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꽃피는 3월에는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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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에겐 지난달 '의대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전공의에겐 지난주까지 두 차례 하반기 수련 복귀 기회를 주는 것으로 정부가 쓸 수 있는 유화책은 동이 난 것으로 보인다.
2월 의대 증원 정책 발표에 반발해 수련병원과 의대 강의실을 뛰쳐나온 이들은 제자리로 돌아와 달라는 정부의 마지막 읍소마저 외면한 채 반년째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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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에겐 지난달 '의대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전공의에겐 지난주까지 두 차례 하반기 수련 복귀 기회를 주는 것으로 정부가 쓸 수 있는 유화책은 동이 난 것으로 보인다. 2월 의대 증원 정책 발표에 반발해 수련병원과 의대 강의실을 뛰쳐나온 이들은 제자리로 돌아와 달라는 정부의 마지막 읍소마저 외면한 채 반년째 버티고 있다. 이런저런 자리에서 만난 당국자들은 '할 만큼 했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대로 9월로 넘어가면 전공의·의대생 미복귀 기간은 사실상 6개월 자동 연장이다. 9월 1일부터 수련병원은 하반기 전공의 수련을 시작하고, 의대는 최소 수업일수를 맞추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워진다. 더구나 추석 연휴 전주인 9~13일에는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로 의대 입시 시즌이 개막된다. 내년도 의대 증원을 철회하라는 전공의·의대생 요구가 이렇게 허사로 돌아가면 이들이 복귀를 타진해볼 명분도 사라진다.
6개월에 또 6개월, 1년의 공백을 거쳐 내년 3월이 오면 의대와 수련병원은 다시 북적이게 될까. 그런 희망을 품을 만한 단서가 지금으로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다음 달 초 의료개혁 1차 실행계획 발표를 예고하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본격 가동하고 있지만, 글쎄다. 레지던트 말년 차부터 의대 신입생까지, 우리나라 의사인력 배출 체계에 최소 10~11년(의대 6년+인턴 1년+레지던트 3~4년)의 공백이 생겼는데 어떤 의료개혁 청사진을 내놓은들 실현 가능할까. 진료면허제 도입, 간호법 제정 등 정부가 내비치는 족족 의사들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는 개혁안들은 결국 의대생·전공의 복귀 협상 카드로 쓰이는 게 아닐지 미심쩍은 이유다.
의료공백 1년의 후반부도 앞선 6개월 못지않게 소란스러울 것이다. 의대 입시 개막까지 갈 것도 없이, 여야는 당장 다음 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가 '정권 퇴진 운동'의 뇌관이 될 거라고 경고한 사안이다. 연말연시엔 의사계의 대반격이 예정돼 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대폭 강화된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입학정원을 늘린 의대들을 재인증해줄지 결정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 의대 증원 집행정지 소송전 완패를 일거에 만회하려는 회심의 카드다. 3월은 군 입대 문제로 시끄러울 참이다. 수련을 관둔 전공의들은 군의관·공중보건의 징집 대상으로 전환되는데, 1만2,000명쯤 되는 수련 포기 전공의 중 3,500명 정도가 대상이라고 한다. 연간 징집 인원의 3배다. 그달 입영하게 될 이들도, 순번이 밀려 최소 1년 이상 기다려야 할 이들도 정부에 대한 분노를 끓일 판이다. 당국 입장에선 파견 형식으로 의료공백을 얼마간 메울 수 있는 의사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어떤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의료공백도 의료갈등도 하릴없이 깊어질 일만 남은 답답한 상황이다. 선배 의사들도 당혹해할 만큼 '드러누운 채' 꼼짝도 하지 않는 전공의·의대생, 의사들이 의료개혁특위로 들어오면 된다는 말만 반복하며 제 갈 길 가는 정부 모두 버티다 보면 유리한 국면이 찾아올 거라는 근거 없는 희망에 기대고 있는 듯하다. 이런 와중에 다급한 환자가 문 닫힌 응급실 앞에서 황망해하고, 제때 수술과 진료를 받지 못한 중환자는 병이 깊어간다. 의정은 정녕 이들에게 잔인한 봄을 맞게 하려는가.
이훈성 사회정책부장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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