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출생 대책 ‘인구부法’, 미적거릴 시간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22일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대상 자녀 연령을 만 12세 이하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자녀 연령이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 2학년 이하까지만 가능한데, 대상 확대를 위해 법을 고치자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모성보호 3법’은 정부가 이미 작년에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찬성하지만, 정작 이 법을 다뤄야 할 상임위에서는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한 대표는 “인구절벽 극복 법안에는 초당적으로 민주당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여야 간 극한 정치 대립에도 이견이 없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저출생과 인구 문제다. 누가 집권하더라도 지금의 저출생 문제를 방치하고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국가적 쇠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핵과 특검, 그리고 정쟁 청문회 때문에 여야 이견이 없는 저출생 법안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인구전략기획부(인구부)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여당은 지난달 인구 관련 전략을 수립하고 저출생 사업 예산을 배분·조정하는 역할의 인구전략기획부 설치를 위한 법을 발의했다. 인구부장관은 사회부총리를 겸임하게 된다. 기존의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도 신설되는 인구부 설치에 근거해 정책 범위를 저출생·고령화를 넘어 더 포괄적인 내용으로 하는 인구위기대응기본법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야의 대립으로 이 같은 인구부와 관련된 법안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혜미 대통령실 저출생대응수석은 “인구부가 빨리 출범해야 인구구조 변화 속 미래 경쟁력 제고 전략도 가능하다. 여야가 잘 타협해 일찍 처리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유 수석은 외국인 인력 활용 같은 정책도 인구부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총선 때 인구위기대응부 설치를 공약했고, 백혜련 의원은 인구위기대응부 설치를 위한 정부조직법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이 정부조직법에서 정무장관 신설 내용을 반대하고 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타협이 가능하다.
한동훈·이재명 대표의 여야 대표 회담이 열리면 인구부 설치법에도 합의하고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집권을 하겠다는 정당들에 저출생과 인구 문제보다 절박한 과제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이 문제를 위해 여야 지도부 회동을 먼저 제안해 물꼬를 틀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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