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금투세 유예 먼저 합의하자”… 민주당 “시기 논의 가능”
투자자들 불안 해소에 무게 중심
野 일각선 “예정대로” 강행 고수
이재명 코로나 양성, 대표회담 연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2일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관련해 “나중에 폐지를 협의하더라도 일단 내년에 시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여야 간에 합의하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제안했다. 당론인 금투세 폐지 입장을 유지하지만 당장 ‘개미 투자자’의 불안을 덜기 위해 유예부터 합의를 이뤄 내자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금투세를 이대로 시행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것”이라며 “시행 시기와 부과 기준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금투세 유예 또는 완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금투세 부과 기준 완화에 방점을 뒀지만 시행 유예 가능성을 한 대표와 논의 테이블에 올려볼 수 있다는 취지다.
● 韓 “부자 1% 대 나머지 99% 갈라치기 안 통해”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금투세 폐지 정책 토론회에서 “(금투세를) 폐지한다는 확실한 신호를 더 늦지 않은 시점에 국민들께 드려야 한다”며 “연말까지, 가을까지 가면 늦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투세 유예에 대해) 미리 서로 합의하고 그 결정을 공표하는 것이 국민,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늘 그래 왔듯이 부자 1% 대 나머지 99%의 갈라치기 논쟁으로 대응하는데 지금 안 통하고 있다”며 “민생과 정치 재개의 신호탄으로 삼아 보자”고도 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폐지가 최종 목표지만 연말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적어도 1월 1일 시행이 안 된다는 것만이라도 공감대를 이루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세 합의로 여당의 약점으로 꼽혀 온 ‘중수청’(중도, 수도권, 청년) 공략도 노리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폐지는 청년 이슈이기도 하다”며 “청년들의 자산 증식이 대부분 과거와 달리 자본시장 투자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野 “금투세 ‘이대로 시행 안 돼’ 공감”
민주당도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가 금투세 유예 또는 완화를 꺼내 든 뒤로 민주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도 ‘금투세를 폐지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대표 팬 카페인 ‘재명이네마을’에선 최근 “금투세는 국민의힘에서 발의했던 법안임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폐지를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는 글이 ‘인기글’로 선정됐다.
다만 굳이 국민의힘이 선점한 이슈에 대해 서둘러 합의해 줄 이유는 없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의원들 간에도 ‘기준 완화’ ‘유예’ ‘예정대로 시행’ 등 여러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있는 만큼 서둘러 결론을 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미 한 번 유예한 법안을 또 유예해서는 안 된다는 공개 반발도 나왔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또 유예시키면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했고,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대상을 만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 부모로 확대해야 한다. 초당적으로 추진하자”고 밝혔다. 현재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까지 가능한 근로시간 단축 대상을 4년 늘리자는 것이다. 이에 진 정책위의장은 “민주당도 관련 법안을 냈고 육아휴직 확대에 찬성한다. 상임위 차원에서 조율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 이재명, 코로나 양성 입원 치료
이 대표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와 인천 모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25일로 예정됐던 한 대표와의 여야 대표 회담도 연기됐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증세가 회복되고 나면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3일로 예정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혐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 6일로 연기됐다. 이에 따라 10월 초로 예상됐던 선고 공판 역시 순연될 가능성이 높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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