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쌀 소비촉진과 절미(節米)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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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쌀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절미운동은 밥을 할 때 한 숟가락의 쌀을 덜어 따로 모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절미운동의 확산을 위해서는 혼분식 장려가 필수였는데, 이때 호소한 논리가 쌀에 대한 부정적 정보였다.
설령 앞으로 우리나라가 쌀 부족 국가가 되더라도 또다시 절미운동을 벌일 수는 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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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쌀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쌀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재화는 본질적으로 그 가치가 늘 등락하지만 유독 쌀값에만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쌀값 하락의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 원인은 수급불균형이다. 쌀 생산량은 20년간 17% 감소한 반면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같은 기간 32%나 급감했다.
정부는 쌀 생산을 줄여 쌀 수급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정책들을 내놓았다. 2003년과 2011년에는 쌀을 재배하던 농지에 벼나 상업적 작물을 재배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주는 ‘쌀 생산조정제’와 ‘논소득기반 다양화사업’을 시행했다. 2023년부터는 논에 밀이나 논콩·가루쌀 등을 재배하면 보조금을 지원하는 ‘전략작물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운동도 벌여왔다. 우선 소비 감소의 원인을 식생활의 다양화, 면류나 과일·육류 등 다른 식품의 소비 증가, 아침 결식의 습관, 탄수화물에 대한 잘못된 건강상식 등으로 진단하고 이에 맞는 운동을 전개했다.
쌀 소비에 대한 최초의 언급은 1999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처음으로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이 100㎏대가 무너지는 등 쌀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농촌지역의 농협을 중심으로 쌀 판촉 행사를 하고 사은품으로 쌀을 증정하는 등 단순한 방법으로 전개됐다. 2006년에는 11월11일을 ‘가래떡데이’로, 2012년에는 3월14일을 ‘백설기데이’로, 2015년에는 8월18일을 ‘쌀의 날’로 각각 지정하는 등 국가 차원의 쌀 소비운동이 펼쳐졌다.
쌀이 남아도는 요즘 시대에는 상상이 안되겠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쌀이 부족해 쌀을 적게 먹자고 했었다. 그때는 국가 차원에서 절미운동을 독려해 각 가정이 동참하는 구조였다. 절미운동은 일제강점기에도 있었는데 그때는 수탈을 많이 하기 위해서였다. 해방 후에도 꾸준히 이어져오다가 1961년 재건운동본부 주도로 강력하게 전개됐고 1970년대에는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확대됐다.
절미운동은 밥을 할 때 한 숟가락의 쌀을 덜어 따로 모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이때 보관한 도구가 절미통이다. 절미항아리·좀도리 등으로 불리기도 한 이 통은 절미운동의 절박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물건이다. 이런 역사적·문화적 스토리가 있어 일부에서는 문화유산 지정도 추진하고 있다. 절미운동의 확산을 위해서는 혼분식 장려가 필수였는데, 이때 호소한 논리가 쌀에 대한 부정적 정보였다. 즉 쌀이 비만과 성인병을 유발시킨다는 것이었다. 1960년대에는 매주 수·토요일 중 하루를 ‘무미일(無米日)’로 정해 모든 음식점·숙박업소 등에서 쌀을 원료로 하는 음식을 못 팔게 하는 등 극약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우리는 약 50년간 쌀이 남아도는 세상에 살다 보니 쌀 부족시대의 고통을 잊고 살고 있다. 부족하면 수입해서 해결하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식량을 남의 손에 맡긴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전쟁이나 이상기후로 국제곡물시장이 출렁일 때 경험해왔다. 쌀 과잉문제를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일본에서는 최근 쌀 부족이라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설령 앞으로 우리나라가 쌀 부족 국가가 되더라도 또다시 절미운동을 벌일 수는 없잖은가. 우리는 먹을 걸 줄여가며 살아야 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 지를 이미 겪은 민족이다. 쌀농사가 무너지면 쌀 부족시대가 올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김재균 국립농업박물관 학예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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