”에 이를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방통위든 방심위든 설혹 야당 몫의 위원이 추천된들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위촉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면 추천권자에 불과한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대통령이 여당 추천 위원만 임명하거나 위촉하고, 야당 추천 위원에 대해서는 결격사유를 들어 (혹은 아무런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임명 및 위촉을 거부한다면 어쩔 것인가? 실제로 대통령은 기존 위원을 해임 혹은 해촉할 때에도 현재의 야당이나 전임 대통령이 추천했던 인물만 골라 집중 타격을 했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처럼 방심위원 후보자 최선영 교수를 9개월째 위촉하지 않고 있는 사유조차 대통령은 밝히지 않고 있다. 야당의 ‘침대 축구’는 어떤 대통령에게는 먹히지만 다른 대통령에게는 전혀 의미 없는 전술이라는 걸 똑똑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정책 기능 사실상 상실한 방통위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들고 있는 ‘긴급함’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불구속 기소를 사유로 한상혁 당시 방통위원장이 2023년 5월30일 면직 처리된 이후 방통위 여야 구도는 2대 1로 역전됐다. 최민희 당시 방통위원 후보자를 윤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은 것은 이를 다시 2대 2의 교착 구도로 만들지 않기 위함이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방통위가 해임제청권을 지닌 공영방송 이사진에 대한 물갈이가 단행되고, 이렇게 재편한 이사회를 통해 공영방송 사장의 해임이 이뤄진 것, 나아가 YTN 민영화 등이 결정된 것은 김효재 직무대행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야권 추천 위원의 해임과 임명 지연을 결합시켜 얻어진) 정부·여당 주도의 기형적 방통위 체제에서였다. 이런 괴이쩍은 방식을 사용하면서까지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을 교체하고 군납 건빵회사에서 시작하여 건설업과 금융업으로까지 사세를 확장해온 유진그룹에 공영 뉴스 전문채널(YTN)을 넘겨주는 게 ‘긴급’한 것이라면, 그건 국민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정권의 관점에서였을 뿐이다.
또 결함을 넘어 위험함까지 갖춘 이진숙이라는 인물을 굳이 방통위원장에 앉힌 것은 법원의 제동으로 인해 ‘미완의 과제’가 된 MBC 사장 교체를 긴급하게 이뤄낼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진숙 신임 방통위원장은 임명된 다음 날인 7월31일,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의 선정·추천·임명이라는 엄청난 분량의 안건을 단 1회 회의만으로 처리했다. 7월23일 방심위 전체회의와 7월31일 방통위 전체회의는 놀랍도록 닮은꼴이다. 공영방송 이사진을 의결한 방통위의 이 회의 역시 1시간 전에야 홈페이지에 공지가 나갔고,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전날 함께 임명된 대통령 몫 방통위원 1인이 더해진 2인 체제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들 둘은 그날 오전 11시에 취임식을 치렀다. 이진숙 위원장은 “공영방송 공공성을 위한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라고 취임사에서 말했다. 그리고 취임 일성에 담겨 있던 이 ‘조속함’은 지나칠 정도로 빨리, 완벽하게 이행됐다. 이사 후보자에 대한 인터뷰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결함은 너무나 결정적이라 그렇다 치고, 그 많은 서류 검토는 대체 언제 한 건지 궁금해진다. 게다가 임명 당일에야 이름이 알려진 김태규 위원은 단 하루 만에 그 막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자였던 걸까? 혹시 임명 전에 서류를 보내주기라도 한 걸까? 조금이나마 더 검토의 시간을 가졌다면 불행 중 다행이지만, 임명되지도 않은 이로 하여금 공무를 담당하게 했다면 그건 적법한 일일까?
이런 일련의 사안을 거치며 떠오르는 가장 긴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들의 이런 긴급한 결정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미디어업계가 망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이 분야를 다년간 전공해온 내 시각에서 말하자면, 오히려 그런 행위로 인해 우리 미디어업계가 망해가고 있다. 경영 능력이나 전문 역량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참으로 빼어나게 무능력할뿐더러 악의적이기까지 한 인물들에게 직위와 자리가 돌아가게 될 수밖에 없는 결정들로 인해 그나마 인력·자원·브랜드·노하우라도 가지고 있던 지상파 공영방송사들은 이젠 되살아날 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나락으로 빠져 들어갈 게 뻔하다.
정작 시급한 건 그들의 경영과 제작을 주기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드는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이번 큐텐 사태에서 드러났듯 제대로 규율되지 않은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를 정비하기 위한 입법과 정책이다. 정작 시급한 건 철지난 공정성 규제를 정치적 입맛에 따라, 그것도 법의 한계를 넘어 남발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번성하는 이른바 ‘사이버 레커’들의 불법과 합법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는 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새로운 표현 자유 패러다임을 만드는 일이다. 정작 시급한 건 이미 과도한 경쟁 상태에 놓인 뉴스 시장에 ‘공영적’ 기존 행위자를 매각하여 질 낮은 상업성만 더하는 것이 아니라, AI 시대를 대비하는 고품질의 신뢰할 만한 새로운 정보 주체를 공공영역에서 더 먼저 더 모범적으로 생성해내는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다.
이런 일을 이진숙과 류희림이 해낼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는 감사와 사법조치로 인해 거의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채 정책 기능을 거의 상실해버린 방통위가? 90% 이상의 직원이 위원회 운영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한 줌의 인력들이 좌지우지하는 방심위가, 과연? 그나마 국가 역량 이상으로 무언가를 해내던 대한민국 미디어의 머리채를 잡고 침대에 누인 후, 자연 수명을 당겨 죽음을 알리는 조종(弔鐘, death knell)을 신나게 때려대고 있는 건 바로 그들인데도?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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