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종 죄질 가볍지 않다"… 'BBQ 전산망 접속' 항소심도 유죄

1심 이어 2심도 유죄…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재판부 "부정한 방법으로 ID·비밀번호 취득"

22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진은 1심 당시 법정에 들어서는 박 전 회장. /사진=뉴시스

박현종 전 bhc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유죄선고를 받았다. 타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경쟁사인 제너시스BBQ 내부 전산망에 불법 접속한 혐의다.

지난 22일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항소 1-1부(부장판사 장찬)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소사실 중 정보통신망법 부분만 유죄로 인정하고 개인정보법 위반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hc와 BBQ 사이 국제 중재소송 과정에서 본인에게 유리한 정보를 빼내기 위해 BBQ 전산망에 불법 접속한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기업 분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회사 대표가 직접 나선 범행으로 피고인(박현종)은 BBQ 직원의 그룹웨어용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했고 이를 알고도 부정하게 사용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어 "피고가 혐의를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고 BBQ 측에도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범행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bhc 본사 사무실에서 프랜차이즈 경쟁업체인 제너시스BBQ 내부 전산망에 두차례 불법 접속해 자료를 들여다본 혐의를 받았다. 그는 당시 bhc 정보팀장 유모씨를 통해 BBQ 재무팀 소속 직원 2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내받은 뒤 이를 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BBQ 측은 재판 결과에 대해 "일부 아쉬움은 있으나 이번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그동안 자행됐던 피고의 불법 행위들 중 극히 일부분이나마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앞으로도 피고는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충분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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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엔 전산망 불법 접속, bhc에는 배임·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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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인 bhc는 원래 BBQ 자회사였다. 2013년 BBQ 소속이었던 박 전 회장의 주도로 미국계 사모펀드에 bhc를 113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박 전 회장이 bhc로 옮긴 뒤 양사는 20여건에 달하는 소송을 진행했다.

박 전 회장은 bhc로부터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bhc는 그가 회장 재직 당시 공금과 법인카드 등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고 봤다. 경찰이 파악한 범죄 액수는 10억원 이상이다.

지난해 12월11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법죄수사대는 박 전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을 포착하고 송파구 자택과 bhc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올해 3월 서울동부지방법원은 bhc가 제기한 부동산 가압류 신청을 인용해 박 전 회장 딸의 부동산 보유 지분도 가압류했다.

업계에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시 박 전 회장이 실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배임·횡령 금액이 큰 탓이다. 이번 항소심 결과가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