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 집어던진 포수, 그 분노 후 하나 된 '팀코리아'…야구 새역사 썼다[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해냈습니다!"
2008년 8월 23일. 김경문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남자 구기 종목에서는 최초, 단체 구기 종목으로는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핸드볼 금메달 이후 16년 만의 쾌거였다.
특히 한국은 야구 강국인 쿠바, 미국, 일본 등을 상대로 '9전 9승'으로 '퍼펙트' 금메달 신화를 쓰며, 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올림픽 예선에서 연이은 수비 실책 등으로 아슬아슬한 경기를 펼쳤지만 7전 전승을 거두며 결선에 진출했다.
예선에서 1위를 거둔 한국(7승)은 예선 4위 일본(4승 3패)과 맞붙었고, 예선 2위 쿠바(6승 1패)는 3위 미국(5승 2패)과 경기를 펼쳤다. 여기서 우승한 팀이 금메달 결정전을, 진 팀이 동메달 결정전을 펼치게 되는 토너먼트였다.
한국은 일본을 6-2로 꺾고 결승행을 확정지었고, 쿠바는 핵심 투수를 기용해 전력을 다한 끝에 미국에 10-2로 승리했다.
2008년 8월 2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전이 진행됐다. 한국은 미국을 꺾고 올라온 '야구 강국' 쿠바와 금메달을 놓고 맞붙게 됐다.
쿠바는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92년 이래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를 획득한 '야구 강국'으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특히 그 해엔 2005년 야구 월드컵 MVP인 에두아르도 파렛을 비롯해 200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준우승 멤버 프레데릭 세페다, 율리에스키 구리엘, 미첼 엔리케스, 아리엘 페스타노 등이 모두 출전해 그야말로 막강한 팀 전력을 갖춘 상태였다.
막강한 쿠바를 상대로 한국은 1회 초 선취점을 내며 산뜻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1회 초 이용규의 안타가 쿠바 수비진 세 명 사이로 절묘하게 떨어진 데 이어 2사 1루 상황 타석에 오른 이승엽이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치며 한국은 2-0으로 앞서갔다.
1회 말 미카엘 엔리케스의 솔로 홈런으로 쿠바가 한 점 따라잡으며 반격을 시도했지만 '코리아 몬스터' 류현진은 7회까지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7회 초 한국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2사 상황에서 박진만이 안타를 쳤고, 이종욱이 볼넷으로 출루한 상황에서 이용규가 2루타로 1점을 추가했다.
한국이 3-1로 점수 차를 벌렸지만, 쿠바는 7회 말 바로 솔로 홈런으로 한 점 따라붙었고, 3-2로 다시 1점 차 박빙 승부가 이어졌다.
한국이 쿠바에 1점 차로 아슬아슬하게 앞서고 있는 상황, 1회부터 9회까지 경기를 이끌어온 류현진은 지쳐있었다.
쿠바의 헥터 올리베라가 안타를 친데 이어 주자 진루를 위한 희생번트가 이어졌다.
애매한 볼 판정도 이어졌다. 주심은 스트라이크로 보이는 공도 볼로 판정했고 연이은 볼넷 판정에 쿠바의 프레데릭 세페다, 알렉세이 벨이 출루, 1사 만루의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MBC 해설을 맡은 허구연 해설위원도 "볼넷 가는 과정에서 두세 개 정도는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며 의구심을 제기하는 상황 속, 포수 강민호가 볼 판정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주심은 강민호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이에 잔뜩 흥분한 강민호는 미트를 냅다 집어던지며 분노를 터뜨렸다. 강민호의 퇴장은 한국에겐 또 다른 위기였지만 동시에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당시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회장은 "강민호의 퇴장에 다소 당혹스러웠으나 그 점이 오히려 한국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고 평가했다.
퇴장 당한 강민호 대신 올라갈 수 있는 포수는 오랜 기간 포수 미트를 끼지 않은 이택근과, 햄스트링 부상으로 출전이 힘든 상황이었던 진갑용뿐이었다.
결국 진갑용이 부상에도 미트를 꼈고, 지칠 대로 지친 류현진 대신 정대현이 구원 투수로 나섰다. 공 하나가 승부를 가르는 숨 막히는 순간, 정대현이 쿠바의 율리에스키 구리엘을 병살타로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9회 말 위기를 완벽하게 극복한 한국이 짜릿한 우승을 맛보는 순간이었다.
'해결사' 이승엽의 1회 초 투런 홈런과 7회 초 1타점 적시타를 쳐낸 이용규, 뛰어난 제구력과 안정된 볼 배합으로 쿠바 타선을 꽁꽁 틀어막은 선발 투수 류현진, '특급 소방수'로 나선 정대현, 부상에도 묵묵히 포수로 나선 진갑용까지 선수 모두가 하나로 뭉쳐 이뤄낸 승리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림픽 야구에서 최초로 금메달을 딴 이날을 기념해, 8월 23일을 '야구의 날'로 지정해 매해 사인회 등 각종 행사를 열고 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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