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가덕도신공항… 결국 '현대건설 수의계약' 째깍째깍

이화랑 기자 2024. 8. 23. 05: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조 규모 부지공사 세번째 유찰… 사업성 낮아 경쟁입찰 계속 무산
"2029년 개항 사실상 불가" 시각 지배적… 준공일자 지연 불가피
가덕도 신공항 부지공사 3차 입찰에도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만 단독으로 사전심사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유찰됐다. 사진은 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조감도. /사진=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10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가덕도 신공항 부지공사 사업자 선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국토부 고심이 깊어졌다.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제외한 건설업체들이 경쟁에 참여하지 않아 유찰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수의계약 전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가덕도 신공항 부지공사 3차 입찰도 유찰로 끝났다.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이 단독으로 사전심사신청서를 제출하면서다. 대규모 국책사업은 최소 2개 이상 회사가 참여하는 경쟁입찰이 원칙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육지와 해상에 걸쳐 지어지는 국제공항으로 해당 부지공사는 활주로·여객터미널 등 공항시설과 방파제·교량 등 설비를 짓는 10조53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이다.

부지 규모만 666만9000㎡이며 전체 사업비 13조4913억원의 78.1%를 차지하는 대형 프로젝트 사업이다. 2029년 개항이 목표다.

단독으로 해당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지분율은 ▲현대건설 25.5% ▲대우건설 18.0% ▲포스코이앤씨 13.5%다.

이번 3차 입찰부터 포스코이앤씨가 컨소시엄에 추가로 참여하면서 주관사인 현대건설의 지분은 당초 33.3%에서 25.5%로, 대우건설은 24.0%에서 18.0%로 조정됐다. 각각 4%씩 나눠 가진 금호건설·HL D&I한라·코오롱글로벌·동부건설·KCC건설·쌍용건설·한양·효성중공업의 지분은 그대로 유지됐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 유찰은 벌써 세 차례다. 지난 5월 1차 입찰에는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았고 지난 6월 진행된 2차 입찰에서도 현대건설 컨소시엄만 유일하게 참가 의향을 밝혀 유찰됐는데 이번 3차 입찰 역시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연이은 유찰에 국토교통부는 3차 공고 전 업계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0개사 공동도급 범위 2개에서 3개로 확대 ▲공사기간 6년에서 7년으로 연장 ▲설계기간 10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 등 입찰 참여 조건을 완화했지만 경쟁구도는 형성되지 못했다.

업계는 바다를 메워야 하는 등 공사의 특수성을 따졌을 때 사업 참여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입찰을 고사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바다에서 하는 공사고 규모도 크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공기가 부족하다는 게 대부분 건설업체의 인식"이라며 "공기가 짧으면 수익성이 나기 힘들어 리스크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기를 못 맞추면 지체 보상금도 내야 하고 짧은 공기에 물량을 맞추기 위해선 아무래도 인력이나 장비가 많이 투입돼야 해 공사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손해 보고 장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다들 참여하지 않는 거다. 공사비나 공기를 늘려주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경쟁 입찰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현대건설 수의계약' 전망… "안전 고려시 준공도 미뤄질 것"


가덕도 신공항 부지공사 3차 입찰도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이 단독으로 사전심사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유찰됐다. 사진은 현대건설 본사. /사진=현대건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4차 입찰에도 현대건설 컨소시엄만 참여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건설업계 컨소시엄 구성을 고려했을 때 경쟁 입찰이 성사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현재 구도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미 계획보다 착공이 늦어지게 된 상황에서 2029년 준공 일정을 맞추려면 수의계약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으로는 경쟁이 성립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공사하겠다고 나타나는 회사가 없다면 답은 뻔하다. 수의계약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토부는 수의계약 전환 가능성에 대해 '허용 불가' 방침을 고수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21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의계약을 검토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경쟁입찰을 위해 노력 중인 단계에서 다른 절차를 언급하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조달청도 국토부와 같은 입장임을 강조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가덕도 신공항이 국가의 중요한 국책 사업인 만큼 경쟁을 통해 진행하는 게 제1의 목표"라며 "국토부 장관이 어제 국회에서 말한 것처럼 경쟁 성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단계에서는 다른 곳을 쳐다볼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10조원짜리 대형 국책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한 컨소시엄에 맡기면 나중에 특혜 시비가 발생할 수 있어 국토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사실 경쟁 입찰이 어려운 구조인 건 모두 알기 때문에 수의계약으로 가기 위한 여러 가지 명분을 쌓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2029년 준공 일정에 대해서는 "지금 착공해도 일정이 빠듯한데 입찰이 계속 미뤄지고 시간이 지체되면 공사 기간이 촉박해질 수밖에 없다"며 "물리적으로 시간이 안 되고 날림으로 지을 수도 없는데 안전성을 감안하면 준공 일정을 좀 미루지 않겠냐"고 예측했다.

조달청과 국토부는 3차 공고까지 모두 유찰되자 지난 20일 나라장터를 통해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을 재공고했다.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는 사전심사(PQ) 신청서와 공동수급 협약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번 4차 입찰 마감일은 다음달 5일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4차 공고 내용을 검토해 입찰 예정"이라며 "국토부가 제시하는 조건을 맞춰 사업을 따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