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까지 뛰어든 '감세 전쟁'... 중산층 표심 위한 주도권 경쟁
금투세 '폐지'에 민주당은 '완화', 종부세도 '검토'
세금 민감해진 중산층 표심 잡기 위한 포석
정부여당이 상속세율 인하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부자감세'로 규정하면서 상속세 공제 확대를 시작으로 감세 전쟁에 뛰어들었다. 이재명 대표 연임과 동시에 민주당이 보수 진영 어젠다인 감세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2027년 대선을 위한 중산층 공략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대선주자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취임 직후부터 금투세 폐지를 일관되게 주장하면서 외연확장을 꾀하고 있다.
'민주당표' 중산층 상속세 감세… 금투세 완화·종부세도 운 띄우기
눈에 띄는 건 민주당의 감세 기조다. 22일 민주당에 따르면, 정책위 상임부의장인 임광현 안도걸 의원은 각각 상속세 공제를 상향하는 방향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안 의원은 각각 5억 원씩인 배우자공제와 일괄공제를 7억5,000만 원씩으로 확대해, 총 15억 원까지는 상속세를 면제받도록 설계했다. 임 의원은 배우자공제는 10억 원, 일괄공제는 8억 원으로 차등을 뒀다. 1997년 이후 상속세 기준 조정이 없었지만, 집값 상승 등으로 대상자가 늘어나는 사실상의 '증세'로 이어진 데 대한 중산층의 불만을 반영한 조치다. 안 의원실에 따르면 상속세 납부 대상자는 2018년 8,449명에서 2023년 1만8,282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다만 민주당은 상속세를 '부자 상속세'와 '중산층 상속세'로 구분하면서 정부안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실제 정부안은 최고세율 인하와 주식할증평가 폐지 등 기업가와 고액자산가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의 자녀공제 확대(5,000만 원→5억 원) 추진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증여세 공제 확대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정부안은 부의 세습을 부추기는 부자감세"라면서 민주당의 감세안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야가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이 큰 지점은 금투세다. 일단 겉으로 정부여당은 폐지를, 민주당은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폐지는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결론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초 시장 상황을 들어 '유예'에 방점을 찍었던 이 대표는 연간 공제 한도 확대(5,000만 원→1억 원)와 원천징수 방식 개선 등의 완화로 방향을 잡는 분위기다. 이미 금투세를 한 차례 유예한 상황에서 또다시 유예할 경우 대선 직전인 2026년에 다시 시행 여부를 논의해야 하는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이 대표가 최근 당대표 후보 토론회 과정에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운을 뗀 수준으로 민주당의 구체적 밑그림이 나오진 않았다. 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들고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강화된 민주당표 세금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전통 지지층을 의식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세수와도 연동돼 있어 보완책도 뒤따라야 한다. 정부도 일단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종부세 개정을 보류했는데, 이 대표가 언급하고 나서면서 일단 논의의 불씨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세금에 민감해진 중산층에 구애, 대선 '오답노트'
민주당이 감세에 뛰어든 것은 2022년 대선을 겪은 이 대표의 '오답노트' 성격이 짙다. 금투세와 종부세는 대선 당시 여야 후보가 충돌한 주요 경제 공약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주식양도세 폐지'를 내걸자, 이 대표는 곧장 '부자감세 반대'를 올리며 금투세 시행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당시 기본소득 재원으로 ‘국토보유세’ 도입을 거론하면서 종부세 등 보유세 강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대선 패배 복기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 강화가 선거 결과의 향배를 가르는 중산층의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많았다. 실제 종부세나 상속세 등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재산 관련 세금이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중산층까지 확대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확산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민의힘 역시 대선까지 고려했을 때 감세 주도권을 민주당에 내줄 수 없는 처지다. 한 대표가 이날 "금투세 폐지는 민생이기도 하지만 청년 이슈이기도 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속내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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