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신인왕도 이거 쓴다’ 시즌 첫 4안타 맹타 오지환, 비결은 김현수가 준 배트에?
[잠실=뉴스엔 안형준 기자]
오지환의 맹타 비결은 '배트'에 있었던 듯하다.
LG 트윈스는 8월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날 LG는 13-3 대승을 거두며 전날 패배를 설욕했고 SSG와 홈 3연전을 2승 1패 위닝시리즈로 마쳤다.
이날 6번 유격수로 출전한 오지환은 4회 쐐기 2점포 포함 4타수 4안타(1홈런) 3타점, 1볼넷 맹활약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오지환이 한 경기에서 4안타를 기록한 것은 올시즌 처음. 지난해 10월 4일 롯데전 이후 처음이다.
오지환은 "사실 타격감이 좋지는 않았다"며 "(김)현수 형이 배트를 주며 '진짜 이걸로 한 번만 쳐보라'고 줬다. 잘 안되니까 뭐든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었고 그래서 터닝포인트처럼 바꿔보자는 생각에 그 배트를 들고 들어갔다. 그랬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 오늘 하루는 정말 기분이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보통 배트는 아니었다. 오지환은 "현수 형이 새로 주문한 배트였다"며 "볼티모어 유격수 거너 헨더슨이 치는 그 모델이라고 하더라"고 언급했다. 헨더슨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차지했고 올해도 리그 최고의 유격수 중 하나로 맹활약 중인 '라이징 스타'다. 호타준족으로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핫'한 선수 중 한 명이다.
사실 배트는 아무것이나 쓰기는 어렵다. 선수마다 자신의 손에 맞는 무게와 길이가 있기 때문. 다행히 김현수와 오지환은 평소 쓰던 배트의 규격이 같았다. 오지환은 "현수 형과 내 배트는 길이와 무게가 같다. 그저 스타일만 다른 것을 썼는데 오늘 쓴 것이 좀 괜찮았던 것 같다"며 "4안타를 쳤으니 이 배트를 계속 써야겠다"고 웃었다.
오지환은 팀이 6-0에서 6-3까지 추격을 허용한 상황에서 귀중한 추가점을 올리는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4회 2사 1루에서 서진용의 시속 142km 바깥쪽 직구를 밀어쳤고 좌측 담장을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홈런포가 됐다.
오지환은 "홈런을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 타석에서는 개인적인 감정이 조금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서진용과의 승부에서 최근 좋지 못했던 까닭이다. 오지환은 "화요일에도 서진용의 공을 치지 못했다. 직구를 주로 던지는데 항상 서진용을 상대로는 타이밍이 조금 늦더라. 그보다 구속이 빠른 투수들도 있는데 뭔가 느낌이 안좋았다"며 "홈런이 돼서 좋지만 서진용에게 안타를 쳤다는 것이 더 좋다"고 웃었다.
특정 선수를 상대로 계속 약한 모습이 이어지면 당연히 신경이 크게 쓰일 수 밖에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사이영상을 3번이나 수상한 현역 '레전드'인 맥스 슈어저가 추신수만 만나면 작아지는 경우가 있었다. 오지환은 "(서진용을 상대로는)뭔가 타이밍이 잘 안맞았다. 결과가 계속 안좋으니 선수 입장에서는 화도 난다. (서진용이)주전이고 필승조인데 꼭 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쳐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29년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LG는 올해도 우승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주말 KIA와 3연전에서 스윕패를 당하며 3위까지 떨어진 상황.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정규시즌 1위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오지환은 "반대로 생각하면 순위권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일 수도 있다. 10년 이상 암흑기를 경험해 본 입장에서 상위권에서 순위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당연히 선두를 유지해야 한다는 평가들이 많기에 지금 성적이 아쉬운 것이지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순위 싸움에 대한 압박,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마음가짐을 바꿔 오히려 즐거움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지환은 "진 것은 진 것이고 그 안에서 또 긍정적인 면을 찾아야 한다. 연패를 당하더라도 빨리 연패를 끊고 연패 때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를 돌아보거나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하는 것이 우선이다"며 "다행히 우리 팀에는 전투력이 있는 베테랑들이 많다. 다들 이렇게 말하면 알아듣고 그대로 이행해준다. 후배들도 잘 따라와주고 있다"고 팀 분위기에 대한 자신감도 나타냈다.(사진=오지환)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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