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돌아보는 파리 올림픽 사진

고운호 기자 2024. 8. 23.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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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경기. 프랑스 선수가 점프한 순간을 포착했다. 현장에 일찍 도착해 한국팀 경기를 앞두고 다양한 시도를 하며 감을 끌어올린다. 2024.7.31 / 고운호 기자

아는만큼 보이는 스포츠 사진

처음 경험한 파리 올림픽은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현장을 취재해온 기자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우선 과거 올림픽 사진 기사를 훑어봤다. 국제적인 대형 이벤트이다 보니 완벽한 취재를 위해서는 현장에 일찍 도착해 헤매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펜싱 예선 경기 취재를 위해 그랑팔레 경기장에 2시간 먼저 도착해 주변을 살폈다. 현장에서 사진 취재를 총괄하는 포토매니저의 안내를 따라 촬영이 허가되는 각 포토 포지션(Photo Position)에서 어떤 장면이 담을 수 있을지 확인했다. 첫 경기에서는 눈앞에 벌어지는 장면만 포착하는데 급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이 쌓이며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태권도 57kg급 결승전 김유진과 이란의 키야니찬데와의 금메달 확정전을 경기를 앞두고 자리를 맡는 모습. 포토넘버 1205가 적힌 사진기자는 식사도 거른채 3시간 전부터 자리를 지켰다. 2024.8.9 / 고운호 기자
프랑스 파리 북부 외곽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폐회식에서 화려한 불꽃이 터지고 있다. 추첨을 통해 배정된 이 구역 또한 폐회식 3시간 전부터 선착순 자리 경쟁이 벌어졌다. 2024.8.11 /고운호 기자

자리 경쟁과 확률 싸움

스포츠 사진은 어느 자리에서 촬영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촬영 각도마다 담을 수 있는 사진이 다르기 때문이다. 좋은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가 분명히 존재한다. 선수의 경기 집중에 방해를 줄 수 있어 경기 시작 후에는 사진기자의 이동이 금지된다. 대부분의 취재 현장에 포토라인은 있지만 매체별로 성역은 없다. 하지만 올림픽은 다르다. 게티이미지, AP, 로이터, AFP, 신화 통신 등 IOPP(The International Olympic Photo Pool)라 불리는 국제 뉴스 통신사들이 최적의 위치에 우선으로 취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다른 매체에게는 경기장 동선과 자리가 철저하게 통제된다. 그 구분은 조끼의 색깔로 결정된다. 파란 조끼를 입은 그들이 자리를 차지한 다음에 회색 조끼를 입은 일반 사진기자 순이다. 사진기자들에게 룰은 간단하다. 먼저 온 사람이 임자다. 매 경기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사진기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특정 자리가 훌륭한 사진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가 이길 때 포효하는 자리, 금메달 따고 관객들을 돌아보는 자리 등 좋은 사진이 찍힐 수 있는 확률 높은 자리에 ‘베팅’을 한다. 파리올림픽 폐회식이 열린 생드니 스타드 프랑스에서는 폐회식 하이라이트를 담기 위해 3시간 전 부터 자리를 지켰다. 좋은 자리를 위한 시간 투자는 필수다.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남자 리커브 단체 결승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김제덕 이우석 김우진이 금메달을 확정된 뒤 기뻐하고 있다. 2024.7.29 / 고운호 기자

분초를 다투는 직송마감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다수의 메달이 나온 효자 종목 양궁 결승전은 한국 시간으로 밤 12시 전후로 펼쳐졌다. 신문의 인쇄가 끝나는 마감 시간과 겹치는 아슬아슬한 시간이었다. 마감 시간이 촉박하면 긴장감이 극도에 달한다. 카메라에서 메모리카드를 꺼내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고 고른 뒤 적절하게 자르고 캡션을 적어 마감할 시간이 없었다. 선수들이 메달을 딴 순간을 신문에 싣기 위해서는 편집국이 윤전기를 멈춘 동안 빠르게 사진을 보내야 했다. 촬영하자마자 카메라에 연결된 유무선 FTP를 이용해 ‘직송’ 처리했다. 사진 원본을 그대로 서버로 보내면, 사진을 받아주는 사람이 대신 마감해 주는 구조다. 직송 덕분에 경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사진 취재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경기 동안 촬영한 수천 장의 사진 중 극적인 순간을 골라 지면에 실었다. 마감 시간과 맞물린 중요한 취재가 가장 긴장되면서 짜릿했다.

