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태풍은 이름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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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며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올여름은 역대 최악의 여름으로 기록된 2018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며 태풍이라는 변수가 폭염을 심화시킬지에 관심이 쏠린다.
태풍 이름은 2000년부터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관장하는데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아시아 14개국에서 10개씩 제출한 이름을 순서대로 사용한다.
이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데, 매미처럼 심각한 피해를 남긴 태풍 이름은 제외하고 다른 이름으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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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며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올여름은 역대 최악의 여름으로 기록된 2018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며 태풍이라는 변수가 폭염을 심화시킬지에 관심이 쏠린다.
4계절이 뚜렷하던 시절 6월말에서 7월 중순의 장마기가 지나고 나면 무더위가 찾아왔었다. 반세기 전만 해도 이 무렵은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시골집을 찾아 추억을 만드는 정경이 일상이었다. 시골 마을에서는 귀가 아프도록 매미가 울어댔었다. 아이들의 동심을 어루만지는 매미 울음소리는 우리 마음속에 친숙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매미가 동심 속 매미가 아닌 ‘태풍 매미’라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03년 9월 남부지방을 초토화시킨 ‘매미’는 2002년 ‘루사’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피해가 큰 태풍으로 기록돼 있다. 최대풍속이 초당 60m로 강력했던 매미는 남해에 하루 453㎜를 쏟아부을 정도로 많은 비를 동반했다. 매미는 전국적으로 사망과 실종 131명, 이재민 6만여명과 5조6000억원의 재산 피해를 남겼다.
태풍 이름은 2000년부터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관장하는데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아시아 14개국에서 10개씩 제출한 이름을 순서대로 사용한다. 보통 1년에 25∼30개의 태풍이 발생하므로 5년 정도면 한번씩 다 사용하게 된다. 이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데, 매미처럼 심각한 피해를 남긴 태풍 이름은 제외하고 다른 이름으로 바꾼다.
2000년부터는 태풍이 온순하게 지나가기를 바라며 연약한 동식물 등의 이름을 붙여왔다. 우리나라와 북한에서 제출한 태풍 이름이 개미·장미·미리내·기러기·도라지·노을 등인 이유이다.
태풍은 여름부터 초가을 사이에 주로 발생해 특히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2012년 블라벤과 덴빈, 2016년 산바, 2018년 콩레이, 2019년 링링과 미탁, 2020년 마이삭과 하이선, 2022년 힌남노 등은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초래했다.
최근 발생한 개미는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지나갔지만, 가을까지 어떤 태풍이 발생해 어떤 피해를 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자연의 영역인 태풍 발생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지만,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인간의 몫이다. 이에 더해,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지만, 태풍은 이름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박승무 농촌진흥청 재해대응과 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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