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스티븐 킹은 노벨문학상도 받는가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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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생 미국 작가 스티븐 킹에 관하여 마니아들이 아는 것은 스티븐 킹이 아는 것보다 많을 거다.
2022년 킹의 75번째 생일에 현지 출간된 '스티븐 킹 마스터 클래스'는 그 가운데서도 도두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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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마스터 클래스
베브 빈센트 지음, 강경아 옮김 l 황금가지 l 3만3000원
1947년생 미국 작가 스티븐 킹에 관하여 마니아들이 아는 것은 스티븐 킹이 아는 것보다 많을 거다. 2022년 킹의 75번째 생일에 현지 출간된 ‘스티븐 킹 마스터 클래스’는 그 가운데서도 도두보인다. 부제에 군가락이 없다. ‘작가와 작품의 모든 것을 담다.’ 작품 계보부터 주요 소설들이 나오게 된 배경, 시기를 톺으면서, 자서전 없는 킹의 가장 자서전에 가까운 ‘유혹하는 글쓰기’ 등의 비소설 저서와 글, 각종 인터뷰, 에스엔에스(SNS)를 통한 발언까지 망라해 ‘스티븐 킹’이라는 광활한 세계를 조명한다. 시간순을 따름에도 풍부한 사진과 함께 매우 입체적이고 정밀해지며 일견 ‘새로운 사실’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스티븐 킹이 첫 책 ‘캐리’를 출간한 지 올해 딱 반세기다. 출간 단행본만 80종이 넘고, ‘샤이닝’, ‘데드존’ 등 영화로 각색된 원작으론 역대 최다다. 개중 흥미로운 작품으로 ‘사계’(1982)를 꼽아 본다. 중편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우등생’, ‘스탠 바이 미’, ‘호흡법’ 네 편으로 구성된 소설집. 공포·장르소설로 이미 인기를 구가하던 작가가 “돈이 아니라 사랑을 위해” 썼다는 작품들로, 실제 영화화한 ‘쇼생크 탈출’과 ‘스탠 바이 미’에서 감응되는 대로다. 여기에 ‘그린 마일’까지 더한다면, 킹이 과연 공포·장르 작가인가 싶다가도, 입을 다물게 된다. 플로리다 한 상점에서 있던 일이다. 80대 여성이 킹을 알아본다. “당신(…) 공포소설 작가잖아요. (…) 전 당신 글은 안 읽어요. (…) 가끔은 쇼생크 탈출처럼 희망찬 글도 써보지 그래요?” 킹은 제 작품이라고 말했지만, 여성은 도리질했다고 한다.
스티븐 킹의 시에 대한 애정은 낯설되 놀랍진 않다. 작중 인물 여럿 시를 쓴다. 소설의 제사(책의 첫머리에 그 책과 관계되는 글을 적은 글)로도 시가 잦다. 대학 수업 때 직접 쓴 시가 남아 있고, 대학도서관 근로장학생으로 만난 지금의 아내 태비사(76)를 사랑하게 된 데도 그녀의 시에 대한 깊이가 결정적이었다. 킹의 매우 드문 공저(‘부적’·1984, ‘블랙하우스’·2001)에 함께한 작가가 “유령이나 악마와 같이 오밤중에 튀어나오는 것들에 관한 소설에 시인의 감수성을 불어넣”(뉴욕타임스)는다는 피터 스트라우브(1943~2022)다.
1974년 첫 소설의 주인공 ‘캐리’와 고교 무도회에 간 토미 로스도 시를 쓴다. 마침 개정판이 함께 출간됐다. 엄마의 종교적 광기, 급우들의 학교폭력에 짓눌린 캐리의 복수극은 지금 보아도 구식의 기색이 없다. 학교폭력, 광신주의, 모녀, 복수, 초능력 등 공포물의 원형질이 고스란하기 때문이다.
문학평론으로 유명한 예일대 교수 해럴드 블룸(1930~2019)의 스티븐 킹에 대한 혹평(“싸구려 삼류 소설”)은 잘 알려져 있다. 동의는 독자의 몫이다. 킹에게 이제 노벨문학상만 남았다는 독후감은 뜻밖이겠으나-가능성을 떠나-동의 못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지금도 그는 매일 쓰고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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