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애도, 창피함…풍부한 동물의 ‘감정 세계’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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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마리 고양이는 크리스마스를 지나고 새해 무렵 태어났기 때문에 메리, 크리스, 마스, 앤, 뉴, 이어라고 불렸다.
뉴와 이어는 기자의 집으로 와 9년째 살고 있다.
뉴·이어를 동물의 공정성에 대한 감각의 사례로 들 수 있을까.
저자는 "핵심은 동물을 인간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데 있다"는 말도 잊지 않지만, 동물의 감정을 인간과 연결시켜야 하는 것은 '동물의 감정' 존재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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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동물 감정 사례 수집
과학-동물권 가교 역할 빛나
‘비인간 권리 프로젝트’ 진행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
동물의 삶을 사랑하는 과학의 모든 시선
마크 베코프 지음, 김민경 옮김 l 두시의나무 펴냄 l 2만4000원
여섯 마리 고양이는 크리스마스를 지나고 새해 무렵 태어났기 때문에 메리, 크리스, 마스, 앤, 뉴, 이어라고 불렸다. 고양이들이 사는 집 일곱살 아이의 재치였는데 해피가 빠진 건 강아지 이름 같아서였다. 마지막에 태어난 이어는 유난히 요령이 없어서 엄마의 젖을 먹으려 고양이들이 달려들면 못 끼어들고 배를 곯기 마련이었다. 엄마 고양이 보나는 고양이들이 잠이 들면 이어를 물고 구석으로 가 젖을 먹였다.
동물의 감정을 이야기할라치면, 모두 자신이 기르는 동물들이 특별하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난리다. 뉴와 이어는 기자의 집으로 와 9년째 살고 있다. 저녁 8시쯤 되면 뉴는 목소리를 내서 조른다. 동결건조 닭을 먹을 시간이다. 밥그릇에 담아주며 이어까지 부르지만, 이어는 엉덩이를 실룩이며 돌아다닐 뿐. 뉴는 자기 그릇에 담긴 닭을 다 먹고 이어 밥그릇을 향해 입맛을 다시고는 떠난다. 이어는 나중에야 와서 먹는다. 참고로 이어는 뉴보다도 1㎏이 더 나간다.
뉴·이어를 동물의 공정성에 대한 감각의 사례로 들 수 있을까. 저자 마크 베코프는 자신이 기르는 개 제스로를 대상으로 한 실험과 관찰을 비롯하여 이런 사례를 수천 가지 수집해온 동물학자다. 새끼 원숭이가 차에 치이자 차를 멈춰 세운 어미 원숭이, 나이 많은 짝이 먼저 떠나간 뒤 짝을 짓지 않은 젊은 늑대, 폭포수 아래에서 자유분방하게 춤을 추는 침팬지, ‘플레이 바우’(놀이 인사)로 상대방과 놀이를 시작하는 개. 유머 감각, 과시 행동, 모성애, 애도와 슬픔, 창피함 그리고 도덕성과 공정성까지 감정 목록이 이어진다. 물론 이는 인간의 언어에 의한 분류다. 저자는 “핵심은 동물을 인간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데 있다”는 말도 잊지 않지만, 동물의 감정을 인간과 연결시켜야 하는 것은 ‘동물의 감정’ 존재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감정이 존재함을 ‘감정이 있는 것으로 명확하게 추론할 수 있는 인간’과 비교하기 위해서다(물론 ‘감정이 없다’고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다.). 찰스 다윈의 ‘진화적 연속성’에 관한 개념은 생물종의 차이는 유형 자체보다 정도의 차이란다. 만약 인간의 감정을 만들어내는 해부학적인 구조가 동물에도 존재한다면,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추론이다. 사회 조직에서의 교감 능력을 보여주는 방추 세포는 고래에서도 발견되며, 많은 감정이 발생하는 뇌의 변연계는 모든 포유류에게서 발견된다. 더 나아가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이 기록한 것처럼 문어가 사람을 알아보며, 어류에서도 감각에 의한 고통이 보고된다.
1945년생인 노학자의 학문적 여정에서, 그를 반과학적이라고 비난하던 생물학계는 극적으로 변했다. 1961년 제인 구달이 자연과학지 ‘네이처’에 제출한 첫 연구 논문에서 ‘그’와 ‘그녀’는 모두 ‘그것’으로 고쳐졌다. 과학자들은 침팬지에게 마음이 있다는 주장을 비난했다. 이제 동물에게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마크 베코프는 제인 구달과 함께 ‘윤리적 대우를 위한 동물행동학자들’을 설립하고 동물 권리 운동을 해오고 있다. 동물 웰빙, 재야생화 운동과 함께, ‘비인간 권리 프로젝트’로 사회성 포유류들이 법적 지위를 부여받도록 하는 ‘최초의 소송’도 진행 중이다. 다시 미래에 이 운동은 어떻게 보일까. 2007년에 나온 책의 재개정 판으로, 초판은 2008년 ‘동물의 감정’으로 번역되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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