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명가' 한투운용, 숨은 주역 '이 사람'… "공학도 열정 운용에 접목"

염윤경 기자 2024. 8. 23. 05: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피플] '공돌이 출신' 펀드매니저, 지금의 한투운용 만들다
사진은 최민규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 주식 운용 담당.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처음 입사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공대생이 여길 왜 오냐' 였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최민규 글로벌 주식 운용 담당은 2008년 처음 입사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일명 '공돌이'였던 그는 일반적인 금융맨 또는 증권맨과는 확연히 다른 인재였다.

최 담당은 "수학·과학을 전공한 사람이 왜 금융권에 오냐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면서도 "지금 와서 보면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대학교 재학 당시부터 금융권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수학적인 영역을 어떻게 금융에 접목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고 했다.

당시 여의도에서는 이례적인 '공돌이 출신' 운용맨 최 담당은 인덱스운용 팀을 거쳐 퀀드운용 팀장과 부서장, 글로벌퀀트 운용부 부서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투운용의 글로벌주식운용을 총괄하는 담당을 맡고 있다.


공학과 금융의 접목… "현재 프로세스 만들어"


17년을 한투운용에 몸담아온 '한투맨' 최 담당은 한투운용의 운용 프로세스 근간을 만든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 담당은 "창의적인 것은 전혀 다른 분야를 연결할 때 나온다"며 "전혀 관계가 없던 금융과 수학을 연결해 계량적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인덱스운용팀이었다. 최 담당은 "당시 해외 시장은 인덱스 상품들이 액티브 상품을 앞지르려고 하던 시기였다"며 "국내도 곧 그런 흐름이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 담당은 "그런 시장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계량적인 운용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수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당시 운용업계는 일명 '스타 펀드매니저' 개인이 펀드 운용을 좌지우지하던 시기였다. 해외 시장과 비교했을 때 데이터와 수치에 기반한 계량적인 운용 프로세스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최 담당은 특유의 공돌이 기질을 발휘해 데이터와 시스템에 기반한 운용 프로세스를 만들어냈다.

최 담당은 "공학 전공이다 보니 그런 프로세스를 만드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며 "자진해서 새벽까지 연구에 몰두했던 기억이 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런 최 담당의 노력은 매니저 중심이었던 펀드 운용을 현재의 프로세스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시발점이 됐다.

이러한 경험이 운용 인생의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됐다는 최 담당은 "프로세스를 만들어 내니 더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최 담당은 "부서장이 된 후 상품 런칭에 대한 권한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테마형 ETF가 시장에 등장한 초창기 시기 전기차, AI(인공지능) 반도체 테마 상품 등 다양한 히트작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성공' 통해 '에너지' 얻어… "노력은 ing"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현재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는 최 담당은 "노력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한투 운용의 대표 상품인 ACE(에이스)빅테크밸류체인액티브 ETF 시리즈와 함께 ▲한국투자글로벌AI&반도체TOP10펀드 ▲한국투자삼성그룹성장테마펀드 ▲한국투자ACE+글로벌신성장펀드(EMP) ▲한국투자ACE+미국나스닥펀드(EMP) ▲한국투자글로벌M7스텝업분할매수목표전환펀드(EMP) 등 다양한 펀드를 운용 중이다.

성과도 우수하다. 지난 13일 기준 한국투자글로벌AI&반도체TOP10펀드의 경우 올해 2월 설정 후 수익률이 10.79%에 달한다. 한국투자ACE+글로벌신성장펀드는 지난해 8월 설정 이후 수익률 12.20%를 기록했다.

최 담당은 "펀드 매니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부를 드리는 것"이라며 "고객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과 테마를 선제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는 EMP 시장도 급 성장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장의 흐름과 고객들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적절한 상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을 기반으로 한투운용은 전체 운용사를 통틀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UM(설정규모)는 69조7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조4384억원 늘어났다.

최 담당은 "성공 경험을 통해 직원들도 더 에너지를 얻고 있다"며 "작년에 출시한 상품들의 수탁고가 늘어나고 있고 올해 하반기 출시할 상품에 대한 기대도 크다"고 했다.


'공대 출신' 후배 활약 이어져… "성장세 기특"


최 담당은 후임 양성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본인과 같은 '공돌이 출신' 후배들을 볼 때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내가 입사 했을 당시만 해도 공대 출신이 드물었지만 요즘 운용역들 중에서는 공대 출신이 많아졌다"며 "공학적인 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후배들이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기존 상품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 담당은 특히 공학적인 베이스가 데이터가 중시되는 현재의 운용시장에서 중요한 능력이 된다고 했다. 그는 "운용에서 다뤄야 하는 데이터 분야가 넓어지고 내용도 많아지다 보니 재무재표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 됐다"며 "데이터를 다룰 수 있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훌륭한 친구들이 계속 성장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덕목은 '차별화'와 '사명감'이라고 했다. 최 담당은 "앞으로 이 시장은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며 "그에 맞춰 공부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전 시켜야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피땀 어린 돈을 투자하는 고객들을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며 "고객이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게 펀드 매니저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후배들을 향해 "더 잘하고 더 잘해야 한다"며 "각자 에너지를 가지고 역할을 열심히 해내자"고 의지를 북돋웠다.

염윤경 기자 yunky23@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