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이 곧 재테크…“이완용, 나라 판 뒤 떼돈 벌었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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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의 친형 이재면은 대한제국 멸망(1910년 8월29일) 4개월 보름 뒤에 일본으로부터 83만원짜리 은사공채를 받았다.
한일합병 과정에서 친일파에게 큰 도움을 받은 일본은 대한제국 멸망 직후 현금이 아닌 국채증서인 은사공채로 빚을 갚기 시작했다.
이완용은 은사공채 15만원을 받았다.
지은이는 "'대한제국 임원' 이완용이 더 많은 부역 행위를 했지만, '총수 일가'인 이재면이 더 많은 사례금을 받았던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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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의 재산
김종성 지음 l 북피움 l 2만2000원
고종의 친형 이재면은 대한제국 멸망(1910년 8월29일) 4개월 보름 뒤에 일본으로부터 83만원짜리 은사공채를 받았다. 이재면은 1910년 8월 한일합병 조약 체결을 위한 어전회의가 열렸을 때 황족 대표로 참석했다. 그는 함께 자리한 이완용 내각총리대신, 박제순 내부대신 등과 함께 ‘경술국적’, 이 나라의 역적이 됐다.
한일합병 과정에서 친일파에게 큰 도움을 받은 일본은 대한제국 멸망 직후 현금이 아닌 국채증서인 은사공채로 빚을 갚기 시작했다. 은사공채는 ‘일왕이 은혜로 하사한다’는 뜻이다. 이재면이 받은 83만원은 현재 가치로는 “166억에서 830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매년 발생하는 이자만 8억3000만~41억5000만원에 이르렀다. 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인 지은이는 “이재면이 받은 83만원짜리 증서는 나라를 넘기는 데 협조한 대가”라고 한다. 그는 또 “이자를 지급하는 주체는 일왕과 일본 정부이지만, 실제로 돈을 뜯기는 쪽은 한국 백성들이었다”며 “(이재면이) 한국 민중에 대한 간접적인 수탈의 방식으로 재테크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완용은 은사공채 15만원을 받았다. 이재면의 5분의 1 수준이다. 지은이는 “‘대한제국 임원’ 이완용이 더 많은 부역 행위를 했지만, ‘총수 일가’인 이재면이 더 많은 사례금을 받았던 것”이라고 한다. 지은이는 이어 “대한제국 멸망은 이완용에게 비약적인 재산 증식의 기회가 됐다”며 “나라를 판 뒤 떼돈을 벌었다는 점에서 그는 친일파인 동시에 매국노”라고 지적한다. 이완용은 1910년 10월1일 일종의 의회 기능을 수행한 중추원 고문으로 취임해 1912년까지 연수당 1600원(3200만~1억6천만원 추정)을 받았다. 1912년부터 1926년까지는 중추원 부의장으로 부역하면서 연수당 2000~3500원(4천만원~3억5천만원 추정)을 받았다. 이러한 축재의 결과 68살에 죽기 1년 전인 1925년, 이완용은 친일파 민영휘에 이어 한국인 부자 2위로 기록됐다. 이완용이 ‘경성 최대의 현금 부호’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라고 한다.
친일파들은 ‘부득이하게 친일했다’고 말하곤 했지만, ‘친일파의 재산’이라는 콘셉트를 앞세운 이 책은 이 말이 거짓말임을 밝힌다. 친일파 30명의 행적과 그들의 축재 방식을 정리한 이 책은 “친일이 일제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였고, 이를 바탕으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였음”을 보여준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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