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밭서 신발끈 고쳐맨 축구협

황민국 기자 2024. 8. 2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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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전 앞 티켓값 인상
‘차별금지’ AFC 권고 따르고
붉은악마와 협의 마쳤다지만
미묘한 시점 긁어 부스럼 우려
이강인(오른쪽)이 지난 6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 중국과 홈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번에도 매진일까, 아니면 빈 자리가 생길까.

오는 9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축구 A매치 팔레스타인전 흥행에 대한 기대치가 엇갈린다.

홍명보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55)이 지휘봉을 잡는 이 경기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가늠할 3차예선 첫 경기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그런데 팬들 사이에선 팔레스타인전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팔레스타인전을 앞두고 일부 좌석의 티켓 가격을 인상한 것이 원인이다. 22일 예매가 시작된 팔레스타인전 티켓 가격을 살펴보면 최고가석인 프리미엄 테이블석(35만원)을 비롯해 1등석 S구역(18만원), 3등석(3만원) 등 대부분의 좌석은 기존 가격과 동일하다.

하지만 축구대표팀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악마가 주로 응원하는 레드석은 3만 5000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됐고, 2등석 S구역과 A, B구역 등은 각각 1만원씩 올라 5~7만원석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레드석만 따진다면 인상폭이 무려 43%나 된다.

협회는 티켓 가격 인상의 명분으로 홈팀과 원정 응원석에 가격 차별을 금지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가이드라인을 내세운다. AFC의 2023 대회 운영 매뉴얼 48조 2항에 따르면 ‘홈팀은 AFC와 AFC 파트너 그리고 상대팀이 같은 가격(face value)으로 티켓을 구입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협회 관계자는 “정확하게 따지자면 규정이라기 보다는 권고안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 원정 응원석이 홈팀 응원석이라고 할 수 있는 레드석보다 비쌌기에 이 부분을 동일선상에서 맞추기로 했다”면서 “협회가 요새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다보니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위약금 해결을 위해 가격을 인상했다는 오해와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티켓 가격을 올리는 과정도 일방통행은 아니었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이번 인상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붉은악마 측과 사전에 협의를 거쳤고 합의 속에 가격을 인상했다.

이 관계자는 “레드석(N석 1층) 같은 경우 2022년 이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붉은악마도 ‘특혜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 2등석에 준하는 가격(5만원)으로 올린 것”이라며 “나머지 2등석도 1만원씩 인상하는 선에서 정리됐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번 티켓 인상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 기준 총 입장 매출액이 3억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요금이었을 때 전체 입장권 판매액이 34억원 남짓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총 입장매출 증가액은 약 9% 정도 수준이다. 협회는 이 수익 증가분으로 최근 상승된 인건비를 충당하는 한편 경기장 인근에 설치되는 플레이존 등의 팬 서비스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이번 가격 인상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을 기점으로 관중석을 가득 메우기 시작한 팬심을 잃어버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전은 북중미를 향하는 홍명보호의 출항을 알리는 시작점이라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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