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이름 없는 ‘김양’들의 노동투쟁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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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방직 섬유노동자 '김양'은 1962년 광주에서 스물다섯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1960~70년대 '여성 노동운동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 한국가톨릭노동청년회(JOC) 회원이었던 또 다른 여성 노동자들이 김양의 죽음을 간신히 기록으로 남겼다.
"동료들과 모든 노동자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결심"한 그는 다량의 식초를 마신다.
그러나 주류 노동사에서 김양 같은 이름없는 여성 노동자가 쏘아 올린 수많은 작은 불꽃은 주목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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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 연대기, 1931~2011
남화숙 지음, 남관숙 옮김 l 후마니타스 l 2만원
전남방직 섬유노동자 ‘김양’은 1962년 광주에서 스물다섯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름조차 남아 있지 않은 그의 죽음은, 사회적으로도 주목받지 못했다. 1960~70년대 ‘여성 노동운동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 한국가톨릭노동청년회(JOC) 회원이었던 또 다른 여성 노동자들이 김양의 죽음을 간신히 기록으로 남겼다. 전남방직에서 약 7년간 일해 온 그는 관리자들의 지속적인 괴롭힘에도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이었고 동료들 신망도 두터웠다. 그러던 어느 날 김양이 감독하던 노동자가 한 실수를 빌미로 공장 관리자는 그에게 책임을 추궁하며 온갖 욕설을 하고 뺨까지 때리는 모욕을 했다. “동료들과 모든 노동자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결심”한 그는 다량의 식초를 마신다. 김양의 죽음은 지역의 여성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풀뿌리 운동의 자양분이 된다.
노동사학자인 지은이는 전태일 열사 분신 이전에도 노동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많은 투쟁이 있었으며 그 투쟁의 중요한 주체는 여성 노동자였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주류 노동사에서 김양 같은 이름없는 여성 노동자가 쏘아 올린 수많은 작은 불꽃은 주목받지 못했다. 1931년 평양의 을밀대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인 고무공장 노동자 강주룡부터 2011년 부산의 35m 크레인 위에 오른 용접공 김진숙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에 걸친 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사를 책으로 엮었다. 이는 곧 식민지 조선의 엄혹한 현실에서도, 권위주의 시대의 폭력적인 탄압 속에서도, 그리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압력 속에서도, 자신의 꿈과 열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여성들의 연대기이기도 하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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