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10월부터 참전… ‘가전제품 구독’ 이제 대세로
삼성전자가 이르면 10월 가전 구독 서비스를 내놓는다. 먼저 호텔·사무실 등에 가전제품을 공급하고 구독료를 받는 기업 간 거래(B2B)를 선보인 뒤, 내년 초 일반 고객 대상의 소비자 거래(B2C)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카드·화재 등 금융회사와 에스원 같은 보안 전문 업체까지 계열사로 두고 있어 가전 구독에 계열사의 서비스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컨대 삼성카드를 이용해 가전 구독을 이용하는 기업이나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에스원의 보안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식이다.
국내 가전 기업들이 구독 서비스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 가격을 나눠 냈던 기존 렌털·할부 서비스와 달리, 가전 구독 서비스는 월정액을 지불하고 관리 서비스나 소모품을 정기적으로 함께 받는 것이다. 계약 기간에 따라 만료 후 소비자의 소유가 되거나 반납하면 된다. 대상 가전도 정수기 등 소형 가전에서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대형 가전으로 점차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 입장에선 주기적으로 매출을 일으킬 수 있고, 소비자는 목돈부담 없이 다양한 최신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며 “판매 중심이던 가전 시장에서 구독이 중요한 사업 영역으로 뜨고 있다”고 말했다.
◇MZ 세대, 가전 구매→구독으로
가전 구독 서비스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호응을 얻으며 급성장하고 있다. 소비 패턴이 소유가 아닌 사용과 경험으로 변해가고 있는 트렌드와 맞물린 결과다. 최근 들어 필수 가전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도 구독의 인기에 불을 지폈다. 과거 필수 가전 목록은 세탁기, 냉장고, TV, 에어컨 정도였지만, 최근엔 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음식 처리기, 의류 관리기, 공기 청정기 등도 포함된다.
예전 가전제품은 기본 10년을 썼지만, 요즘 가전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 매번 신제품을 구매하는 게 부담스러운 것도 영향을 미친다. 식기세척기를 구독 서비스로 이용하는 문모(35)씨는 “한 달 4만~5만원 정도면 필요한 최신 가전을 원하는 기간만 이용할 수 있어 좋다”며 “이사 갈 때마다 이전 설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했다.
가전 구독 서비스에 포함된 제품 관리와 점검, 소모품 정기 배송을 구독의 장점으로 꼽는 사람도 많다. 정수기, 공기 청정기, 에어컨 등 내부 관리가 중요한 생활 가전은 6~12개월에 한 번씩 매니저가 방문해 필터를 갈아주고 관리를 해준다.
중견 가전 업체 쿠쿠는 지난해부터 소모품과 구독 서비스를 연계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밥솥의 내솥이나 공기 청정기의 필터, 음식 처리기의 미생물 등 가전 관련 소모품을 원하는 날짜에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식이다. 쿠쿠 관계자는 “최근 바리스타 정수기를 출시했는데 커피 원두를 정기 구독 상품으로 추가했다”며 “쿠쿠몰 정기 구독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돈이 된다...영익률 10% 웃돌아
중견 업체부터 대기업까지 구독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건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일반 가전 판매의 영업이익률은 3~5%인 데 반해, 구독 사업은 10%를 웃돈다. 예컨대 2024년형 LG전자 트롬 오브제 세탁기의 경우 정가는 227만6000원이지만 6년 구독으로 여타 할인 없이 월 4만900원의 구독료로 구매하는 경우 총 납입금은 294만원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카드 할인 등의 혜택이 들어가면 이용자들의 실제 납입금 부담은 줄어든다”고 했다.
추가 소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도 기업 입장에선 이득이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정기적인 서비스나 소모품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기업 중에선 지난해 7월 본격적으로 구독 사업에 뛰어든 LG전자가 구독의 사업성을 확인했다. 지난해 구독 사업 매출은 9628억원으로 전년 대비 30%가량 뛰었다. 세척, 점검 등 케어서비스를 포함한 매출은 1조 1341억원이다. 구독은 올해는 상반기에만 7733억원으로 전년 동기(4349억원) 대비 약 78% 성장했다. LG전자는 “지난 6월 한 달간 LG베스트샵에서 판매된 주요 제품의 구독 비율은 36.2%”라며 “전체 가전 사업의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가전 구독
월정액을 구독료로 지불하고 3~6년간 가전을 빌려 쓰는 것. 계약 기간·조건에 따라 소유권은 달라진다. 세척·점검 등 관련 서비스나 소모품을 정기적으로 함께 제공한다는 점에서 단순 렌털·할부와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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