안세영이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2대0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확정한 뒤 두 팔을 벌려 기뻐하고 있다. 2024.8.5 /고운호 기자

기승전전전결

대부분 취재는 기승전결로 진행된다. 분위기가 고조되다 하이라이트가 있고 이후 소강상태에 접어든다. 올림픽 사진에서 경기 장면도 중요하지만 승패가 갈린 순간을 제대로 포착해야 한다. 메달이 확정되면 선수가 사라질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카메라 뷰 파인더에서 눈을 떼는 순간 다른 상황이 벌어진다. 안세영 선수가 금메달 획득한 순간이 그랬다. 보통 승리 후 포효하며 다양한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날은 주변을 돌고 슬라이딩을 하고 점프하는 등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장면을 연출했다. 안세영 선수가 무슨 포즈를 할 지 한시도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사진을 중심으로 마감을 하고 있었는데, 안세영 선수가 배드민턴 협회를 향해 폭탄선언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분위기의 사진을 서둘러 찾아야 했다. 스포츠 경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기사 내용에 따라 신문에 들어가는 선수의 표정도 달라진다.

북한 조진미와 김미래가 프랑스 생드니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다이빙 여자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 연기를 펼치고 있다. 입수하는 순간을 패닝을 활용해 촬영했다. 2024.7.31 / 고운호 기자
미국의 시몬 바일스가 2024파리올림픽 프랑스 파리 아레나 베르시에서 열린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승에 출전해 연기를 펼쳐 금메달을 획득했다. 1차 시기를 초고속으로 촬영해 레이어 합성했다. 2024.8.3 / 고운호 기자

최신 카메라 기술 경연의 장

올림픽은 첨단 카메라 기술을 시연하기 최적의 장소다. 뛰어난 신체조건 갖춘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역사적인 경기, 이를 위해 마련된 최신식 경기장, 풍부한 조명과 쾌적한 취재 환경, 인간의 성취와 좌절을 가장 가까이서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대표적인 카메라 회사 캐논, 니콘, 소니는 신제품 발표를 앞두고 테스트 바디를 지원한다. 카메라는 사격 종목에서 총알이 나가는 순간, 양궁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순간, 기계 체조에서 선수가 도약하는 찰나의 순간을 모조리 담아낸다. 스포츠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 만큼 카메라 회사도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드러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한다.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8강 한국과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패배해 탈락하자 강영미 선수를 비롯한 팀원이 서로를 위로하며 퇴장하고 있다. 2024.7.30 / 고운호 기자
2024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 한국 대 헝가리 경기가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렸다. 금메달을 확정한 후 한국 오상욱과 구본길이 서로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2024.7.31 / 고운호 기자

승패를 마주하는 선수들

경기 결과에 따라 기쁨과 슬픔을 마주하는 선수들의 자세는 다양했다. 단체전의 경우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모습은 취재하는 내내 눈시울이 뜨거워질 만큼 감동을 줬다.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벌어진 일이다. 프랑스와 8강 경기에서 패배하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며 퇴장했다. 중계 카메라 뒤로 맏언니 강영미 선수를 비롯한 팀원들은 서로의 허리와 어깨를 감싸며 퇴장하는 장면에서 팀워크가 드러났다. 4년간 동고동락하며 오랜 시간 함께 땀 흘리며 준비해온 그들의 노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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