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수, '박훈정 유니버스'에 온 걸 환영해[TF인터뷰]
폭군 프로그램의 샘플 탈취를 의뢰받은 기술자 자경 役
"'폭군', 신이 주신 기회…윤수보다 가까웠던 자경"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조윤수가 김다미와 신시아를 이어 '박훈정 유니버스'에 새롭게 입성했다. 고강도 액션부터 1인 2역 연기까지 많은 분야에 도전해야 했지만 신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하고 모든 열정을 바쳐 만들어낸 '폭군'이다. 채자경 그 자체에 완전히 녹아들어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조윤수다.
조윤수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폭군'(극본·연출 박훈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폭군 프로그램의 샘플 탈취를 의뢰받은 기술자 채자경 역을 맡은 조윤수는 "자경이한테서 배우 조윤수의 모습이 전혀 안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굉장히 뿌듯했다"며 "액션 걱정을 진짜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잘 나오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폭군'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 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다. 작품은 총 4부작으로 지난 14일 디즈니+에서 전편 공개됐다.
조윤수가 맡은 채자경은 특수 금고도 3분이면 열어젖히는 귀신같은 솜씨를 지닌 기술자다. 과묵하고 냉철한 성격과 일말의 자비도 없는 그녀는 이미 업계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을 탈취하라는 의뢰를 받고 움직이던 중 일이 꼬이기 시작하고 샘플을 노리는 세력들에 맞서 광기 어린 폭주를 시작한다.
조윤수는 맨몸 액션부터 고난도 총기 액션, 카체이싱까지 이어지는 강렬한 액션 연기를 소화해야 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고난도 액션에 도전했음에도 그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 호평받았다. 조윤수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편집을 잘 해주셔서 결과물이 잘 나온 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한테 몸 잘 쓴다고 큰소리를 쳐놨거든요. 그래서 만족하실지 걱정이 많았어요. 긴장이 너무 많이 돼서 잠도 설칠 정도였죠. 처음에 수건 안에 캔을 넣어서 안면을 가격하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OK 신호가 없고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뭐 잘못했나? 마음에 안 드셨나?'라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너 많이 때려봤지? 한두 번 쳐본 솜씨가 아니야' 이렇게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 얘기를 들은 뒤에 더 자신감 갖고 연기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액션이 처음이었던 만큼 조윤수는 캐스팅이 확정된 뒤 크랭크인까지 남은 기간 동안 매일같이 연습에 매진했다. 액션 훈련도 받고 무술팀이랑 합도 맞췄으며 기초체력 훈련을 받으며 몸을 만들어갔다. 이러한 조윤수의 노력 덕분에 더욱 완성도 높은 액션씬이 탄생했다.
"자경이가 주변에 있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집어서 싸우거든요. 생활형 액션에 가깝다 보니까 그런 점에 맞춰서 격투기같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살기 위해서 버둥거리는 짐승 같기도 하면서 원초적인 모습의 날것 액션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물어 뜯어버릴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조윤수는 액션뿐만 아니라 자경의 다중 인격도 표현해야만 했다. 자신과 쌍둥이 오빠 인격을 오가는 이중인격으로 중요한 순간 두 인격이 티격태격하며 서로 충돌하는 모습은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했다. 조윤수는 "다중인격이 자경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캐릭터성이다 보니까 표현함에 있어 고민이 많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경이와 자경이 오빠의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감독님께서도 자경이가 움직임이 많아질수록 약해 보이고 센 척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더 세 보일 거라고 말씀해 주셔서 움직임도 절제하려고 노력했죠. 동공의 흔들림까지 절제하길 바라셔서 디테일하게 파고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폭군'이 공개된 이후 자경의 다중인격에 대해 호불호도 갈렸다. 극의 몰입도를 방해한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오히려 다중인격 설정이 자경의 묘한 서사를 돋보이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조윤수는 "자경이 오빠와 자경이의 대사 톤에 차이를 두지 않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오빠라고 해서 일부러 목소리를 더 낮게 표현하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결국에 자경이 한 사람이 내는 목소리니까요. 대신에 자경이는 매사에 심드렁한 눈빛을 하고 있고 오빠는 조금 더 신나 보이고 적극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처음에는 저도 자경이 오빠가 실존 인물인지 아니면 단순 질환인지 고민이 많았어요. 정답은 자경이가 어렸을 때 폭군 프로그램과 같은 비슷한 실험을 당했고 그때 생긴 인격을 오빠라고 믿는 거예요. 결국엔 동일 인물이죠."
박훈정 감독은 영화 '마녀' 시리즈로 파격적인 신예들을 연달아 발굴해 냈다. 조윤수는 김다미와 신시아에 이어 '박훈정 유니버스'에 세 번째로 입성했다. 작품 공개 후에도 역시 박훈정 감독의 픽은 믿을 만하다며 조윤수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호평하는 이들이 많았다. 조윤수는 "그저 감사하다"며 웃어 보였다.
"처음에는 책임감이 좀 컸어요. 감독님께서 신예 배우들을 발굴하는 타이틀이 있다 보니까 감독님의 명성에도 누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기대해 주시는 분들에게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들었죠. 하지만 제가 '마녀'를 정말 좋아하는 팬이기 때문에 나란히 이름을 붙여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었어요. '마녀'와 '폭군'은 별개의 시리즈니까 '폭군'의 자경으로서 제 몫을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기에 조윤수는 박훈정 감독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감독님께서 자경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상하리만큼 담담함과 평온함을 유지하는 사람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죽음에 있어서 두려울 게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며 "그 부분을 강조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박훈정 감독의 믿음과 조윤수의 열정이 시너지를 발휘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든 '폭군'이다. 조윤수는 "'시리즈가 10점 만점에 10점이라면 자경 캐스팅은 20점이다'라는 댓글을 봤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촬영이 끝난 지가 1년이 넘었는데 얼마 전에 선배님들이랑 홍보 활동하면서 '자경아'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제가 잘못 들은 걸 수도 있겠지만 '네?'하고 저도 모르게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촬영하는 동안은 조윤수보다 채자경이 훨씬 더 익숙했어요. 윤수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름이 된 것 같아요."
데뷔 후 첫 주연작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만든 작품인 만큼 조윤수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폭군'이다. 조윤수는 "'폭군'이라는 작품 자체가 제게는 큰 선물이다. 신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개인적으로 정말 힘든 촬영이었어요. 그럼에도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나서 감독님한테 '처음부터 다시 찍고 싶다'고 말했어요. 이제야 자경이를 잘 알 것 같은데 다시 찍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근데 감독님이 '혼자 핸드폰으로 찍어. 난 너무 힘들어'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웃음) 저는 제가 이렇게까지 강인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 못 했는데 그 부분을 발견하게 해줘서 너무 감사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호평받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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