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코로나로 시간은 벌었지만…"의제 조율 안돼면 파기" vs "대표회담 할 생각 없나"
실무협의 한다지만…서로 자기 얘기만
야 "내용·형식 합의 안되면 파기될 수도"
여 "회담 할 생각 없는 것처럼 보여"
다음주는 어려울 듯…회담 불씨 살릴까
[서울=뉴시스] 이재우 한재혁 조재완 기자 = 여야 대표회담이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연기됐다. 대표회담 형식과 의제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실무협의가 공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코로나19 감염으로 주어진 휴지기가 양측 이견을 좁힐 기회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표회담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전당대회 대표 수락연설에서 제안하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다음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회담을 수용하면서 구체화됐다.
하지만 여야가 오는 25일 대표회담 개최에 원론적인 합의를 했지만 의제와 형식를 두고 각자의 이해를 앞세운 여론전에 나서면서 실무협의는 공전했다.
무엇보다 의제 합의에 진전이 없는데다 국민의힘이 '대표회담 생중계'를 언론을 통해 제안하고, 민주당이 '보여주기 정치쇼'라고 비판하는 등 협상장이 아닌 장외에서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대표회담 성과에 대한 회의론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자칫 대표회담 자체가 불발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여야는 일단 대표회담을 준비할 시간이 추가로 주어진 만큼 민생과 정치 복원 등 국민이 기대하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22일 최고위에서 "시간이 더 생긴 만큼 더 충실하게 준비해서 민생을 위한 회담, 정치 복원을 위한 회담, 정쟁 중단을 선언하는 회담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면서 "오로지 민생을 생각하며 협력하고 정치를 복원할 생각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증상이 호전되는 대로 당무에 복귀하고, 여야 대표회담도 재추진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닷새 가량 휴식기를 가지며 여야 대표 회담 의제와 협상전략 등 정국 구상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도 성과를 내는 대표회담을 강조한 바 있다.
회담 성사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 월, 화요일도 고려했었는데 다음주에는 이 대표가 어려운 것 같다"며 "조금 더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여야 실무협의는 이 대표의 코로나19 증상 호전 등 상황에 따라 속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시스에 "이 대표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지금은 다 올스톱된 상태"라며 "민주당에서 정리를 하고 먼저 연락을 할 때까지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다만 여야가 실무협의를 재개하더라도 의제 조율이 쉽게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정쟁 정치 중단과 민생 회복 지원(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증여세 완화), 정치 개혁 협의체 상설화 등을 의제로 제시했다. 특히 금투세 폐지 등 세제 개편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반면 이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과 민생 문제(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민주 정치 발전 등을 의제로 제안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을 겨냥한 채상병 특검법을 가장 큰 의제로 지목한 바 있다. 양당은 채상병 특검법과 금투세 폐지 등을 두고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김우영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22일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실무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대표회담이 파기될 수 있다는 취지의 경고를 했다. 그는 "실무적으로 회담에서 어떤 성격과 내용, 의제 조율이 안 되면 파기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한 대표가) 당 안에서, 정부여당에서의 헤게모니, 용산과의 어떤 관계 측면에서 자기주도성을 못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는 민생이 우선이기 때문에 형식적인 어떤 절차라든가 생방송 유무는 중요하게 생각 안 한다"며 "진짜 민생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그런 것이라면 야당이 조금 양보를 하더라도 얼마든지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시스에 "(민주당이) 의제 조율이 안되면 파기한다는 건 대표회담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민생을 위해 빨리 (대표회담을) 하자는 입장"이라며 "우리는 사실 '이걸(생중계를) 해야 한다'고 고집한 건 없다. 그냥 했으면 좋겠다, 이런 의견들이 있다고 하고 형식을 논의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정쟁 중단 선언을 요구하고 있는데 민주당에서 굉장히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간극이 여기저기 있지만 채상병 특검법이 가장 대표적이다. 금투세 폐지도 양쪽 입장이 달라 갈등 요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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