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감히’라고 말하는 자를 멀리하라
SBS에서 방영된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나 놓고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안다.” 가진 자들의 착각에 던지는 언어의 화염병 같은 말이다. 또한 작은 성공을 이룬 뒤 사람이 확 바뀌어 거만해지는 경우도 꼴불견이다. 이런 부류 인간들의 공통점은 원래 부자였던 것처럼 거만하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런 인간을 보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이런 모습을 보임으로 인해 그가 진심을 다했던 그간의 노력과 의미마저 흐려지고 퇴색된다. “겸손은 강한 자의 특권”이라고 말한 니콜라 마키아벨리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런 자들은 잘 모른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은 이런 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샌델 교수는 능력주의(Meritocracy)가 가져온 폐단을 차근차근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하며 ‘능력과 연관된 행운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노력 또는 유전적 요인으로 재능을 얻는 것도 행운’이며 특정한 가정 환경과 사회에서 태어나는 것도 운이라는 것이다. 또한 ‘큰 보상을 해주는 사회에 태어나 사는 것’도 행운이라는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런 행운을 기반으로 성공한 자들이 행운은 무시한 채 자신의 능력만으로 모든 것을 이뤄낸 것처럼 거만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한 지적을 한다. 샌델 교수는 가진 자들, 이룬 자들의 교만함이 세상을 힘들게 한다고 지적한다. 적극적으로 공감되는 부분이다. 책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서로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서로 존중하는 사회, 공동선을 이뤄가는 사회가 능력주의가 만들어 내는 사회적 폐단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된다.
에이블리 창업자 강석훈 대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사실 운에 가깝다. 가지고 태어난 재산, 심지어 열심히 일하는 태도도 운이다. 내 DNA에 그런 것이 쓰여 있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운이 나빴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친구와 나눴다고 한다. 왜 강석훈이라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샌델 교수의 책을 읽으며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리석은 것들은 조금만 가지면 까부느니라. 가진 자는 베풀어야 한다. 보통 가졌다고 하면 돈과 권력만을 생각하는데 그건 아닌 게야. 능력도 가진 거고, 배운 것도 가진 거고, 재주도 가진 거야. 그 가진 것을 이용해 갖지 못한 자들을 돕는 게 가진 자의 기본이니라.”
가진 자들의 거만함과 교만함이 부자가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를 만든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귀족의 의무’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귀족과 고위층이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표현은 19세기 프랑스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이후로도 다양한 문화와 언어권에서 채택돼 사용되고 있다.
이런 거창한 단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인간다운 겸손함이 필요하다. 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도 뒤에서 손가락질 받는 삶이 자랑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이라면 가진 것만큼, 무게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살맛 나는 세상으로 조금은 진화하지 않을까? 가진 자의 겸손과 힘 있는 자들의 배려가 좋은 사회를 만드는 기반이 되어야 사회는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아무리 3루에서 태어났어도 누군가 안타를 쳐줘야 득점이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당신을 위해 안타를 쳐주려는 이들을 만들어라.
최은영 (eun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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