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친형과 순종 장인 그리고 이완용이 부자가 된 이유[신간]

유동주 기자 2024. 8.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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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말'에서 동북아 전문기자로 일하고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방문학자를 다녀온 김종성 작가가 '친일파의 재산'을 집대성하는 신간을 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이완용을 비롯한 관료집단과 고종의 형제 및 친인척들이 어떠한 과정으로 축재를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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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월간 '말'에서 동북아 전문기자로 일하고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방문학자를 다녀온 김종성 작가가 '친일파의 재산'을 집대성하는 신간을 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이완용을 비롯한 관료집단과 고종의 형제 및 친인척들이 어떠한 과정으로 축재를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작가의 시선은 친일파의 재산 형성 과정에 쏠려 있다. 그들이 친일을 한 댓가로 일반 백성이 누릴 수 없는 부를 쌓았다는 것이다. 일본은 전쟁으로 조선을 합병시킨 게 아니다. 고종을 비롯한 왕족 그리고 고위 관료들이 일제에 팔아넘겼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나라 전체를 판 이익은 소수의 왕공족과 고관대작들이 나눠 누렸다.

일제는 고종의 친형 이재면과 아들 이강 등 76명의 이씨 조선 왕공족과 관료들에게 은사공채를 지급했다. 총액은 당시 600만엔으로 현재 가치로는 최대 6000억원 수준이다.

조선의 백성들은 나라는 망했어도 조선의 왕가를 존중하고 따랐다. 이를 지켜 본 일제는 왕공족들에 대한 대우를 후하게 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길들였고 백성들도 그런 일제에 순응하게 됐다. 고종의 형인 이재면, 고종의 5촌 조카인 이지용, 고종의 8촌 동생인 이재극, 순종의 장인인 윤택영, 철종의 사위인 박영효 등이 모두 대우받았다.

'백작' 이완용이 15만엔을 받은 데 비해 이재면과 이강은 83만엔을 받았다. 왕족인 이재면은 이완용보다 무려 5배나 많이 받은 것이다. 당시의 83만엔은 현재 가치로 최대 830억원에 해당한다. 순종의 장인 윤택영도 후작 작위와 함께 50만4000엔을 받았다.

매국노의 대명사가 돼 버린 이완용은 경제적으로는 조선 최고의 현금 보유자로 알려졌다. 친일파 민영환에 이어 한국인 부자 2위에 오르고, 현금 보유액은 1위를 찍었다. 일제는 전국의 유생들에게도 고루 은사금을 나눠줬다.

김 작가는 머리말에서 친일파의 '재산'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굳이 '친일파의 재산'을 앞세운 것은 친일이 일제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였음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이 책에서 왕공족과 친일 고위 관료의 재산 형성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나라를 잃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군주 고종과 순종이 일제로부터 받은 경제적 이익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피해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일제는 조선 왕공족 재산을 1910년 이후에도 일제 패망시까지 그대로 유지해줬고 매년 세비로 150만엔을 지급했다. 일시금 성격의 은사공채와는 별도였다. 고종과 순종을 비롯한 왕공족의 사유재산 관리 및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조선총독부 산하에 이왕직이란 부서도 신설했다. 왕공족은 이왕직을 통해 한반도 전답의 5%를 그대로 차지하고 그곳에서 나오는 수입도 따로 챙겼다.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 출신으로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산하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문화유산채널(옛 헤리티지채널)'의 자문위원과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오마이뉴스에서 '김종성의 히,스토리'와 '김종성의 사극으로 역사읽기' 등을 연재 중이다. 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친일파의 재산/김종성/북피움/2만2000원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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